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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세상은 좋아질 것이다. 그 속도가 너무 느려서 느끼기 힘들 지경이라도. 10년 동안 그렇게 믿을 수 없었지만, 지난해부터 그렇게 생각했고, 대량학살자가 누구인지가 더욱더 분명해진 더러운 전쟁의 와중에서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내가 가장 믿는 사람들은 지식인도 검사도 (당연히) 정치지도자 같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거리에 나가면 그냥 별 생각없이 왔다갔다하는 것처럼 보이는 보통 사람들이기 때문이다.그들은 아무 생각없이 영화나 보러 다니고, 심심하면 게임이나 하고, 하루종일 만화책이나 뒤지고, 인터넷 들어가서 치밀하지도 않은 주장을 늘어놓으며 괜히 흥분하고, 모이면 어제 본 TV프로의 연예인 스캔들 얘기로 수다 떨던 그런 사람들이다.그런 사람들이 맨 먼저 거리에 나서서 촛불을 들었고, 지금 가장 열렬히 반전과 평화를 외치고 있다. 영웅적 지도자 없이도 정교한 정치 노선과 세련된 이념과 조직 없이도, 지금 가장 당당하게 말하고 행동하고 있다. 지식과 전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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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이라크 전쟁 속보
[정훈이 만화] 이라크 전쟁 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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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프랑스 전역에선 노동자와 학생 등 400여만명이 가담한 소위 5월 혁명이 폭발했다. 이 와중에 칸영화제가 개막되자, 장 콕토관에선 집회가 열려 영화제 중단 여부를 두고 영화인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이 집회에서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등 누벨바그 감독들은 영화제 중단과 노동자 및 학생과의 연대를 주장했다. 고다르는 노동자의 현실과 투쟁을 담지 못한 영화인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유명한 연설을 했고, 마침내 트뤼포는 영화제 중단을 선언했다. 이해 2월 프랑스 영화광들의 정신적 지주 앙리 랑글루아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관장직에서 해임됨으로써(그를 해임한 사람은 당시 문화부장관이던 앙드레 말로였다) 촉발된 프랑스 영화인들의 투쟁이 마침내 노동자의 투쟁과 조우한 영화사적 사건이었고, 그 최전선에 트뤼포와 고다르가 서 있었다. (이 과정에 대한 영상기록이 곧 출시될 프랑수아 트뤼포의 DVD <훔친 키스>의 서플에 담겨 있다)어두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미국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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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품행제로> 미국이가 이락이를 건드리는 이유
[정훈이 만화] <품행제로> 미국이가 이락이를 건드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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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7월 뉴욕의 한 극장을 찾은 배우 팀 로빈스에게 화난 얼굴의 부부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이제 기쁘시겠군요”라고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팀 로빈스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뭐 때문에요?”라고 묻자 그 부부는 이렇게 쏘아붙였다. “당신의 네이더가 부시를 우리에게 안겨줬잖아요.”2000년 미국 대선에서 부시는 민주당 후보 고어를 닭똥만큼 앞서 대통령이 됐다. 승패를 가른 곳은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강했던 플로리다였다. 여기서 부시는 불과 2000여표 차로 고어를 따돌렸다. 한편 녹색당 후보 랠프 네이더는 플로리다에서 9만6700표를 얻었다. 할리우드의 진보적 지성 팀 로빈스와 그의 아내 수잔 서랜던은 녹색당을 지지했고, 열렬한 선거운동을 펼쳤다. 팀 로빈스에게 화를 낸 그 부부는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을 정확하게 말하고 있다. 네이더가 얻은 표 중에서 2천표만 고어에게 갔어도 백악관의 주인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 표라면 두 스타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다.한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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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인어 아가씨> 붕어아가씨, 복수를 결심하다
[정훈이 만화] <인어 아가씨> 붕어아가씨, 복수를 결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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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거래라고 한다. 거래(去來)는 주고받기를 뜻한다. 그러니 최상의 정치라도 유리한 주고받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말은 맞을 것이다. 여기 훌륭한 사례가 있다.“노무현 대통령이 그젯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 정상회담’을 했다. 노 대통령은 전화를 걸어온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공격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한편, 북핵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받았다.” “한 외교전문가는 ‘노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지지 발언은 어차피 내줄 수밖에 없는 것을, 나름대로 챙기며 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한겨레> 3월15일치)신문을 뒤덮은 특검법이니, 검찰 개혁 방향이니 하는 문제는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거래는 알겠다. 이 거래는 이렇게 들린다. “우리 동네를 주름잡는 골목대장이 있다. 그가 어떤 이유로 화가 나 주먹을 휘두르려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때리는 건 나쁜 일’이라고 말하는 대신, 그가 다른 사람을 때리는 걸
상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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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뻬쓰보루 한 번 합시다
[정훈이 만화] 뻬쓰보루 한 번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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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엔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프로듀서 3명을 소개했다. 독자분들도 마찬가지리라 짐작되지만, 우리의 눈길을 가장 오래 붙들어둔 사람은 <디 아워스>의 제작자 스콧 루딘이다. 그는 지성인이나 예술가가 아니라, 생존에 능한 장사꾼이다. 그것도 야심만만하고 난폭한 장사꾼이다. 하지만, 소개된 그의 작품들과 그의 언행에서, 우리는 그가 할리우드라는 흥행광들의 전쟁터에서 지켜낸 게 생존뿐만 아니라 영화의 자존이라고 믿게 된다. 이를테면 그가 가장 싫어하는 세 가지 중 하나는 시사실에서 걸려오는 휴대폰 받아가며 영화를 보지만 8달러를 내고 극장 앞에 줄을 서본 경험은 없는 스튜디오 경영인들이다. 루딘이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디 아워스>는 물론이고, <로얄 테넌바움>이나 <원더 보이즈>에 손을 대긴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영화가 앞으로도 관객의 변함없는 격려와 응원의 대상이 된다면, 그건 충무로에 스콧 루딘 같은 사람이 있어서일 것이다. 충무로는 조엘
스콧 루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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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전파견문록> 개의 눈높이에서 풀어 봐요
[정훈이 만화] <전파견문록> 개의 눈높이에서 풀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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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직업의식이 앞섰다. 이창동 감독이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거의 확정된 뒤에 그와의 전화통화를 시도한 건. 우리가 심심하면 전화해서 안부 묻고 종종 술마시는 친구 사이는 아니니, 소감과 구상을 들어서 지면에 당장 써먹겠다는 계산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여보세요, 이창동인데요….”“…….”무거운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을 때, 포기했다. 모든 인터뷰는 거짓말일 것이다. 하나를 말하기 위해, 다른 수십 가지 아니면 수백 가지를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인터뷰어는 가장 적절한 하나를 포착하는 사람일 테지만, 어느 경우든 인터뷰이는 말해지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버려야 하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내가 아는 한 이창동 감독은 그 괴로움을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첫 목소리의 무거움에서, 그가 장관 자리를 완강하게 고사했을 때, 그리고 결국 그걸 받아들인 지금, 그의 머리 속에 오갔고 오가고 있을 수백 가지 생각들의 충돌음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그래서 포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