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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비 두>의 사라 미셸 겔러
황혜림 2002-07-31

내게 엉덩이를 걷어차이고 싶다고?

“연약한 공주 노릇, 정말 지겨워.” <스쿠비 두>의 오프닝에서 유령으로 변장한 범인에게 잡힌 다프네는 이렇게 투덜댄다. 괴상한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테리 주식회사’팀 중에서도 적에게 잡혔다가 구출되는 게 특기인 다프네가 되면서, 실은 웃음을 참았을 사라 미셸 겔러의 속마음을 드러내기라도 하듯 말이다. 관객이, 겔러 자신이 숙지하고 있는 그녀의 정체(?)는

막강한 뱀파이어들을 위력적인 발차기로 제압하는 <미녀와 뱀파이어>의 뱀파이어 사냥꾼 버피. 97년부터 자신보다 크고 힘센 어둠의 피조물들과 육탄전을 벌이며 그들의 심장에 말뚝을 박는 여고생 전사로 살아온 겔러는, <스쿠비 두>에서 기꺼이 망가지기로 작정한 듯하다. 몸에 딱 붙는 보랏빛 의상에 보라색 비닐 질감의 부츠, 위기의 순간에도 손가방을 챙겨들며 맵시를 잃지 않는 ‘공주병’ 다프네에 천연덕스럽게 녹아든 모습이다. 물론 공주 같은 허영심은 끝까지 유지하되, 악당과의 한판 승부에서는 버피의 발차기를 능가하는 와이어액션으로 화끈하게 연약함을 떨쳐버리지만.

다프네는 버피의 과장된 코믹 버전이다. 155cm 남짓한 아담한 체구에 탄력있는 몸매, 이를 적당히 드러내는 탱크톱과 바지의 활동적인 차림으로 팔다리를 내뻗곤 하는 버피는 건강한 섹시함을 발산하는 캐릭터. “얌전하고 집에만 있는 여성을 원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남자들도 강한 여성, 특히 육체적으로 강한 여성들에게 끌린다. 나처럼 체구도 작은 금발머리여자가 엉덩이를 걷어차는 것, 섹시하지 않나.“건강미 넘치는 외모에 당차면서도 도발적인 활기를 지닌 ‘버피’ 겔러는 <피플>의 ‘가장 아름다운 사람 50’, 남성잡지의 ‘가장 섹시한 여성’ 등에 상위를 차지하며 우상으로 떠올랐고, 워너브러더스TV에서 방영된 이 시리즈는 5년째인 지금까지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4살도 채 안 돼 TV영화 <사생활 침해>로 데뷔한 지 21년째지만, lt;무비라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겔러는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젊은 스타들과 다르다”. 연예계에 오래 몸담아온 스타들이 거치기 쉬운 마약이나 음주운전, 복잡한 사생활로 가십란에 오르내린 적도 없고, 100여편이 넘는 광고와 수많은 TV물, <미녀와 뱀파이어>를 계속하면서 영화에 이르기까지 성실하게 달려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기 관리에 충실한 배경에는, 늘 돌아다녀야 하는 딸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한 어머니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한몫한 듯. “정자를 기증했다고 해서 아버지가 되는 건 아니다. 난 아버지가 없다”고 말하는 그는 어릴 때 아버지가 떠나간 뒤 어머니와 둘이 뉴욕에서 살아왔다. “지금 가진 것은 다 열심히 벌어서 모은 것이다. 집, 차, 옷, 어느 것 하나 갖고 자란 게 없다”는 그에게, 연기는 꿈이자 현실적인 직업이었던 셈이다.

또래 배우들보다 프로의식이 강하다는 평판 위에 10대 슬래셔영화의 붐을 탄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와 <스크림2>의 성공,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의 주도면밀한 악역과 60년대 하버드대를 무대로 한 독립영화 <하버드 맨>의 마약에 전 대학생 연기에 대한 호평이 쌓이면서, 겔러의 롱런을 장담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약혼자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와 공연한 <스쿠비 두>로 첫 블록버스터를 성공리에 마친 지금, 예정된 차기작은 애니메이션 <해필리 네버 에프터>의 목소리 연기. <미녀와 뱀파이어>의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이면 영화에 더 깊이 빠져볼 작정이다. <댄싱 히어로>부터 팬이었다는 바즈 루어만과 작업해보고, 조디 포스터 같은 배우가 되려면 “아직 갈 길이 한참”이라고 자세를 다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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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YG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