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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영화를 보면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디자인은 영화 <로건>(2017)에 나오는 자율주행 트럭이다. 스토리의 전개에는 로건(휴 잭맨)이 운전하는 리무진이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더 인상적인 디자인은 자율주행 트럭이다. 영화에서 배경이 되는 2029년은 자율주행이 상용화된 상태이고, 운전자주행 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에 공존하고 있다. 자율주행 트럭은 로건과 자비에 교수(패트릭 스튜어트)가 돌연변이 소녀 로라(다프네 킨)를 데리고 미국 중서부 고속도로를 횡단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자율주행으로 달리는 대형 트럭 하나가 로건의 픽업트럭 앞으로 무리하게 끼어들고 이를 급하게 피하던 로건이 역방향으로 주행하는 장면이다. 로건의 트럭을 무시하며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자율주행 트럭의 모습은 시대에 뒤처져 소수자로 변해버린 운전자 자동차의 모습을 보여준다.
관습적인 선택으로부터 벗어나라
<로건>에서 미래의 자율주행 운송트럭은 운전석 공간이 사라진 형태다
[영화와 건축] 공간구조와 이야기구조를 통해 <로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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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MBC 파업 사태가 끝난 후 들은 <배철수의 음악캠프> 팟캐스트 재방송에 노래가 한곡 나왔다. ‘여기는 관제소, 톰 소령에게’(Ground Control to Major Tom)라는 후렴구가 떠나지 않는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였다. 우주비행사 톰 소령과 지구의 관제탑간의 교신 내용을 ‘열린 결말’로 마무리하는 곡이다. 정극 연기에도 해학이 배어나오는 벤 스틸러 감독·주연의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이 노래가 나온다. 월터가 용기를 내며 헬리콥터로 달려가는 장면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 위그가 이 노래를 부르며 응원한다(월터의 상상이지만). 망상 속에서만 어딘가로 떠나던 월터처럼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는 평소 갈 일 없던 이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었다.
가끔 영화란 가사가 오래 맴도는 노래와 닮았다. 극적으로 포장한 월터의 여정이 내 삶과 비슷하다고 말하긴 어려우나 세세한 장면 장면에 나타난 감정이 마음에 겹쳐 들어와
[마감인간의 music] 데이비드 보위 《David Bowie》, 노래로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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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 <패터슨>은 시를 쓰는 버스 운전사의 일상을 그린다. 뉴저지주의 소도시 패터슨에서 버스 운전을 하는 패터슨은 매일 아침 6시 언저리에 일어나 출근하고, 점심시간는 홀로 도시락을 먹으며 시를 쓴다. 집에 오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개를 산책시키고, 바에서 맥주 한잔을 먹은 후 다시 잠든다. 정해져 있는 일상은 반복된다. 극적인 사건은 발생하지 않으며,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상의 반복을 뒤흔들지 않고 따라간다. 일상은 그 단어가 원래 말하듯, 그런 반복의 연속이다.
패터슨은 일상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는 노트 하나를 가지고 다니며 시를 쓰는데, 시를 쓰다가 버스 운전을 할 때가 되면 얼른 노트를 덮고 운전대를 잡는다. 흔히 ‘시’는 ‘일상’의 지리멸렬함을 넘어서는 어떤 곳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곤 한다. 뮤즈의 영감을 받은 시인이 열정에 넘쳐 밤새 시를 쓸 때 일상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이 영화의 버스 운전사는 일상을 부정하고 시에 모든 것을
시인이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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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 출연 마에다 고키, 마에다 오시로, 오다기리 조, 오쓰카 네네 / 제작연도 2011년
영화가 시작되면 가고시마의 아침이 보입니다. 아이가 일어나 화산재를 털어내고 학교 갈 준비를 합니다. 카메라는 충실히 그의 등굣길을 따라갑니다. 집에서 소일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고 다정한 엄마,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 그리고 예쁜 선생님이 있는 아이의 일상은 그저 평화로울 뿐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잔잔한 일상의 이면에는 아이의 무시무시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화산이 폭발하여 가고시마가 없어져 후쿠오카에 떨어져 살고 있는 아빠와 동생과 다시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그렇게 아이는 천재지변이라는 기적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 기적이 필요한 아이들이 모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게 해달라고, 좋아하는 선생님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배우가 될 수 있게 해달라고, 가족이 함께 모여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아이들은 기적과 같은 거창한 것을 바라며
김양희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지금 이대로 충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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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고스트 스토리>의 유령은 한 장소에 매여 있다. 아내와 살았던 집의 주인이 몇 차례 바뀌어도 그는 떠나지 못한다. 이윽고 건물도 낡고 해진다. 철거를 앞둔 집 안의 벽은 생채기투성이이고, 유령은 그중 한 틈에 숨겨진 아내의 마지막 쪽지를 꺼내려고 애타게 문설주를 긁는다. 이 장면에서 유령을 둘러싼 벽의 상처들은 캔버스를 구멍내고 베어낸 현대미술가 루초 폰타나의 작업을 생각나게 한다. 네모난 격자에 천을 팽팽히 당겨 씌운 캔버스 표면은, 현재 이곳에 속하는 정해진 크기의 평면일 뿐이지만 물감이 발리면 입체성을 얻고 과거와 미래로 열린다. 그러나 아무런 형상을 그리지 않고 캔버스를 예리하게 가른 폰타나의 칼자국은, 관람자가 화면 뒤쪽의 ‘무’(無)를 직면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찌보면 <고스트 스토리>는 그러한 직면에 이르는 여정이다. 사진 속 작품의 부제는 ‘기다림’(Waiting).
2017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포스 마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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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붕괴사고 현장에서 동생을 잃는, 끝이 늘 똑같은 꿈.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뜬 여자는 목욕탕 간판을 켜고 영업 준비를 한다. 카운터에 앉아 건물 모형을 만들다가 미용사를 찾는 손님이 오면 숙취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엄마를 깨워 일으킨다. 일감을 받는 건축사 사무소에 들렀다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와 목욕탕을 청소하는 하루 일과를 마칠 무렵, 탕에서 일하는 세신사가 여자를 부른다. “문수야, 나 간다.” 문수, 이름이 하문수(원진아)였다. 시작부터 주인공 이름을 각인시키는 대개의 드라마와 달리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첫회 20분이 지나도록 주인공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공사장 잡부인 이강두(이준호)도 마찬가지.
사고 생존자인 동시에 유가족인 문수와 강두는 10년이 지나 건축 모델러와 인부로 다시 개발을 시작한 현장을 찾았다. 사고를 겪은 두 사람을 특별한 감정으로 엮나 싶었던 이야기는 시공사가 마련한 추모비를 강두가 해머로 깨부수는 사건
[TVIEW] <그냥 사랑하는 사이> 삶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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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쥬만지: 새로운 세계> 전원을 켜지 마시오!
[정훈이 만화] <쥬만지: 새로운 세계> 전원을 켜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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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해와 오는 해의 교차랄까. 새해 들어 처음 작업한 <씨네21> 1138호는 지난해 말 개봉한 세편의 영화 <강철비>,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 <1987>에 대한 기획 대담으로 2017년을 마무리하고, 올해 새로이 만나게 될 16편의 기대작에 대한 특집 인터뷰를 실었다. 먼저 새해 벽두의 희소식이라면, 한국 극장가의 연간 영화 관객수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2억명을 기어이 돌파했다는 사실이다. 이번호 김성훈 기자의 자세한 국내뉴스 리포트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은데, 사실 위의 세편이 나란히 개봉하기 전까지만 해도 2017년 관객수는 중·대형급 흥행작의 부재와 20~30대 관객층의 감소로 인해 전년도에 다소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높았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억명 돌파시점이 2016년보다 사흘 늦긴 했어도 최종적으로는 전년도 대비 284만명이 늘어나
[주성철 편집장] 2018년, 기대작 16편의 감독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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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오래된 도시를 걷다보면(그곳이 어디든 상관없다), 어느 순간 자신이 거대한 무덤 속에 들어와 있다는 불안을 느낄 때가 있다. 나무 한 그루 없어 생명이라곤 보이지 않는 딱딱한 돌길들(길에 흙이 없어 나무를 심을 수 없다), 몇 세기를 견뎌낸 돌집들, 인적 없는 적막한 분위기는 영락없는 무덤 그 자체다. 중세도시의 밤이면 그 불안은 더욱 강해진다. 돌로 된 거대한 공간, 그 속에 혼자 있다는 격리감은 얼핏 뒷목이 서늘해지는 ‘언캐니’(낯익은 두려움)의 기묘함마저 자극한다. 사실 이런 느낌은 무명의 중세도시뿐 아니라 관광지로 유명한 피렌체, 베네치아 같은 큰 도시의 중심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단, 어둡고 인적이 드문 새벽이면 가능하다. 돌길 위의 발자국 소리만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올 때, 그곳은 이승과 저승 그 사이 어디쯤 되는 듯한 묘한 현기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탈리아에는 그만큼 옛것, 곧 죽은 것을 지금까지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많다. 역사와 현재가, 다시 말해
[트립 투 이탈리아] 볼테라, 비스콘티가 그린 데카당스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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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렉트로닉 댄스 신은 요즘 대중성을 놓고 고민 중이다. 천상 비트메이커들이 멜로디도 잘 쓰려 노력 중이고, 잘 만들어도 미디어의 관심이 적어 홍보에 애를 먹는다. 꼭 인기나 명예를 바라서가 아니라 좁은 마니아 시장을 벗어나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은데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왠지 이 팀은 잘해낼 것 같다. 우자 앤 쉐인은 요즘 유행하는 하우스, 퓨처 베이스 같은 일렉트로닉 장르를 대중적인 팝에 훌륭히 녹여낸다. 두 사람 모두 음악 전공자라 작·편곡 기본기가 탄탄하고 요즘 세대답게 전자음악에 대한 애정도 깊어 장르 퀄리티도 높다. 캐스커 같은 친숙한 혼성 듀오 구성에 메인 보컬 우자는 마니아들의 뮤즈가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들은 웹드라마도 만들었다. 멤버 각각의 본명인 한솔과 도건이 주인공인 청춘물이다(주연은 전문 배우가 맡았다). 인터넷을 활용하려는 전략이기도 하겠지만 홍보 타깃을 소수의 마니아가 아닌 넓은 대중으로 잡았다는 이야기다. 마니아 음악이지만 전달
[마감인간의 music] 우자 앤 쉐인 《UZA&SHANE》, 이제부터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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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좋아하는 아이돌이 생겼다. 얼마 전 한 영화상 축하 무대에서 노래 가사를 영화 속 명대사들로 재치 있게 바꿔 부르는 그들을 처음 보았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는 관객일 영화인들을 앞에 두고도 그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을 거침없이 뽐냈고, 다정하고 장난스럽게 말을 건네며 호응을 이끌어냈다. 라이브마저 끝내주는, 여러모로 신박한 무대였다. 특히 내가 반한 포인트는 그런 내 멋대로 내 식대로 놀아보겠다는 당찬 태도의 멋과 아름다움이었다. 자신들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또 누구보다 즐겁게 표현하고 주장하는 그들의 모습이 요즘 여러모로 의기소침해 있던 내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이후 한동안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그들이 출연한 방송 영상들을 돌려 보면서 빡빡한 일과 속에서도 숨을 고르며 웃는 일이 많아졌다. 왠지 모를 자신감도 조금씩 생겨났고 일도 일상도 더 재밌어졌다. 실제로 나는 조금 더 행복해졌다.
사실 10대 시절 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
정말 수고했어요, 참 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