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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문라이트>를 서둘러 챙겨본 것은 순전히, 배리 젠킨스 감독 스스로도 얘기했듯 왕가위 영화의 향기가 느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솔직히 크게 느끼지 못했고 잘 따라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섰지만, 어떻게 그 기분을 내보고자 했는지 그 애초의 마음만은 잘 알 것 같았다. <아비정전>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의 어떤 장면들이 떠오르는지는, <필름스테이지>에서 편집한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관계없이 왕가위를 좋아하고 블랙무비도 좋아하는 입장에서, 흑인 주인공의 삶을 담은 한편의 LGBT영화로서 좋았다. 그런 점에서 남녀 조연연기상을 각각 흑인 배우들인 <문라이트>의 마허샬라 알리, <펜스>의 비올라 데이비스에게 주고 <문라이트>에 작품상까지 안겨준 올해 아카데미는 꽤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2013년 4월12일,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문라이트>, 밤의 해변에서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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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크 도레무스의 영화 <이퀄스>(2015)는 ‘기쁨, 증오, 슬픔, 욕망’ 같은 인간의 감정을 통제해서 공동체의 절대적인 안정을 유지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감정의 기복 없는 평온한 정신 상태를 이상적인 사회로 그리고 있다.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지향은 동일한 유니폼과 집같이 개인의 다름을 제거하는 방식을 통해서 달성된다. ‘더러움’과 ‘비정상’이 없는 <이퀄스>의 미래 도시는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무지’의 인장 없는 제품들처럼 단순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지나 유니클로 광고를 보고 있는 착각을 갖게 하는 영화 <이퀄스>는 대부분의 장면을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촬영했는데, 특이하게도 실존하는 건축가의 건물을 사용해서 미래 도시를 만든다. 나는 자기의 건축 언어가 완성된 ‘건축가’의 건물이 영화에 나오면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건축가의 미적 자의식이 발현된 건축 형태는 자기 완결성이 있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SF영화 <이퀄스>에 안도 다다오와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건축이 어울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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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랩 게임은 내가 접수했지!” 같은 래퍼들의 가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게임이란 힙합 ‘신’ 혹은 힙합 ‘산업’ 자체를 가리키는 은어다. 때문에 래퍼의 이름이 게임인 건 힙합 안에서는 멋있는 일이다.
《1992》는 게임이 지난해 말에 발매한 최근작이다. 2005년, 닥터 드레의 지원을 받고 등장한 지 10여년 만에 벌써 8번째 정규앨범이다. 《1992》라는 앨범 타이틀은 대부분이 연상하는 그것이 맞다. 1992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취임, 선미의 출생,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게임이 이 앨범에서 이야기하는 건 LA 폭동, NBA 올스타전, O. J. 심슨 등이다. 미국인에다 캘리포니아의 악명 높은 소도시 콤프턴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인 만큼 자연스러운 소재다. 게임은 이 앨범에서 유년기에 겪은 폭력적인 환경과 다양한 사건, 갱단의 일원이었던 부모 등에 대해 생생하게 가사를 써낸다. 음악 속 가사가 곧 음악가 자신의 실제 이야기인 힙합
[마감인간의 music] 자전적인 가사의 힘 - 더 게임, <The Sound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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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아연실색할 행적이 드러나며 시작된 사건은 이제 클라이맥스로 달려가고 있다. 예상대로 탄핵이 되면 벚꽃대선이 전개된다. 몇달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오늘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실질심사가 진행된다. 사람들의 공분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대학 동창생이 이런 지경에 몰린 것은 처음이라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칼럼이 게재될 무렵이면 영장이 발부되거나 기각되어 있을 것이다. 연수원을 함께 다닌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미 구치소에 있다. 우 전 수석과는 동창생이라는 것 외에 인연이 없지만 조 전 장관은 연수원 시절 한반에서 가깝게 생활했다. 화려한 길을 걷다 경계를 넘어선 그는 젊어서는 냉혹한 정치와 거리가 멀었고 선량했다. 특검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문득 이 세계의 위험을 실감한다. 지난해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뒤늦게 빠져들어 예측 불허의 이야기에 농락당했다. 인간의 본질과 세
[조광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한국은 내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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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1월17일, 해안가 작은 마을에서 총성이 울렸다. 무장대의 습격으로 군인 두명이 죽었다. 시신을 발견한 마을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열명의 원로가 시신을 들것에 담아 군부대를 찾아갔다. 군인들은 흥분했다. 경찰가족 한명을 뺀 아홉명을 그 자리에서 사살했다. 그리고 마을을 급습했다. 가옥 400여채가 화마에 휩싸였다. 1천여명의 주민을 운동장으로 몰아넣은 군인들은 아이들에게 빨갱이 가족을 골라내라고 지시한다. 여의치 않자, 마구잡이 학살이 시작됐다. 경찰 김병석은 증언했다. “군 지휘관들은 적을 죽여보지 못한 사병들의 경험을 위해 박격포 섬멸 대신 총살을 택했다.” 북촌리에서 443명이 숨졌다. 살아남은 남자가 없다시피 했다. 이듬해 전쟁이 터지고 3년이 지나서야 끝났다. 1954년 1월, 주민들은 전쟁 때 죽은 마을 출신 장병의 추도식 자리에 모였다. 이때 누군가 “오늘은 우리 마을이 불타 사라졌던 날이기도 하니 그때 죽은 이들을 위해 묵념하자”고 제안하자, 아이고 아
[노순택의 사진의 털] 촛불은 인민 태극기는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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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가브리엘 액셀 / 출연 스테판 오드랑, 보딜 크예르, 브리기테 페더슈필 / 제작연도 1987년
재미삼아 페이스북에 돌아다니는 ‘나를 설명하는 문장’이라는 검사를 해봤다. 그 첫 번째 특징으로 ‘멋진 요리사’가 나왔다. 결과를 본 페친들이 의외라며 놀려댄다. 정치학을 공부하고 정치권에서 온갖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내게 여전사는 몰라도 요리사는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피곤에 지쳐 영화 한편 보고 싶을 때 내가 주저 없이 택하는 건 요리영화다. 음식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일본 시골의 소박한 음식을 보여준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은 물론 <남극의 쉐프> <아메리칸 셰프> <식객> <줄리 & 줄리아> <라따뚜이> <로맨틱 레시피> 등 요리를 소재로 한 영화는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요리란 내가 힘들고
[내 인생의 영화] 조기숙의 <바베트의 만찬> 음식은 종교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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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영화에서처럼 막 러블리하고 그렇진 않다.” 갓 결혼한 커플이 함께 양치질을 하는데, 막상 상대가 보는 앞에서 거품을 뱉기 민망해서 괜히 길어지는 칫솔질 소리가 욕실에 울린다. 거리낌 없이 방귀를 붕붕 뀌어대는 배우자와 오래 살고 있다면 tvN <내일 그대와>의 송마린(신민아), 유소준(이제훈) 커플의 풋풋함이 귀엽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겐 생활과 습관이 다 섞여들 만큼의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시간여행자인 소준이 다녀온 미래에선 둘이 3개월 만에 헤어지게 된단다. 3년 후 같이 죽게 되는 운명을 바꾸려 한 결혼인데, 그마저도 곧 깨진다니. 뭐가 잘못된 걸까?
낡은 브래지어를 버리려다 도로 세탁기에 넣고 새 속옷을 사느니 술 사먹는다 흥얼거리던 마린의 삶에서 생활감이 사라진 건 소준과 급하게 결혼한 후부터다. 거실에 걸린 커다란 결혼사진만 치운다면 소준의 집에 마린의 흔적은 남지 않는다. 나쁜 술버릇, 속물 엄마, 아역배우였다가 잘 안 풀린 케이스로
[유선주의 TVIEW] <내일 그대와> 말이 통해야 운명을 바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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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23 아이덴티티> 누가 이런 만행을?!!
[정훈이 만화] <23 아이덴티티> 누가 이런 만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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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모레 오십인 선배가 난생처음으로 반백년을 멀리하던 드라마에 빠졌다. 그래, 당신이 생각하는 그 드라마가 맞다, <도깨비>. 좋은 날도 좋지 않은 날도 어중간한 날도 <도깨비> 재방까지 돌려 보던 선배는 관심없다는 나를 붙들고 굳이 <도깨비> 스토리를 설명하다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근데 그 비서가 간신의 환생이야. 엄청난 복선이라고 할 수 있지.” … 요새 이런 사람 많다더니.
내가 손수 독사진까지 검색해 보여주어도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고 우기던 선배는 배우 이름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망연자실, 자학에 빠졌다. 노안이 왔나봐, 아니야, 총기가 떨어진 거겠지, 설마 둘 다인 건가, 중얼중얼.
나는 총체적 노화에 시달리는 선배를 위로하고 싶었다. 남 일 같지가 않았다, 나도 멀지 않았거든. “괜찮아, 헷갈리는 사람 많대요. 도깨비 비서 연관 검색어가 간신이라니까? 그래도 왕여가 여진구인 줄 아는 사람보다는 낫잖아요.” 선배는 화들짝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패셔니스타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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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캐릭터로는 더 할 얘기가 없어 여성주인공을 내세웠다”, “영화를 보는 동안 지루할까봐 그런 음악을 쓰는 것일 뿐”, “영화감독에게는 무엇보다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 등 B무비의 거장 스즈키 세이준은 남다른 상상력과 특유의 ‘쿨’한 태도로 영화계의 기인(奇人)으로 통했다. 자신의 영화 <살인의 낙인>(1967)을 리메이크한 <피스톨 오페라>(2001)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당시 원작과 달리 여성주인공을 내세운 이유, 록음악과 일본 전통음악을 흥미롭게 뒤섞은 사운드트랙, 오랜 영화계 생활을 해오면서 영화감독이 지녀야 할 덕목에 대한 질문에 위와 같이 답했다. 뿐만 아니라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으로부터 <피스톨 오페라> 상영 전 감사패를 받고는 ‘손이 풀려’ 감사패를 떨어트리는 해프닝을 연출했는데, 심지어 영화 상영 도중 그 트로피를 가슴에 꼭 안은 채 숙면을 취하기도 했다. 귀엽게도(?) 세계적인 거장이 자기 영화 상영 때 졸았으니 이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스즈키 세이준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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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초상화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독일 화가 티슈바인이 그린 그림일 것이다. 괴테가 흰색 망토 모양의 긴 겉옷을 걸치고, 로마 근교를 배경으로, 그리스 로마의 신처럼 비스듬히 누운 듯 포즈를 잡고 있는 그림이다. 괴테의 오른쪽 옆에는 신화를 조각한 돌이 있고, 가운데 약간 뒤로는 제국의 폐허인 기원전 1세기의 건축물 ‘메텔라의 묘지’(Mausoleo di Cecilia Metella)가 보인다. 신고전주의 그림답게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안정돼 보이며, 문호 괴테는 조화로운 자연의 주인공처럼 전면에 강조돼 있다. 작가 괴테와 화가 티슈바인은 친구 사이였고, 로마 인근을 여행할 때는 길동무였다. 두 예술가 모두 로마의 찬양자였는데, 이들이 로마만큼이나 애정을 갖고 방문한 곳이 바로 로마 근교의 ‘카스텔리 로마니’(Castelli Romani)다. 그림의 맨 뒤, 야트막한 산 주변에 형성된 14개의 작은 도시들을 합쳐 부르는 이름이 카스텔리 로마니다.
로마 근교의 전원 풍경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카스텔리 로마니’ - 로마 근교 전원도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