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때가 어디 하루이틀이겠냐만 이번 주는 더더욱 그렇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라고 쓰고 싶지만 낮은 아직도 한여름인 추석 때 고향을 다녀와 그렇고, 영화의 전당 비프힐 1층에 자리를 마련한 <씨네21이 기록한 BIFF 20년의 기억> 사진전을 채운 사진들을 보면서도 그렇다. 물론 이번 주 특집도 그렇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요즘은 누구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시대”라는 <무서운 집>의 양병간 감독, 구윤희 배우를 인터뷰하고 ‘변화하는 1인 미디어’를 특집으로 다루면서, 한편으로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일부 기능이 종료된다 하여 서둘러 백업을 받고 있는 상반된 기분이라니. 하이텔을 쓰다가 프리챌의 굴비를 보면서 신세계라 감탄하고, 또 아이러브스쿨을 시작하면서 ‘차라리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을’이라며 피천득스러운 울분을 쏟아냈던 게 엊그제 일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도저히 하루 만에 백업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마우스질을 그만두었다. 이거 말이 되나 싶지만, 백역사의 정년을 보장하고 흑역사를 조정하여 추억피크제라도 도입하고 싶은 심정이다(임금피크제에 대해 시원하게 호통을 친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보며 말장난만 하는 것이 심히 부끄럽지만). 그처럼 오랜만에 싸이월드를 뒤지고 있자니, 옴니버스영화 <오늘영화>에 실린 윤성호 감독의 단편 제목과도 같은 ‘백역사’는 드물었고, 그야말로 ‘흑역사’의 융단폭격이었다. 매일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자정이 지남과 동시에 광클릭하던 때가 있었고, 아바타의 가발 하나 사려고 카드 결제까지 했으며, 혹시라도 들를지 모를 구여친의 눈물을 쏙 빼놓으려고 김범수와 휘성, 이소라의 노래로 배경음악을 수시로 교체해 등록했었다. 누군들 안 그랬겠냐만 감성 쩌는 그런 BGM을 가장 많이 들은 이는 다름 아닌 미니홈피 주인장들이었을 것이다. 또 웃기지도 않게 일촌을 넘어 잘 모르는 사람들 방명록에까지 파도를 타고 가서 “이 방명록은 영국에서 시작된 것으로…”라는 글을 남기며 ‘행운의 편지’를 패러디하여 나만의 ‘행운의 방명록’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물론 그 캠페인은 지나가는 개 몇 마리 정도만 웃기고 종료됐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려도 너무 틀렸다.
다시 정신 차리고 특집으로 돌아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앞서 얘기했듯 최근 다이어트에 성공한 송경원 기자가 인터뷰한 <무서운 집>의 경우도 그렇고,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 이주현 기자가 국내뉴스 중 ‘인디나우’에 쓴 경기도 수원시 행궁동 주민들의 ‘행궁픽쳐스’도 흥미로운 유사 사례일 것이다. 기획 기사 중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에서 만난 <체어맨>의 김후중 감독도 여러 남자들이 여자화장실 밖에서 가방을 들고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광경을 위트 있게 담아낸, 박카스 29초영화제의 ‘대한민국에서 남자친구로 산다는 것’ 편에 참여하기도 했다. 러닝타임이 뭐가 중요하랴.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서라! 라는 얘기를 무작정 던지려는 것이 아니라, 뭘 알고 나서야 할 것 아닌가, 또 그 결과물을 어떻게 간수해야 하나, 라는 생각에 홍콩에 처음 다녀와 잔뜩 들떠 있는 김현수 기자를 고생시켰다. 꼼꼼히 일독해주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