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와 비너스 신전에 설치된 야외 영화관에서 <쿼바디스?> 상영회가 열린다.
로마는 영원한가? 시민이 정치에 주체적으로 나서며 권리를 수호하고자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유명한 로마 공화정에서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며 기나긴 역사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연결하는 영화를 본다. 그게 가능한가, 라는 물음을 던진 사람들에게 꿈이 현실로 다가온다. 7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전 건축의 극치를 이룬 곳으로 관광객과 로마인들에게는 더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유적지인 로마와 비너스 신전에 설치된 야외 영화관에서 한여름 밤 영화를 볼 수 있다. 2022년, 로마 역사를 이야기한 영화로의 여행을 시작한 이후 올해도 2년 연속 <쿼바디스?> 상영회가 콜로세움을 불과 20m 앞에 두고 13일 동안 열린다.
<쿼바디스?> 상영회는 콜로세움과 마주한 로마 공화정 광장 끝에 있는 로마와 비너스 신전에 설치된 야외 영화관에서 열리는 행사로, 이탈리아 시네마테크는 고대 건축물과 장소를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해 상영회가 로마의 역사에 무게를 두었다면 올해는 로마를 비롯해 뉴욕, 카이로 등 세계 13개의 도시를 상징하는 영화를 선별해 상영한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로마>, 우디앨런 감독의 <맨하탄>, 소피아 코풀라 감독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유세프 샤힌 감독의 <카이로역> 등이 상영된다.
이 영화 상영회는 1977년 로마 유적지에서 첫 상영회가 열리고 46년이 지난 지금 다시 콜로세움으로 돌아왔다. 콜로세움이 내려다보이는 로마와 비너스 신전에서의 상영회는 건축된 지 거의 2천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름다움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어 역사의 보존과 영화예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차원에서 매우 뜻깊다. 눈여겨볼 것은 로마 공화국의 융성과 유지는 당시 로마인들의 뛰어난 시민적 덕성으로 발휘되었다는 것인데, 당대 로마는 평민층이 정치적 권리를 수호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섰을 뿐 아니라 귀족들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걸맞은 책무를 다하도록 노력했다. 국가의 권력이 개인이나 한 계급에 독점되지 않고 국민 전체가 나누어 맡는 공화정. 독재는 언제 어디에나 있었고 그것을 견제하기 위한 인간의 몸부림은 기원전 500년경에도 이슈가 된 것이다. 국가를 이루는 그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국가, 공공의 것으로서의 국가를 가리키는 이 역사적인 곳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본다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