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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인턴> 미래 인터내셔널
[정훈이 만화] <인턴> 미래 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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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바람 불면 날아갈 것처럼 연약한 50대 남자 선생님이 있었다(학교가 산에 있어서 산바람이 너무 세면 휘청거리기는 했다, 진짜로). 피골이 상접하고 창백하고 피부가 처지고 기운이라고는 없어서 폐병 걸린 일제시대 지식인처럼 보였던 (근데 왜 지식인들은 동서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폐병에 걸리는 걸까) 그분에겐 반전이 하나 있었으니…. “얘들아아아아! 장조로 선생이 서른아홉살이래애애!”
세상살이 험한 걸 몰랐던 소녀들은 경악했다. 뭐라고? 그럼 우리도 20년만 더 살면 저렇게 되는 거야? 아니지,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데 대체 어떻게 살았길래 조로 선생만 이 모양으로 늙은 거야!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미스터리는, “조로 큰딸이 우리 학교 3학년이라고 하지 않았어?” 아버지는 서른아홉인데 딸은 열아홉, 우리 혹시 일제시대 즈음에 살고 있는 건가. 소문을 물고 돌아온 우리 반 제비양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진상은 이랬다. 아들 귀한 가문의 5대 독자로 태어난 조로군은 대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조선시대 왕은 왜 빨리 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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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주간. 해운대의 밤은 밝고 소란했다. 대기업 투자자와 유명 감독들이 중력처럼 사람을 끌어가고 남은 빈자리에서, <소수의견>으로 연을 맺은 배우 권해효씨와 동틀 때까지 술을 마셨다. 특별한 배우다. 영화에서 주어지는 한정적인 역할을 소화할 때보다 오히려 자기 자신일 때 눈부시게 빛나는. 정교하고 단단한 사유, 날카롭고 넉넉한 언어, 강박적으로 엄격한 윤리관, 소탈하지만 세련된 인품. 스크린은 그를 포장하기는커녕 밀봉시켜버린다고 느껴진다. 권해효가 권해효 같은 배역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작가 스스로 도달하지 못한 수준의 인물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우니까. 나는 어떤 작가에게도 그처럼 깊고 그득한 지적 품위를 느껴본 적이 없다.
영화 미술로 경력을 시작한 권해효는 1992년 <명자, 아끼꼬, 쏘냐>에서 배우로 데뷔했다. 충무로 시스템의 막바지 세대였던 셈이다. 그때와 지금, 한국영화가 어떻게 달라졌냐는 질문에 그는 잔을 단숨에 비워내더니 이렇게
[손아람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제약으로부터의 해방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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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수차례씩 들락거리던 한 사진 동호회에 전설처럼 내려오던 책이 있었다. 잊을 만하면 누군가가 책과 사진을, 또는 그에 관한 에세이를 올려놓았고, 회원장터에 책이 올라올라치면 많은 댓글과 관심 속에 빠르게 누군가의 품으로 사라져갔다.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던, 전몽각의 <윤미네 집>이 그 책이었다. 1990년에 1천부만 출간되어 전설이 된, 2010년 1월1일에 20년 만의 재출간으로 화제가 된 그 책. 최근에는 한 tv프로그램 덕분에 우리 중 누군가는 흑백으로만 채색된 윤미네 집에 첫발을 들여놓게 된다.
tvN의 <비밀독서단>은 책을 읽는 모임을 카메라로 비춘다. 그들의 주장대로 비밀 지하실에서 책을 읽고, ‘갑질에 고달픈 사람’,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단원 각자가 책을 펴놓고 형광펜으로 또는 4B연필로 굵은 밑줄을 그어가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박준의 &
[김호상의 TVIEW] 우리가 아직도 책을 읽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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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어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야 되나 고민고민하던 중에 황송하게도 대한민국 방송계 고위직 한분이 아이템을 직접 정해주셨다.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조지 클루니 감독의 <굿나잇 앤 굿럭>(2005).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영화는 1953년부터 이듬해까지, 매카시즘이 미국에서 막바지 기승을 부리던 때부터 급격한 몰락을 겪던 시기를 다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CBS>의 시사 프로그램 <시 잇 나우>(See It Now)의 제작진은 광풍의 주인공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을 상대로 두려움 없이, 집요하게 싸움을 걸었고, 결국 그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시 잇 나우>의 간판이었던 전설의 진행자 에드워드 머로(데이비드 스트레이션)의 논리 정연한 논평은 이 영화를 통해 민주주의와 개인의 권리가 무엇인지를 새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21세기의 미국이 이 영화를 필요로 한 이유
매카시즘과 별 상관없는 21세기 미국에서 이 영화가 만들어진 데
[황덕호의 시네마 애드리브] 우리는 공포에 떨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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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평균 몸무게가 늘었나 했다. 한국 신예 감독들의 몸무게 말이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모더레이터로 GV를 진행하며 만난 <소통과 거짓말>의 이승원 감독과 <스틸 플라워>의 박석영 감독을 보면서 그 육중한 체구에 압도당했다. 이번호 특집에서 다뤘다시피, 한국영화의 비범한 미래라 불러도 좋을 감독들이니 영화계를 위해서라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아보길 권하는 바이다. <스틸 플라워> GV 당시 “감독님이 전작 <들꽃> GV 때보다 살이 더 찌신 것 같은데 이유가 뭔가요?”라고 사뭇 진지하게 질문하던 한 관객의 걱정스런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 비단 감독들뿐만이 아니다. 2년 전과 비교해 예상치 못한 검진 결과에 당황한 장영엽 기자, 왠지 굴욕적인 기분이 든다며 한사코 위내시경을 받지 못하겠다는 김성훈 기자, 담담한 표정으로 검진을 기다리고 있는 이주현 기자 모두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만 부르지 말고 잡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건강을 챙
[에디토리얼] 젊은 감독들의 집념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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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로 오랜만에 음악가를 만났다. 지소울(G.Soul•김지현)이다. 언론과 대중이 붙인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JYP 엔터테인먼트 15년 연습생 출신’이라는 별명(?) 아닌 별명이다. 과연 데뷔는 하는 건가, 싶었던 지소울이 드디어 올해 1월 데뷔 미니음반 《커밍 홈》(Coming Home)을 내고, 지금까지 세장의 싱글음반을 냈으니 꽤 부지런히 작업물을 선보인 셈이다. 지난 9월10일 공개한 세 번째 미니음반 제목은 《더티》(Dirty)다. 장르로 음악을 가를 때 사람들은 그를 알앤비(R&B) 안에 가두려고 하는데, 요즘 젊은 음악가들이 그러하듯이 지소울도 하나의 음악 장르에 종속할 마음은 없어 보인다. 지금껏 선보인 곡 중 가장 빠른 비트를 배경에 깐 《더티》의 곡들도 그렇다. 직접 쓴 가사들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더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음반 이름과 같은 <더티>(Dirty)다. 요즘 이 음반을 자주 듣기도 했지만, 사실 원고를 써야겠다고 결심한
[마감인간의 music] 본격 추천하고 싶은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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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어요.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가장 좋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그 어떤 말보다도, 이 말은 가장 어른스럽게 세상을 포용하고자 하는 태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별일이’까지는 그것 참 내 기준에서는 도무지 용납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젓는 듯하지만, 이내 ‘다 있어요’라며 어찌됐든 앞의 말을 껴안아 어루만지며 화해하려 애쓰는 것 말이다.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다. 그렇다고 내가 경험해보지 않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곧 비정상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참 좋은 말이 가장 아름답게 쓰인 영화 가운데 하나를 골라보았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2007)다.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맡지 않았다면 훨씬 현실적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 속의 라이언 고슬링은 대단히 망가져 있으니 대충 용납해보기로 하자.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별일이 다 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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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마션> 삼시세끼 - 화성편
[정훈이 만화] <마션> 삼시세끼 - 화성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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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로 말할 것 같으면 다치는 일을 식은 죽 먹기처럼 하는 사람이다. 세명이나 되는 제부들은 아픈 엄마를 볼 때마다 이렇게 탄식하곤 한다. 아무리 봐도 인하대병원 돈은 장모님이 다 벌어다주는 것 같다니까요.
지난해 추석에는 펄쩍 뛰는 빨간 대야만 한 광어를 회로 치다가 엄마 손이 칼에 베였다. 피가 줄줄 새어나오는 손이 무슨 대수라는 양 수건으로 둘둘 감은 채 병원에 간 엄마는 도합 아홉 바늘을 꿰맸고, 그러고 돌아와서는 베란다에 쪼그리고 앉아 그렇게 붕대 감은 한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그놈의 광어새끼를 마저 회로 쳤다. 우리는 초고추장인지 엄마의 핏물인지 입에서 알싸하게 씹히는 광어회 접시를 좋다고 다 비워냈다.
올해 설날에는 연안부두에 가다가 트럭에 차가 받히는 교통사고로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다. 목에 깁스까지 한 채 절대안정을 요하는 의사의 소견에도 엄마는 외출증을 끊고 나가 장을 봐서는 뭇국을 끓이고 삼색 나물을 볶으며 육전에 어전을 부치고 사과에 배에 감에 대추를
[김민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아프니까 엄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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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한 채로 곯아떨어진 친구가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아이섀도를 닦아주는가 하면, 맨 얼굴로 초등학교 때 첫사랑을 만나러가는 친구를 급하게 불러 세워 자기 입술의 립스틱을 손가락으로 옮겨 발라주는 사이. 김혜진(황정음)과 민하리(고준희)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고 스무살부터 10년간 동거한 각별한 친구다. 둘의 친밀함과 신체접촉의 수위는 가끔 연인이나 부부처럼 보일 정도. 하지만 어린 시절 미소녀였으나 사춘기를 지나며 ‘역변’한 혜진과 9등신 ‘모태미녀’ 하리의 다정한 모습이 언제나 그늘 없이 말끔한 것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철저하게 섭취 칼로리를 제한하고 틈만 나면 요가나 운동을 하고 있는 하리에게 “아, 재수 없어. 예쁜 것들이 더 독해요”라며 혜진이 격의 없이 던지는 말이 그렇다. 혜진도 미소녀 시절엔 악성 곱슬머리를 감추려 꾸준히 파마와 드라이로 관리했었다. 그런데도 아름다움을 유지하는데 드는 노력을 모르는 사람처럼 말하는 것이다. 화려한 생일파티에 초라한 일상복 차림의 혜
[유선주의 TVIEW] 우정, 평범해서 비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