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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즐거운 추석 되세요~
주성철 2017-09-22

“네가 스틸리 댄쯤 되는 줄 알아?” 존 카니의 <싱 스트리트>(2016)에서 주인공 코너(퍼디아 월시 필로)를 위시한 소년들은 디페시 모드 운운하며 ‘미래파’를 지향하는 가운데 ‘싱 스트리트’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한다. 이후 코너가 첫 번째 연습곡을 형 브랜든(잭 레이너)에게 들려주자, 형은 못마땅한 얼굴로 “섹스 피스톨스가 어떻게 연주하는지 알아? 배워서 음악을 하는 거 같아? 너희가 추구하는 건 다 속임수야”라며 “음악은 결코 배워서 하는 게 아니”라고 충고한다. 여기서 섹스 피스톨스에 이어 언급되는 스틸리 댄은 ‘연주 기술’의 제왕으로 묘사된다. 음악이란 게 단지 연주 기술만으로 잘할 수 있는 거라면, 스틸리 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난 다음에 떠들란 얘기다.

그런데 정작 개봉된 영화의 자막에서 스틸리 댄은 번역조차 되지 않았다. 이름의 ‘steely’를 ‘steal’로 간주한 것인지 도둑이 어쩌고하는 자막을 읽었던 것 같기도 한데, 하여간 그들이 혹시나 유명하지 않아서 지나쳐버린 것이라면 더 서글픈 일이다. 데이비드 O. 러셀의 <아메리칸 허슬>(2013)에서 손을 맞잡은 어빙(크리스천 베일)과 시드니(에이미 애덤스) 위로 흐르던 <Dirty Work> 등 여러 영화에서 그들의 인상적인 사운드트랙과 종종 마주했었다. 그렇게 보컬 겸 키보드 도널드 페이건과 함께 미국 음악계의 가장 독창적인 밴드 중 하나로 평가받았던 스틸리 댄의 절반을 이뤘던, 안타깝게도 지난 9월 3일 세상을 뜬 기타리스트 겸 베이시스트 월터 베커에 대한 추모의 글을 재즈평론가 황덕호가 추석 합본호에 맞춰 보내왔다.

원고를 받고 보니,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1984)로 기억되는 배우 해리 딘 스탠턴의 부고도 들려왔다. <라스트 스탠드>(2013)를 통해 할리우드에서 작업했던 김지운 감독은 인터뷰 당시 아놀드 슈워제네거포레스트 휘태커와의 만남 이상으로 영화 속에 짧게 출연했던, 데이비드 린치와 빔 벤더스가 사랑했던 대배우 해리 딘 스탠턴과의 만남을 인상적으로 토로했던 기억이 있다. 80살이 훨씬 넘은 나이에도 배우로서는 물론 자신의 밴드를 이끄는 뮤지션이기도 했던 그의 삶은 <해리 딘 스탠턴의 초상>(2012)이라는 흑백 다큐멘터리에도 잘 드러나 있다. 마감 일정 관계로 그에 대한 추모 기사는 다음호를 기약해야 할 것 같다.

추석 합본호 소식을 두 사람에 대한 추모로 다소 우울하게 시작했는데, 그래도 풍성한 영화들이 극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먼저 특집으로는 추석을 전후해 만나게 될 4편의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개봉 9월 21일)와 <남한산성>(개봉 10월3일), 그리고 <킹스맨: 골든 서클>(개봉 9월 27일)과 <블레이드 러너 2049>(개봉 10월 12일)를 심층 분석했다. 궁금했던 영화 <독전>(가제)과 <메소드> 촬영현장에도 다녀왔고 김태용 감독과 방준석 음악감독이 뭉친 국립국악원 공연 <꼭두> 소식도 전한다. <공범자들>을 통해 보다 널리 알려지게 된 KBS와 MBC의 파업 뒷이야기도 준비했다. 물론 곧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추석 합본호 역시도 많은 영화를 봤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유례없이 긴 연휴를 맞게 됐기에 지루하지 않게 읽으시라고 한편이라도, 한명이라도 더 소개하고 싶었다. 모두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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