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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웨스 크레이븐 감독에 대한 애도를 표한다. 이제 그는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흉측한 몽마 프레디 크루거와 <스크림> 시리즈의 “헬로? 시드니?” 고스트 페이스의 창조자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물론 나 같은 웨스 크레이븐 빠에겐 말도 안 되는 공포 액션 <영혼의 목걸이>와 익스플로이테이션 레이프필름의 원조 <왼편 마지막 집> <공포의 휴가길>, 그리고 존 카펜터 감독의 명작 단편 <Gas Station>의 성희롱 카메오로 기억될 테고. 그리고 영화사적으론 공포영화의 대가 같은 뻔한 문구로 기록되기보다는 익스플로이테이션-팝콘무비-슬래셔-SF-드라마-코미디-액션 등의 장르를 넘나드는 장르의 개척자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조 단테 감독이 애도사에서 똑같은 말을 했다. “RIP Wes Craven! A pioneer in the genre!”).
웨스 크레이븐까지 돌아가시고 보니까, 이제까지 참 많이도 죽었다. 내
[곡사의 아수라장] 위대한 무브(M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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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 탈퇴 후의 박재범은 늘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그가 자신의 힙합 레이블 ‘AOMG’를 설립한 까닭도 있겠지만 더 정확한 이유는 그가 보여주는 ‘태도’ 때문이었다. 트위터 등에서 보이는 그의 태도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한국의 연예인’이 할 수 없는 것으로 가득했다. 요약하면 이런 것이었다. ‘좋아해주면 고맙지만 싫으면 어쩔 수 없어. 나의 행동을 싫어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미리 의식해 행동하지는 않겠어.’ 그리고 이런 그의 태도가 힙합이 장르적으로 고수해온 특유의 태도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 나에게는 중요했다.
박재범의 새 앨범에는 무려 18곡이 들어 있다. 또 노래보다 랩에 중점을 두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앨범과 관련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이 앨범을 통해 비로소 완전히 ‘힙합’ 뮤지션으로 거듭났다는 사실이다. 박재범은 이 앨범에서 자신의 성공이 정당한 과정을 통해 명분 있게 이룬 ‘셀프메이드’(자수성가)임을 강조하는 한편, 끊임없이 결과물을 발표하는
[마감인간의 music] 뮤지션으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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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검은 사제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
[정훈이 만화] <검은 사제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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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없는 땅에서 태어났기에 탐정은 될 수 없었지만 그의 꿈은 범인을 잡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신문기자가 되었다(경찰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기자가 탐문도 하고 추리도 하고 범인도 잡고 부업으로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노릇도 하며 악당을 물리치는 할리우드영화들을 보고 자란 탓이었다(기자가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연애를 하다가 연애도 하고 연애만 하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자랐다면 뭐가 되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범인 한번 잡지 못한 채 경찰서 문고리만 잡고서 애타게 기사를 구걸하던 몇년, 그에게도 마침내 기회가 왔다. 살인사건 용의자 집 앞에서 혼자 잠복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언더커버, 누가 봐도 기자 티가 나는 트렌치코트를 차려입고 잠복하던 그는 저 멀리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어린 시절 꿈을 떠올렸다. 그래, 내가 범인을 잡는 거야.
그는 빈집에 들어가 증거를 찾겠다면서 한밤중에도 눈에 확 들어오는 연한 베이지색 트렌치코트 자락을 펄럭이며 담을 넘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차라리 고양이를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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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7일 일기에 <더 홈즈맨>의 결정적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런던의 로열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서 열리고 있는 중국 미술가 아이웨이웨이의 회고전(~12월13일). <스트레이트>(Straight, 2008∼2012)는 2008년 쓰촨대지진으로 무너진 학교의 잔해에서 휘어진 철근들을 뽑아내 하나하나 두들겨 신품처럼 곧게 편 다음 거대한 물결 모양으로 쌓아올린 작품이다. 참사 당시 아이웨이웨이는 5천명이 넘는 어린이의 생명을 앗아간 건물 붕괴에 공무원들의 부패가 관련됐다고 판단하고 희생자 규모를 은폐하는 정부에 항의하는 운동을 벌이는 동시에 이 작품에 착수했다. 그러므로 제목 <스트레이트>에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 공명정대하다, 숨김없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전시실 양쪽 벽에는 시민들이 조사한 죽어간 아이들의 명단이 길이 15m, 높이 2.5m로 설치돼, 그들에게 바쳐진 예술가의 고요한 애도를 굽어보고 있었다.
10/17
“페미니스트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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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일 때 설득력을 가진다. 충격적인 사실 앞에서 즉각적인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무의식은 거짓말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이야기는 우리를 고통과 대면시킨다. 세계를 부정하는 으슥한 그늘로 우리를 끌고 들어가 이중부정의 윤리학을 펼친다. 그늘의 경계를 더듬어 빛의 자리를 만들어낸다. “다 거짓말이야!” 누구도 그렇게 반박할 권리가 없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진실의 자격은 그렇게 해체된다. 이야기가 비난받는 때는 거짓말이 충분히 숙련되지 못한 경우다. 도저히 속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을 때. 우리는 이렇게 혀를 찬다. 이 작가는 통찰력이 부족하다고. 거짓말은 통찰력의 산물이다. 거짓말이 불가능한 우주의 인간이라면 그 어떤 것도 통찰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받아들이면 된다.
세계는 겹을 이룬다. 세계는 세계를 부정하는 요소들로 구성된다. 거짓말은 거짓말 위에 세워진다. 에셔의 <그리는 손>처럼. 영화에서 벤츠
[손아람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다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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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면 안 된다. 둘째, 로봇은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단, 첫 번째 법칙에 위배되는 경우는 예외다. 셋째, 로봇은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법칙에 위배되는 경우 역시 예외다. 러시아 태생 미국 작가이자 SF소설 대가인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2년 단편 <런어라운드>에서 제시한 로봇의 3원칙이다. 2015년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할 로봇들에겐 이 3원칙이 유용할까.
tvN에서 ‘하이테크 시골 예능’, <할매네 로봇>이 방송 중이다. 사투리로 봐선 전라도의 한 시골에, 어느 날 로보-트 센타가 만들어지고, 장동민, B1A4 바로, 배우 이희준이 각자의 로봇과 함께 나타난다. 지정된 세 집으로 분산된 이들은 ‘할매’가 계신 그곳에서, 할매의 일손을 돕게 된다. 하이테크의 산물인 세 로봇은 호삐, 머슴이, 토깽이라는 극단적으로 아날로그스러운 이름을 받아들고 할머니의 다리를 주무르고, 마을
[김호상의 TVIEW] 로봇이 마늘을 빻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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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이 사랑하는 사람을 천국으로 인도하지요!
(중략)
너희, 사랑의 불꽃들아, 밝은 곳으로 향하자!
스스로 저주하는 자
진리는 구원해주리라.
(중략)
참으로 허망한 것
모조리 쓸어버리고,
영원한 사랑의 핵심
구원의 별이 빛나게 하라.”
-괴테, <파우스트> 비극 제2부 5막 중에서(강조는 인용자)
언젠가 과음으로 떡이 되어 뻗은 다음날. 홀로 있는 조용한 집에 나를 위해 끓여놓은 북엇국 한 수저를 간신히 떴다. 뜨끈한 국물이 내 식도를 타고 넘어갈 때 난 살았다는 안도의 신음을 뱉었다. 참회의 맛. 구원의 맛. 그 따뜻한 북엇국 한 그릇은 ‘여전한’ 사랑의 징표였다. 내 눈엔 눈물이 맺혔다.
누구나 용서받길 원한다. 누구나 위로받길 원한다. 구원받길 원한다. 다시 말해 사랑받길 원한다. 사랑이 없다면 이 모든 것은 불가능하고 사랑이 없다면 모든 것이 공허하다. 평생을 갈구한 지식들을 내팽개치고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은 뒤 젊음을 획득한 파우스트 박사.
[황덕호의 시네마 애드리브] 사랑과 구원을 위한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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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엄마>와 <친구 엄마> 등 이른바 ‘엄마’ 시리즈의 공자관 감독을, 그쪽 세계(?)를 모르고 살아온(확인할 방법은 없다) 정지혜 기자가 만났다. 지난주 뒤늦은 여름휴가로 런던에서 애비로드를 걸으며 비틀스의 추억에 젖고, 파리의 시네마테크에서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다시 한번 감상하며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했던 그로서는, 자신이 진행해야 할 차주 기획 기사 소식을 히드로공항에서 문자메시지로 접하고는 차라리 <데스티네이션> 같은 일이 벌어지기를 바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건 인터뷰가 끝난 뒤 오랜만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별일 없으신지 안부를 묻기도 했다는 정지혜 기자는 흥미롭고 즐거운 인터뷰 후일담을 들려주었다.
에로영화는 1980년대 한국 영화산업을 굳건히 지탱해온 장르였다. 그해 흥행 1위였던 안소영 주연 <애마부인>(1982)과 이대근 주연 <변강쇠>(1986)로 대표되는 선 굵은 시리즈의 계보는 당대 최
[에디토리얼] 헨젤과 그랬대, 싸보이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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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곡이 오늘도 쏟아진다. 각종 국내 음악차트 상위권을 점령한, 아이돌 그룹과 젊은 래퍼들의 호령 속에 의식적으로 ‘챙겨서’ 음악을 듣는 습관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지금껏 들어왔고 그래서 친숙하며 어느 정도 검증된 음악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고는 한다. 음악을 듣는 상황들이- 원고를 쓰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운동하거나- 점점 한정되기 때문인지, 그저 마음 움직이는 것이 게을러져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밴드를, 음악을, 연주를 마주하면 벅찬 기분을 느낀다. 친구들과 종종 “이제 새로운 음악이 나오지 않아도 될 것 같지 않아?”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자신들이 믿는 바를 그대로 연주하고 가사로 멜로디로 만들어 노래하는 ‘젊음’에 자극받고 흥분한다. 오늘 소개할 라이프 앤 타임(Life And Time)의 정규 1집 음반, 《랜드》(LAND)를 들었을 때 딱 그런 기분이었다. 첫곡 <급류>(Rapids)부터 바로 이어지는 기타 연주는 혼자 있어도 몸을
[마감인간의 music] 새 음악을 듣는 두근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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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더 셰프> 국정 레시피
[정훈이 만화] <더 셰프> 국정 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