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댄스가 기존의 주류 음악들을 뒤흔들고 있다. 밴드들이 신시사이저를 탑재하기 시작했고 힙합 아티스트들도 하우스 히트곡 하나 정도는 갖고 있다. 주류로 올라간 일렉트로닉 댄스는 변화를 주도하는 동시에 변화를 ‘당하고’ 있다. 디스클로저의 2집 앨범 《Caracal》은 이에 대한 훌륭한 예시다.
일단 이 앨범은 클럽뿐만 아니라 일반 팝 팬들을 위해서도 만들어졌다. 멤버 가이 로렌스는 앨범 발표 전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이번 앨범에는 클럽 음악이라고 할 만한 곡은 없습니다. 물론 클럽 음악에 영향받은 곡들이죠. 댄스 비트를 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부 <Latch>나 <White Noise>처럼 완전한 팝 구조를 가진 곡들입니다.” 주류 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대중적 팝의 요소를 강조했다는 뜻이다.
참여한 보컬들도 글로벌급 슈퍼스타들이다. <Noctural>에는 위켄드가, <Magnets>에는 로드가, <Holding On>에는 그레고리 포터가, <Omen>에는 샘 스미스가 참여했다. 한때 언더그라운드에 숨어 있던 하우스는 이제 초호화 피처링 리스트를 대동하고 주류 매체의 큰 주목 속에서 홍보되고 있다.
《Caracal》을 들으며 지금의 하우스 음악에 대해 생각해본다. 클럽 음악과 댄스 프로듀서들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고 더 넓은 대중을 상대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들이 실험되고 있다. 이런 흐름의 선두에 서 있는 디스클로저는 다소 격하게 기존 팝과의 융합을 실험 중이다. 전곡에 보컬을 쓰고, 정규 앨범 위주로 활동하며, 비트보다도 멜로디와 코드 진행을 먼저 만든다. 《Caracal》은 그렇게 ‘달라져가는’ 일렉트로닉 댄스의 현재를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