“(요리에) 노력은 해봤는데 맛이 없대. 그래도 우리 셋 중 내가 제일 나은 거 같은데?” 기혼 유자녀 여성 연예인이 흠잡을 데 없는 직업인이면서 ‘살림꾼’이길 기대하는 한국 사회의 통념이 있거나 말거나, 딱히 민망해하지 않고 씩씩하게 상황을 정리하는 염정아는 독특한 생활감을 가진 사람이다. 비록 닭 깃털은 무서워하지만 결단력 있고 밭일도 잘하는 박소담, 상냥하고 우아하면서도 신속하게 뭐든 해치우는 윤세아까지, “셋밖에 없으니 다 같이 하자”는 이들의 매 끼니는 시원시원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밥이 조금 탔어도, 된장찌개에서 왠지 모를 매운탕 맛이 나도 뭐 대수인가. 밭에서 갓 따온 감자로 만든 감자전과 감자채볶음, 겉절이로 단출한 듯하면서도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은 무더위로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고도 남을 만큼 먹음직스럽다.
[TVIEW] <삼시세끼-산촌 편>, 맛이 없으면 좀 어때
글 최지은(작가 <이런 얘기 하지 말까?>)
2019-08-20
집에서 일하거나 집에서 노는 사람으로서 매번 놀라게 되는 일이 있다. 밥만 먹었을 뿐인데 하루가 다 가다니,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못했는데! 그리고 점심 먹자마자 꼭 하는 말이 있다. “저녁에 뭐 먹지?” 밖에서 밥을 사 먹는 사람에게도 다음 끼니 결정은 하루 중 가장 중요한 고민일 것이다. 배우 염정아·윤세아·박소담이 출연하는 tvN <삼시세끼-산촌 편> 역시 그렇게 세끼를 먹고 치우고 또 해먹고 치우는 예능이다. 남자끼리 몇번 했던 프로그램의 새 시즌을 여자들이 맡았으니 ‘이제야?’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반가운 마음이 앞질러 나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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