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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상에 흔히 나오는 하소연들이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라고 하고, 대학 가면 직장 구해야 하고, 취직에 성공하면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기다린다. 결혼하고 나면 애는, 그리고 둘째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쇄말적인 관심과 질문들이 이어진다. 여자든 남자든 결혼 후에 자신의 취미와 가정생활을 양립하긴 어렵다. 프라모델 조립을 좋아하던 소년, 만화를 장르별로 사서 방 한구석을 채워나가던 소녀가 가정을 이루면 그들의 취미는 꿈속의 또 꿈이 된다. 이들 중에서 철저히 남자에게만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있다. XTM에서 방송 중인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수방사>가 그것이다. 정상훈, 김준현, 홍진호로 이루어진 특수 정예요원이 의뢰를 받고 출동한다. 그리고 의뢰인에게 계약서를 받는데, 무려 ‘집 포기 계약서’이다.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집을 개조하든 간에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의뢰는 특수하고 비밀스런 방식으로 실행되어진다. 가족
[김호상의 TVIEW] 남자들만을 위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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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영화를 찍는 법을 터득하는 감독이 있다. 지금 이 문장은 이상한 문장이다. 그럼 영화를 찍는 법을 끝내 익히지 못하는 감독들도 있다는 말인가? 수도원 같은 골방에서 홀로 포스 수련을 하는 이 오독의 남자는 영화를 무비(movie)와 시네마(cinema)로 나누는 편협한 개똥철학을 얘기해볼까 한다. 물론 ‘무비’가 다크사이드, 시스이고 ‘시네마’가 라이트사이드, 제다이라는 건 아니다. 무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주류영화 전체, 시네마는 그중에서 가끔씩 위대한 영화예술에 도달한 작품을 구분하기 위해 선택된 단어일 뿐이다. 어떤 연출자든 우선 영상에 대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영상을 다루는 자기만의 태도나 방식은 무엇보다도 궁극적인 유일한 관객으로서 카메라의 위치와 움직임을 정하는 작가의 시선에 대한 것이다. 눈앞의, 카메라 앞의 그림을 ‘보는’ 방식이 있고 ‘보여주는’ 방법이 있다. 보는 스타일에 머물면 무비로 남지만, 보여주는 시네마틱을 터득하면 시네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시네마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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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도 숨어 컴컴한 한밤중이었다. 하얗고 커다란 불빛 두개가 비틀거리며 밭두렁을 따라 돌진하다 우리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술을 마시고 있던 밭두렁 1m 앞에서 끼익, 하고 멈췄다(그 몇초 사이, 나는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추리닝 바람으로 객사하는 줄 알았다). 트럭 문을 열고 내린 붉은 얼굴의 아저씨는 학생들이 들고 있던 올망졸망한 종이컵을 보더니 피식 비웃었다. “야, 밥그릇 가져와!” 페트병에 담긴 30도짜리 소주를 사발에 따라 단번에 마신 아저씨는 학생들에게도 소주 한 사발씩을 돌리는 틈틈이 오이 몇쪽을 먹은 다음 마지막으로 다시 한 사발을 들이켜고는 트럭을 타고 떠났다, 비틀비틀. 나는 말리고 싶었다. “저기, 형님, 음주운전… 안 되는데….”(오빠라고 부르면 형수님이 화내고, 아저씨라고 부르면 형님이 화냄.) 아저씨는 다시 비웃었다. “이제 주차할 건데 음주운전은 무슨.” 그 주차장이라는 형님네 마당이 걸어서 20분 거리잖아요, 그것도 꼬불꼬불 울퉁불퉁 흙길 따라서. 먼 옛날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잡초가 몸에서 돋아나는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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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크리스마스도 오지 않았는데 2016년 신년호의 에디토리얼을 쓰는 기분이 묘하다. 보통 에디토리얼은 최종 마감을 하는 목요일이면 부리나케 쓴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한주를 보내고는 목요일 저녁 식사를 끝낸 뒤, 마치 일주일 내내 그런 생각을 품어왔던 것인 양 단숨에 써내려간다. 이번주에는 어떤 내용으로 쓰면 좋을 것 같으냐고 함께 식사하는 기자들을 다그쳐 아이템을 캐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애꿎게도 내 옆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로 급체가 왔던 기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사과를 전한다, 고 말은 하지만 내가 묻기 전에 아이템을 여러 개 준비해오길 권하는 바이다.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이전 편집장들도 거의 대부분 그러했던 것 같다, 고 믿고 싶다. 아무튼 뭔가 1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거창한 출사표를 내던지는 내용을 담고 싶은데 도통 머리가 돌아가질 않는다.
아마도 밤 늦게까지 이어진 좌담 숙취의 영향인 것 같다. 2015년의 천만 영화 <암살>과 <베
[에디토리얼] 아가씨와 밀정이 군함도의 곡성을 들으러 가는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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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루시드폴이 귤 모양 모자를 뒤집어쓰고 홈쇼핑에 등장했다. ‘대중음악 역사상 최초’로 홈쇼핑에서 자신의 앨범을 판매하기 위함이었다. 신보이자 통산 7집인 《누군가를 위한,》의 CD에 더해 직접 재배한 귤과 직접 쓴 동화책을 묶은 패키지 상품. 반응은 놀라웠다. 1천 세트가 단 9분 만에 매진된 것이다. 스위스 개그의 왕자가 ‘완판남’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색다른 홍보 방식으로 화제를 모은 루시드폴의 앨범에는 총 15곡이 담겨 있다. 제주도에서 작업했다는 이유 때문일까. 물처럼 유유하게 흘러가는 노래들이 하나둘 이어진다. 그러나 나는 루시드폴의 음악을 이런 방식으로만 해석하는 것에 좀 반대하는 쪽이다. 언뜻 듣기에 그의 음악은 무심한 표정으로 낭만적 정취를 노래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의 곡들 중 일부를 파헤쳐보면 거기에는 참혹한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의식이 송곳처럼 숨겨져 있다. 신보에서도 루시드폴은 타이틀곡 <아직, 있다>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마감인간의 music] “살아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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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은하 제국 못간다고 전해라
[정훈이 만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은하 제국 못간다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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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해’였다. 국제사회에서 최초로 성별(여성문제) 이슈가 정치적 의제로 채택된 역사적인 해였다. 제1회 세계여성대회가 멕시코시티에서 열렸고, 138개국 2천명의 여성이 참가했다. 대회 주제였던 ‘평등•발전•평화’는 이후 각국 여성정책의 기본 좌표가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프랑스 여성운동가들의 ‘세계 여성의 해’ 제정 반대 시위였다. 그들은 “1975년 여성의 해, 76년 염소의 해, 77년 닭의 해, 78년 말의 해”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경찰과 격렬히 대립했다. ‘여성의 해’는 여성을 보편적인 인간에서 제외하는 전형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표준적 인간이 아니라 노인, 장애인, 어린이와 함께 ‘특수한 인간’으로 간주된다. 남성의 해, 이성애자의 해, 비장애인의 해는 없다. ‘남성의 해’가 없는 것이 남성이 억압받는 증거인가. 이성애에 관한 책보다 동성애 관련 연구가 훨씬 많다. 이러한 현상은 이성애자 탄
[정희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여성의 해, 말의 해, 닭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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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준비를 마치고 고양이에게 인사한 후 합정역 입구에서 김밥을 사서 버스에 오르는 라여주(윤진서). 서른세살의 출판 편집자인 그녀는 일터로 향하는 버스에 앉아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의 하루는 늘 이렇다. 출근과 퇴근이 무한반복되는 인생. 시작과 끝이 없는 지하철 2호선처럼 말이다.”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일상 드라마가 주는 판타지도 이즈음이 아닐까 한다. 출퇴근이 무한히 반복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는 잠깐의 시간. 일정 수준의 소비를 유지할 수 있고, 사람 구실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 속에서 나른하게 아침 햇살을 받는 출근길은 고용이 불안정한 사회에서 작동하는 판타지가 된다.
올리브TV와 UMAX에서 방영하는 <나에게 건배>가 아침의 출근 장면을 반복해 보여준다면, 원작인 일본 드라마 <와카코와 술>의 오프닝은 매일 오후 다섯시 정각의 퇴근길이다. 소고기덮밥에 맥주 한잔을 곁들이는 호젓한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회식 자리에서 가방 먼저 밖으
[유선주의 TVIEW] 혼자서 만끽하는 술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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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면서 나의 활동 범위가 종로와 중구, 광화문과 명동 일대로 넓어졌다. 몇달에 한번씩 짝이 바뀌고 친해지는 친구가 새로 생기면 으레 그래야 하는 것이 친구 집 방문하기였다. 반 친구들 중에는 충무로와 장충동, 남대문에 사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그들의 집에 놀러가면서 낯선 곳의 골목을 돌아다니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이, 얼굴이 탁구공처럼 동글동글 귀엽게 생긴 구김살 없고 재미있는 친구의 집에 간 일이었다. 그를 따라 서울역 건너편 대우빌딩의 으스스한 뒷골목으로 들어갔는데, 붉은 벽돌로 된 오래된 건물 벽에 빨랫줄이 못으로 박혀 있었고 그 줄에 여자 팬티와 브래지어들이 널려 있었다. 멀리서 보면 벽에 팬티와 브래지어가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골목에는 커튼이 쳐진 유리문이 촘촘히 늘어서 있었고 이따금 만나는 사람들이라고는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들뿐이었는데, 친구는 그들에게 활기차게 인사를 하면서 통통 튀듯 오르막길을 걸어올라갔다. 아무것도 몰랐지만 직감적으로
[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독고탁을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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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스타워즈> 광팬이다.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서 있다. 아주 오래전 우연히 돌려본 채널에서 <스타워즈>를 처음 보았다. 곧바로 제국군의 이미지에 압도되었다. 조금 큰 이후에는 제국군을 향한 열망이 내안에 파시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지 오랜 시간 고민하기도 했다. 전세대가 레니 리펜슈탈의 <의지의 승리>를 보며 내심 걱정했던 것들을 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5: 제국의 역습>을 보며 느꼈다.
밥벌이에 나선 이후로 <스타워즈>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집 전체가 그냥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상점에 가깝다. 옆에 사람이 없을 때는 늘 다스 베이더의 숨소리를 따라하면서 걷는다. 나는 심지어 제다이를 종교로 믿는 사람들의 해외 그룹에도 가입되어 있다. 고백하기 어렵지만, 나는, 아 나는 아직도, 집에서 혼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간증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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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의 빈지노는 실로 대단했다. 빈지노가 이뤄낸 것들은 마치 전에 없던 것처럼 보였다. 다시 말해 TV에 나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고, 주류에 입성하기 위해 당연시되는 음악적 타협을 거부한 채, 이렇게까지 거대한 영향력을 갖게 된 래퍼는 대한민국에서 빈지노가 유일하다(또 있다면 그의 레이블 동료 두명 정도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빈지노를 ‘그냥 좀 모델 같이 생겨서 어쩌다 크게 뜬 래퍼’ 정도로 알고 있다면 이 가사를 곱씹어보는 편이 좋다. “난 아무거나 말하고 마는 가요 틈에 끼고 싶지 않아 몇번이고 말했듯, 난 지킬 거야 내 영역을,/ 잠시 떠들썩한 유행이 되는 것보다 어떤 유의 유형이 되는 게 much important.” 이 노래는 빈지노가 정규 앨범 발표에 앞서 먼저 공개한 곡이다. 지난 10월에 공개한 <Break>에 이어 이 노래까지 들은 후 드는 생각은 오로지 이것뿐이다. ‘빈지노의 정규 앨범은 얼마나 새롭고 대단할까?’ 늘 최고급 랩을
[마감인간의 music] 완결을 향한 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