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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과 <침묵>을 다시 보며
주성철 2017-11-17

올해 2017년을 시작하며 CJ E&M에 거는 기대가 컸다.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7월 26일 개봉)와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10월 3일 개봉), 그리고 정지우 감독의 <침묵>과 장준환 감독의 <1987>이 기다리고 있는 해였기 때문이다. 설 연휴의 승자였던 <공조>(1월 18일 개봉)가 78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 출발은 좋았으나, 아마도 회사 내부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이후 영화들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갖고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올해의 유일한 흥행작이라고 자평할 만한 <공조>가 쇼박스의 천만영화 <택시운전사>에 이어 올해 최고 흥행작 2위라는 사실이 더 놀랍긴 하다. 아무튼 여러모로 국내 투자·배급사 중 최강자라는 입지에 비하자면 251만 관객을 동원한 <조작된 도시>(2월 9일 개봉), 163만 관객을 동원한 <임금님의 사건수첩>(4월 26일 개봉), 93만 관객을 동원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5월 17일 개봉), 47만 관객을 동원한 <리얼>(6월 28일 개봉) 모두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다음달 개봉하는 <1987>이 어떤 결과를 거둘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하반기에는 투자·배급사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기대작들이 대기 중이다(이번호 14쪽 국내뉴스 ‘겨울철 한국영화 대격돌-<강철비> <신과 함께: 죄와 벌> <1987>’ 참조).

그럼에도 최근 400만 고지 앞에서 멈춰 선 <남한산성>과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것도 벅차 보이는 <침묵>에 대해서는 몇 마디 보태고 싶다. 무려 700만 관객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범죄도시>(10월 3일 개봉)로 <남한산성>을 넘어트리고, <부라더>(11월 2일 개봉)로 <침묵>을 깬 마동석의 저주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려오지만, 나름 꽤 의미 있는 성취를 이뤄낸 작품들이라고 생각해서다. 먼저 <남한산성>은 1127호 영화비평 지면에서 안시환 평론가가 얘기한 것처럼 “김훈의 문체가 이병헌과 김윤석이라는 배우를 만날 때, 또는 소설의 세계와 영화의 세계가 부딪힐 때 빚어질 수 있는 기품으로 가득하고, 그것이 근래의 역사영화에서 만나기 힘든 미학적 성취로 이어진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어쩌면 흥행 실패의 원인을 83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던, 앞서 개봉한 사극 <대립군>처럼 ‘실패한 역사’를 다루는 영화들이 정권 교체 이후의 사회상과 조화롭게 맞물리지 못한 데서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침묵>의 경우 원작인 비행 감독의 중국영화 <침묵의 목격자>(2013)와 비교해서, 여러 평자들의 지적과 달리 오히려 정지우 감독의 색채가 더해졌다고 보는 입장이라 좀더 아쉬움이 남는다. 역시 1130호 영화비평 지면에서 안시환 평론가가 얘기한 것처럼 “어쩌면 이 CCTV 조작 시퀀스는 영화감독으로서 정지우의 고백이지 않을까? 거짓으로 진실을 만들겠다는 정지우의 고백, 또는 진심”을 마찬가지로 나 또한 느꼈다. 먼저 최희정 변호사(박신혜)는 원작과 달리 의뢰인의 거짓이 느껴진 순간 바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직무유기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변호사로서의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의 편에 서야겠다며 한 인간으로서의 승리의 길을 택한다. 의뢰인이 진범이건 아니건 법정에서의 승소라고 하는 변호사로서의 임무에만 충실하려는 원작의 변호사와 다르다. 두 번째로 원작에서는 오직 CCTV 영상에서만 존재할 뿐인 약혼녀 유나(이하늬)를 영상 바깥으로도 살려냈다. 물론 그렇게 살아난 영화 속 유나의 존재가 임태산(최민식)의 판타지를 강화하는 데 쓰인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영화 속 유나는 철저히 그 스스로의 선택으로 말하고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뭐랄까, 여러모로 원작에 없는 섬세한 결을 만들어냈다고 봤다. 아무튼 그렇게 올해는 개인적인 예상 흥행과 다른 경우가 유난히 많았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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