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위치는 합정역 7번 출구 도보 4분 정도 거리 지하방/ 대각선 방향에는 메세나폴리스 what/ 거기 사는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 이 구절이 귀를 지나갈 때, 내 머릿속에도 자연스레 풍경이 떠올랐다. 합정역 사거리는 나에게도 익숙한 동네다. 망원동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6호선이 없는 망원시장’과 ‘허허벌판 같았던 합정역’을 기억한다. 때문에 빈첸만큼 진지하진 않았지만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저게 메세나폴리스라고? 저런 괴물 같은 건물이 여기 들어서는 게 말이 돼?’ Mnet <고등래퍼2>가 한창 방영되던 얼마 전, 누군가는 빈첸(과 김하온)을 극찬하며 다른 한국 래퍼들을 싸잡아 깎아내렸다. 돈 자랑, 성공 과시 말고 이런 게 진짜 힙합, 진짜 음악이라며. 당연히 나는 이 구멍 난 이분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개인의 성취에서 좋은 영감과 기운을 나눠가지는 것이 힙합의 핵심 정체성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빈첸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에는 나 역시 의견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이 노래에는 ‘진짜’ 내 이야기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더 나아가 이 노래는 인간의 어두운 감정까지 어떤 음악보다 날것 그대로 담아내온 힙합의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에미넴이 <롤링 스톤>과 가진 인터뷰가 생각나는 건 덤이다. “노래를 통해 가슴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거야. 내 모든 노래를 통해서 나는 그렇게 해. 그건 마치 심리치료 시간과 같아. 실제로 나쁜 행동을 하는 대신에 언어와 음악으로 승화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