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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한다고 감옥에 가지는 않는다. 거짓말의 법적 책임을 묻는 건 그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다. 거짓 소문을 내서 타인의 평판을 떨어뜨렸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고,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적시하면 사기죄가 된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공유하는 상식과 일치한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거짓말이 아닌 경우에는 어떨까. 진실을 말하는 것이 죄인가? 한국의 현행법에서는 그렇다. 진실일지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죄다. 공익목적의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를 두고 있지만, 아무런 사심 없이 오로지 공익만을 목적으로 했다는 걸 증명하도록 하고 있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 내려지곤 한다. 사회정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지금까지 이 법으로 인해 부당하게 처벌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외치는 이유다.
타인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는 어떨까. 과장이든 비하든 관계없이 당연히 사기다. 그렇다면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거짓말과 소설적 진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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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달에 이르는 ‘박근혜퇴진 광화문 캠핑촌’의 험난했던 농성투쟁은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들의 결의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블랙리스트 비정규직 노동자/해고노동자와 함께 도모한 일이었고, 장기농성에 ‘단련된’ 노동자들이 아니었다면 단 며칠을 버티기 힘든 투쟁이었다. 단련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그 말은 틀렸다. 겪어보니 그것은 단련될 수 없는 일이었다. 한뎃잠은, 심신을 흔들어대고 바스라뜨릴 뿐 단단하게 하지 않는다.
몇년 전부터 거리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의 연대쉼터를 짓자며 뜨겁게 벌였던 ‘꿀잠’ 운동은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행동 와중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집짓기 운동의 일꾼 모두가 겨울 광장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근혜씨가 큰집에서 쉬기 시작함과 동시에 누군가들은 작은집을 짓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한뎃잠 자던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가, 인권운동가, 종교인, 법조인, 학생 등 숱한 이들이 ‘노가다’ 일꾼으로 뛰어들어 먼지를 뒤집어
[노순택의 사진의 털] 분노의 뼁끼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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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이미언 셔젤 / 출연 라이언 고슬링, 에마 스톤 / 제작연도 2016년
모든 것의 시작은 <캐롤>(2015)이었다. 개봉한 평일 이른 시간부터 매진 행렬을 이어가더니 관객으로부터 ‘캐롤마당’이란 별칭까지 얻었고, 몇주가 지나도 그 열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적은 수의 좌석을 가진 극장 중 하나일 이곳(KT&G 상상마당)에서 일하며 줄곧 해온 생각이 있다. 영화 한편의 개봉을 결정한 순간, 가능한 한 그 영화가 가장 오래 상영된 극장으로 남고 싶다는 다짐이었다. 그것이 극장이 영화와 관객에게 보낼 수 있는 최선의 예의이자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여전히 뜨겁기만 한 <캐롤>의 마지막은 언제가 되어야 하지?’란 생각이 들었을 때 달력을 넘겨 크리스마스를 확인했다. 2016년의 크리스마스는 일요일이었고, 그 해의 남은 일요일 저녁마다 이 극장에선 매일 <캐롤>이 상영되었다.
사실 일요일 저녁은 그런 시간이
김신형의 <라라랜드> 일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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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베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레이디 맥베스>의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은 미장센으로 우선 주인공을 감금한다. 캐서린(플로렌스 퓨)은 코르셋과 크리놀린에 한번 갇히고 채도 낮은 가구와 계단, 창틀이 그리는 네모 안에 다시 담긴다. 집 안에는 책 한권, 오락거리 하나 없다. 영화 후반 캐서린의 뒷모습은 실내에 홀로 있는 여성과 인테리어를 즐겨 그린 덴마크 화가 빌헬름 함메르쇼이(1864~1916)의 그림을 그대로 가져온 것만 같다. 그러나 얼굴 없이 뒤돌아선 여성의 침묵을 묘사한 함메르쇼이의 작품과 반대로 캐서린은 수시로 장의자 중앙에 앉아 정면을 쏘아보며 다음 행보를 궁리한다. 함메르쇼이의 그림 속 여성을 돌려세우고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레이디 맥베스>에 만족할 것이다.
08/10
이것은 유혈극 버전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일까? <레이디 맥베스>의 야심은 그보다 복잡해 보인다. 영화를 여는 결혼식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라스트 우먼 스탠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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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부의 소문난 중국집 팔팔반점에는 두명의 배달 실력자가 있다. 한 가게에서 두달만 일하고 다음 가게로 뜨는 최강수(고경표)는 정착하지 못하는 인물이고, 이단아(채수빈)는 한국을 떠나려 이민자금을 모은다. 이들이 이른바 ‘흙수저’라면, ‘금수저’도 있다. 재벌 집 둘째 아들로 태어나 경쟁도 성취도 모르고 살아온 오진규(김선호)는 새벽에 도로를 막고 즐기는 레이싱 경주에서 짜릿함을 구하고,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살다가 대책 없이 독립한 이지윤(고원희)은 세상의 위험을 실감해본 적이 없다.
KBS2 <최강 배달꾼>은 접점 없이 살아가던 이들 네명이 사회 안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인과를 따져간다. 오진규의 레이싱이 있던 날, 강수의 후배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막힌 도로를 우회하다 제때 병원에 도착하지 못해 사경을 헤매게 된다. 후에 강수를 통해 이 일을 알게 된 진규는 다만 여흥이었을 뿐 “그런 일 생기라고 벌인 일은 아닌데”라고 말한다.
상가를 사들이고 임대료를 올려
[TVIEW] <최강 배달꾼> 인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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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선생은 인류의 마지막 자존심 입니다.
[정훈이 만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선생은 인류의 마지막 자존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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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영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 결과적으로 영화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예술이라는 데서 발생하는 것 같다. 촬영에 들어가면 최소 3, 4개월 이상, 후반작업까지 감안하면 거의 1년 가까이 절대적 작업 기간 또한 필요로 한다. 문학이나 음악처럼 순간의 영감으로 하룻밤에 완성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고, 혼자 고독과 싸워가며 만들어내는 개인적인 작업도 아니다. 배우의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고, 이런저런 장비를 대여해야 하며, 교통과 날씨 등 고려해야 할 변수도 너무 많다. 또한 그것은 ‘촬영현장’을 통해 스탭 모두에게 오픈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트북이나 작업실을 공개하지 않으면 전혀 노출되지 않는 여타 예술의 작업과정과 달리 영화는 그 제작과정을 감독 외의 많은 이들이 아낌없이 공유한다. 그러니 영화가 완성되기도 전에 스탭들이 그 제작과정의 기록을 무턱대고 SNS에 올려버리기도 한다. 스탭의 별것 아닌 SNS 불평도 ‘모 영화현장의 불합리한 처우’로 둔갑해버리는 세상이
[주성철 편집장] 결국 영화를 지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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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 <겟 아웃>(2017)을 보고 힐시티(Hillcity)란 제목의 건축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그 이유는 둘 다 ‘이종교배’를 통해서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0년 프랑스의 지방도시 그르노블에서 진행된 한 공모전에 네덜란드 건축가 3명이 한팀을 만들어 건축계획안을 제출했다. ‘2000년을 위한 주거형식’이라는 공모전 주제에 대응한 이들의 안은 ‘힐시티’(Hillcity)라는 다소 평범한 제목을 갖고 있었다. 디자인의 측면에서 보면 고루하다고 할 수도 있는 양식의 주택들(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집장사’ 집이라고도 불릴 수 있는 주택)을 언덕 위에 배치한 계획이다. 이들의 계획안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그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계획 속의 언덕은 콘크리트를 사용해서 만든 인공 구조물이다. 자연을 인공적인 형태로 바꾸는 데 거리낌이 없는 나라의 이 건축가들은, 도시 안에 작은 ‘산’을 건설하기를 제안한다.
[영화와 건축] 공포영화 <겟 아웃>을 보고 건축 프로젝트 ‘힐시티’가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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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태어난 아마드 자말은 수십년에 걸쳐 대중적인 인기와 존경을 얻었다. 올해도 8곡을 꽉 채운 한 시간짜리 음반 《Marseille》를 출시할 정도니 말이다. 1940년대 미국 흑인 사회의 전형처럼 그는 일요일마다 침례교 교회에 다니는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 하지만 20대 초반에 접어들며 이슬람 문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1950년은 자말에게 특별한 해로 남았다. 저명한 재즈 클럽들이 존재하는 시카고로 터전을 옮겼고, 이슬람교로 개종한 것이다. 프레데릭 러셀 존스라는 본명 대신 ‘아마드 자말’로 이름도 바꿨다. 동시에 스리 스트링스라는 트리오를 이끌며 재즈 클럽에서 경력을 쌓았다. 자말의 밴드는 밤마다 클럽에서 연주했다. 재즈 음악가들의 자유로운 선율과 유연한 연주는 이토록 ‘라이브’ 공연이 익숙한 환경에서 나온다. 1958년 1월, 시카고 퍼싱 호텔의 퍼싱 라운지 연주 실황 중 직접 고른 8곡을 담은 음반이 《At the Pershing: B
[마감인간의 music] 아마드 자말 《At the Pershing: But Not for Me》, 이 한장의 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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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네개’를 단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의 소위 공관병 ‘갑질’ 뉴스로 시끄럽다. 여단장이나 사단장이 부대에 시찰 나온다는 소식에 갑작스레 모든 일정을 중지하고 미화공사에 동원되었던 경험이 없는 예비역이 있을까. 박찬주 대장의 ‘갑질’은 그저 군대 내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다. 최근 몇년 사이에 떠오른 ‘갑질 논란’이 말해주듯, 한국에서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을에 대한 갑질이 자행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갑과 을의 관계가 언제나 변동 가능하다는 데 있는데, 여기서 서러웠던 을은 저기서는 갑이 되어 다른 을에게 갑질을 하기 일쑤다.
여간해서는 변치 않는 갑을 관계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관계다. 이 둘의 관계는 나이 차이라는 전통적인 조건에 더해 경제불황의 장기화라는 특정한 경제적 조건으로 인해 철저한 갑을 관계로 구성된다. 2015년 벌어졌다 최근에야 보도된, 전 러시아문화원장의 여대생 성추행 사건이 전형적이다. 50
유구한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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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리안 / 출연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 제작연도 2012년
‘내 인생의 영화’라는 주제를 듣자마자 ‘아! <라이프 오브 파이>에 대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영화는 나로 하여금 입체영상 공부에 뛰어들게 해준 <아바타>지만, 3D 입체에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시키면서 치유에 관한 콘텐츠(<당신의 기억은 안녕하십니까?> 치매 체험 드라마)를 제작해보니 스토리텔링 안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와 더불어 치유에 관한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3D 입체를 활용해 가장 정신적이고 근원적인 이야기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내 인생의 영화라는 주제를 듣자마자 <라이프 오브 파이>가 떠오른 것은 나 역시 새롭게 발전하는 기술을 통해 정신적이고도 근원적인 이야기를 하고픈 욕망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바타>가 내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준
전우열의 <라이프 오브 파이> 기술적인 황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