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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수다> 신현준, 정재영, 신하균, 원빈
사진 이혜정황혜림 2001-10-10

웃음과의 전쟁, 코미디는 즐거워

집합 장소는 오페라하우스가 아니라 사진 스튜디오. 미리 약속한 듯 검은 정장을 차려 입은 네 남자가 다 모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우선 다혈질의 ‘정우’와 일에 관한 한 빈틈없는 ‘재영’이 먼저 도착했고, 어리숙하지만 속 깊은 막내 ‘하연’이 뒤이어 나타났다. 그리고 동생들이 기자들과 조근조근 수다를 이어갈 무렵, 이들의 맏형격인 ‘상연’이 들어선다. 장진 감독의 신작 <킬러들의 수다>의 시사회가 있었던 9월25일 밤 9시, 네 킬러는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신현준, 정재영, 신하균, 원빈. <킬러들의 수다>를 떠난 뒤 각자 다음 스케줄로 바빠 얼굴 보기 힘들었다며, 이들은 조금씩 변한 모습으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동안 새 영화를 위해 머리를 노랑, 초록으로 물들인 신하균이나, 머리를 짧게 자른 나머지 셋 모두 더이상 영화 속 모습들은 아니었지만, 서로 툭툭 치며 농담을 나누는 친밀한 공기는 영화와 닮아 있다. 수개월간 이 인간적인 킬러들을 진두지휘했던 장진 감독까지 격려 겸 감시(?)차 합류한 터, 어느새 스튜디오는 이들 킬러 사단의 생기로 가득 차 있다.

진지한 상황 틈에서 엇박자의 웃음을 피워내는 대사로 치고 받으며 호흡을 맞춰온 전력 탓일까. 똑바로 하라는 장진 감독의 장난기 섞인 주문에 카메라 앞에 줄지어선 네 배우는 서로서로를 흘끗 쳐다보며 자세를 맞추기 바쁘다. 아무래도 카메라 경력이 제일 고참인 신현준이 맨발로 가장 편안한 몸놀림이다. 옆에 선 정재영을 끌어안고 장난을 치다가 “평소 인간관계를 보여주면 된다”는 사진기자의 말에 대뜸 밀어내는가 하면, 정재영은 “얼굴 작은 사람이 양 옆에 있으면 어떡하냐”며 주위를 웃긴다. 나란히 수줍은 모범생처럼 섰던 신하균과 원빈도 형들의 재롱(?)에 환하게 웃어버리고 만다. 촬영 내내 호흡이 좋았다는 장진 감독의 귀띔이 아니더라도, 서로가 형처럼 동생처럼 편한 사람들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들은, “순진하고, 인간미 있고, 따뜻한 영화 속 킬러들처럼 정이 가는 사람들”이라는 막내 원빈의 말대로 꽤나 정이 든 모양이다. 셔터가 터지는 순간 카메라를 향하는 눈빛 겨루기에는 서로 양보가 없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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