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어쩐지 자발적으로 보인다…. (중략) … 사람들은 음악을 통해 사고하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결정하며, 스스로를 표현한다.” 니콜라스 쿡의 저서 <음악에 관한 몇 가지 생각> 중 일부다. 그가 강조한 것처럼, 음악은 모든 문화 중에서도 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음악은 한 개인의 자기표현 수단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세대간의 격차를 상징하는 심벌로서 작동하기도 한다. 그런데 음악에 대한 우리의 위와 같은 인식은 특정 음악에 대한 신화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바로 ‘싱어송라이터형 음악’이다. 과연 그렇다. 어쩐지 음악은 자발적인 것으로 보이기에, 그것을 노래하는 사람은 마땅히 그 음악을 창작한 사람이어야만 할 것도 같다. 록밴드가 평론가와 마니아들에게 찬사를 받은 바탕 또한 동일하다. 진짜배기 밴드의 출발은 자기 곡을 직접 쓰는 데서 비롯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의문이 들기 시작한 건 서른 즈음부터였다. 대중음악의 역사를 쭉 공부해보니 작곡가의 곡을 받아 가수가 노래한 경우 중 위대한 곡들이 ‘셀 수도 없이’ 많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최근에도 이런 곡을 하나 만났다. 바로 윤종신이 작사·작곡하고 조정치가 편곡한 장재인의 <버튼>이다. 윤종신표 노랫말과 멜로디가 쥐고 있는 감성에 장재인의 개성 넘치는 가창이 만나 인상적인 만듦새를 일궈냈다. 조정치의 과하지 않은 편곡 역시 솜씨가 탁월하다. 요즘 이 곡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이런 곡이 톱 100위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게 약간 화가 날 정도로 좋은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