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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자녀를 집에 들인 남편과 이혼하지 못하는 재벌가 막내딸 김정혜(이요원)와 자식이 학교폭력에 휘말린 재래시장 생선장수 홍도희(라미란), 가정폭력 피해자인 중산층 전업주부 이미숙(명세빈). 부암동에 사는 세 여자가 복수 품앗이를 위해 모임을 결성했다. ‘부암동 복수자 소셜 클럽’이라는 거창한 이름은 짓자마자 ‘복자클럽’이라 줄어들었고, 대책 없이 모여서 제일 먼저 한 합의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의 복수가 좋겠다는 거였다. tvN <부암동 복수자들>은 복수를 전면에 내걸고 있지만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자신과 주변을 갈아넣는 눈먼 복수자가 주인공인 드라마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일반적인 복수극이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를 앗아간 대상에게 억울함을 터뜨리다 악인과 닮아가고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뒤늦게 치유되는 흐름이라면, 복자클럽 멤버들은 지키고 보호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조심스럽다. 또한 이들은 상처 입은 각자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제일 먼저 자신들을 돌본다. 생
[TVIEW] <부암동 복수자들> 나, 우리,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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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블레이드 러너 2049> 박사님께서 창조하신 리플리컨트 임시 NO.5 입니다
[정훈이 만화] <블레이드 러너 2049> 박사님께서 창조하신 리플리컨트 임시 NO.5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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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딱히 기분 좋은 일도 없고, 한동안 한국과 미국의 야구에 빠져 지냈기에 야구 얘기나 해보려 한다. 먼저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창단 55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전해지지 않을 축하인사부터 보낸다. 애스트로스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보이후드>(2014)를 보면서였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고향이 휴스턴이고 또한 애스트로스의 팬이었기에, 영화 속 아버지(에단 호크) 또한 자식들과 경기장을 찾은 장면에서 거의 PPL을 하듯 애스트로스를 찬양했다. 실제 링클레이터는 야구선수가 꿈이었지만 부상을 당하면서 더이상 야구를 하지 못한 개인적인 기억이 있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리처드 링클레이터: 꿈의 연대기>(2016)나 자신이 직접 연출한 <에브리바디 원츠 썸!!>(2016)에 잘 담겨 있다.
아무튼 과거 실제 현장에서 촬영한 <보이후드>에서 그들은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가 마운드에 섰던 경기를 지켜
[주성철 편집장]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우승, <보이후드>와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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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블레이드 러너>(1982)의 1992년 감독판과 2007년 파이널컷보다 최초 극장 개봉 버전을 더 좋아한다. 해리슨 포드 스스로 계약 때문에 군더더기만 붙이는 짓인 줄 알면서도 할 수 없이 녹음했다는, 무성의하지만 친절한 내레이션이 있는 그 판본. 감독판과 파이널 컷에서 데커드(해리슨 포드)가 레이첼(숀 영)과 함께 달아나기로 결심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뚝 끝내버린 결말은 리들리 스콧 옹이 스스로 위대한 작가임을 애써 재확인받으려는 듯 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화란 감독 뜻대로 되기는 어려운 예술이고, 나는 그 고통이 담긴 만신창이 버전에 더 마음이 간다. 이후 작품마다 2차 매체에서 온갖 판본을 재생산하는 스콧 옹의 결정판 집착은 서글프다.
뉴 비디오 프로덕션에서 출시한 VHS 비디오 제목, <서기 2019년>으로 영화를 처음 본 이후 내게 작품의 최종 결정판은 오직 하나였다. <샤이닝>의 자투리 필름에서 얻어온 대자연의 풍광이 펼쳐지면서
리들리 스콧 <블레이드 러너>와 드니 빌뇌브 <블레이드 러너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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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길을 걷다 갑자기 떠올라 디스트로이어의 2015년 앨범 《Poison Seasons》를 플레이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과연, 밴드 이름과는 상반된 섬세한 결의 사운드가 울려퍼지자마자 나는 이 음반이 걸작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디스트로이어는 캐나다에서 결성된 록 밴드. 그들에 관한 또 다른 글을 이 지면을 통해 쓴 적 있지만, 이렇게 다시금 호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 앨범 《ken》(2017)이 막 발매되었는데, 이 또한 환상적인 음악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ken》의 전체적인 기조는 《Poison Seasons》와는 조금 다르다. 《Poison Seasons》가 서정적이면서도 시네마틱했다면, 《ken》은 몽롱하고, 꿈결 같은 사운드와 록, 그리고 신스 팝 사이를 오고 간다. 광활하고, 다채롭다. 요즘 날씨에 정말이지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받아들여도 좋겠다. 한곡만 추천해야 한다면 <Tinselton Swimming in Blood>를 선택할 듯
[마감인간의 music] 디스트로이어 《Poison Seasons》, 더욱 선명하게, 디스트로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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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북부의 한 도시에 두달 넘게 머물고 있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한국의 1년보다 더 많은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오해를 살까봐 말하는데, 한국에서 나는 왕따가 아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이곳의 친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소개받았고 간혹 초대를 받아 모임에 갔다. 이때 대화 상황은 대부분 ‘집’에서 발생했다. 정원의 화초, 반려견, 준비한 요리…. 대화의 소재는 계속 뻗어갔다. 최근 접한 기사와 책, 참여한 지역 행사와 학회, 이 모든 것을 거미줄처럼 엮는 지식과 경험.
나는 생각했다. 자유로운 거주가 가능한 물리적 장소야말로 대화를 발생시키는 중요한 요건이다. 그 장소에서 자아와 타인이 연결되는 빈도와 강도는 높아진다. 이는 분명 중산층 이상의 계급에 유리한 조건이다. 그들에게는 정원이 딸린 집과 재정적 뒷받침을 해주는 직업이나 세습 재산이 있다.
그러나 집이 있다고 늘 대화가 가능한 건 아니다. 일단 당신
어떤 곳의 어떤 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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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큰아이가 어릴 적부터 품어온 한결같은 소망은 개를 키우고 싶다는 거였다. 6살 막내 녀석까지 가세해 “개 키우고 싶어~” 노래를 불러댔다. 나는 단호했다. 아빠도 개를 좋아하지만 아파트에서 키우는 건, 사람에게도 개에게도 못할 짓이라며 설득을 이어갔다. 직업의 이유도 있었다. 피와 땀이 밴 소중한 필름더미들 사이로 개털이 날아다니는 건 아니 될 일이었다. 아이들의 꿈은 기약 없이 유보될 듯 보였다. 그러던 지난겨울 집주인이 갑자기 집을 파는 바람에 쫓기듯 이사를 했고, 오래됐지만 마당에 감나무가 있는 집을 간신히 빌렸다. 인연이 닿으려고 한 것일까. 강화도에 사는 선배의 개가 여러 마리 새끼를 낳았다. 키울 사람을 수소문 한다기에 번쩍 손을 들었고, 아이들은 강아지를 데려오기도 전에 좋아 난리였다.
두어달 어미젖을 먹어야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다기에 기다렸다가 강아지를 받아왔다. 까만 리트리버였다. 녀석의 어미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유기견이었다. 탐지나 맹인안내를 하
[노순택의 사진의 털] 밋밋한 자유 구속된 박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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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 출연 말론 브랜도, 알 파치노 / 제작연도 1972년
내 오랜 꿈은 <씨네21>에 ‘내 인생의 영화’를 기고하는 것이었다. ‘영화감독 김민식’이라는 소개를 달고. 1996년 MBC 입사 이래 20년 가까이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하며 언젠가 내가 만든 드라마가 대박나면 극장판을 만들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인생이 참 기구하다. 2012년 MBC 노조 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170일간 파업을 했다. 그때 구속영장 청구로 유치장에 함께 간 집행부 동료들이 다 해고되고, 나는 정직 6개월을 받았다. 지난 6년, MBC의 몰락을 지켜봤고, 올해 초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며 사내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그 장면이 최승호 감독의 영화 <공범자들>에 나오면서 <씨네21>에 출연자 인터뷰를 하고 ‘내 인생의 영화’ 원고 청탁을 받았다. 연출이 아니라 출연으로 <씨네21>과 인연을 맺을 줄은 꿈에도 몰
김민식의 <대부> 괴물과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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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SNS를 뒤적이다가, 한 신조어에 오랫동안 눈이 머물렀다. 미국의 직장인들 사이에 유행한다는 신조어, 클로프닝(clopening). 클로징과 오프닝을 묶어낸 이 말은 상점이나 카페의 종업원이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매장 문을 닫고 퇴근한 다음, 불과 몇 시간 뒤 새벽에 다시 출근해서 매장 문을 여는 것을 가리킨다. tvN의 복지국가 비기닝 프로젝트-<행복난민>이 복지국가의 표본 덴마크로 떠났다. 프로젝트 팀장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을 필두로 <한국이 싫어서>의 장강명 작가, 박재민 배우가 한팀을 이룬다. 화두는 우리 모두 일상적으로 되뇌는 말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힘들게 일하며 살고 있을까?’ 주 4일, 30시간을 일하면서도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이뤄낸 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퇴근시간이 오후 4시인 나라. 그냥 듣기엔 마냥 부럽기만 한 나라에 노동 전문가인 심상정 의원이 직접 간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공중파 방송의 길어지는 파업에 자괴
[TVIEW] <행복난민> 행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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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지오스톰> 기후통제위성센터가 위성을 분실했다는 소식입니다.
[정훈이 만화] <지오스톰> 기후통제위성센터가 위성을 분실했다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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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에디토리얼에서 얘기했던 ‘남배우A 성폭력 사건’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판결된 후, 이번 사건의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10월 24일 유죄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이번호 18쪽 포커스 ‘#STOP_영화계_내_성폭력, 싸움은 계속된다’ 참조). 예상대로 피해자 여배우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편지를 통해 심경을 전했다. 내용 중 “연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나의 방식”이라는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역시 지난호 에디토리얼에서 언급했던 그 여배우가 곽현화와 만난 자리에서도 그랬다. “여성 영화인들이 제보하고 폭로할 때는, 사실 업계를 떠날 각오까지 하고 그러는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살아남아 활동하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그날 모두의 다짐이었다.
하지만 유죄판결 환영 기자회견 다음날, 인터넷 언론 <디스패치>에서 마치 남배우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는 것 같은 기사를 썼다. 입수한 메이킹 필름의 캡처 화면을 써가며, 심지어 법영상분석연
[주성철 편집장] 다시, 남배우A 성폭력 사건 유죄판결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