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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한 남자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정훈이 만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한 남자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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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빌보드>(2017)에는 <디어 헌터>(1978)와 <쳐다보지 마라>(1973)에 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니콜라스 뢰그의 <쳐다보지 마라>에 관해서는 과거 이 지면에서 한회차를 통째로 할애해 소개한 적이 있다.
영화 속에서 다른 오래된 영화들의 흔적을 찾는 건 즐거운 작업이다. 감독이 의도하지 않은 경우라면 영화사라는 거대한 흐름이 개별의 영화들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어 영향을 주고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어 즐겁다. 정말 재미있는 건 감독이 의도했을 경우다. 노련한 이야기꾼은 이야기가 도달하고자 하는 결승점 혹은 고취시키고자 하는 바에 관해 작품 안에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굳이 작품 안에서 창작자의 주제의식 따위를 설명하고 싶다면 영화를 만들 것이 아니라 거리에 나가 웅변을 하거나 사설을 쓰는 게 낫다. 다만 어떤 감독들은 이야기에 질감을 더하고 해석에 일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오래된 영화들의 특정한 장면이나 대사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쓰리 빌보드>, 스스로를 구제하려는 자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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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씨네21> 창간 21주년 기념 토크 콘서트에서, 당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을 만들었던 이해영 감독과 <비밀은 없다> 개봉을 앞둔 이경미 감독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들은 데뷔의 기억을 꺼내놓으며 영화에 매혹됐던 첫 순간을 회상했다. 시나리오작가였던 이해영 감독은 “<천하장사 마돈나>(2006)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연출까지 맡았다. VIP 시사 때 아버지가 혼자 일어나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박수를 치고 계시더라. 태어나 처음 아버지에게 존재를 인정받은 순간이었다”라고 말했고, 이경미 감독은 “첫 장편이라 가장 진심으로 와닿는 인물을 떠올리며 <미쓰 홍당무>(2008)를 만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이고 뜨거운 반응에 들떠서 돌아왔는데, 서울역 가판대에 놓인 <씨네21> 표지가 바로 <미쓰 홍당무>였다. ‘공효진의 화양연화’라는 기사와 함께. 정말 행복했다”며 그 시
[주성철 편집장] 인터뷰어의 거짓말과 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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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물원의 초기 음반을 듣고 싶어서 애플뮤직을 찾아보니 1993년 공연 실황을 편집하여 1994년에 발매한 라이브 앨범 《In Concert》가 있었다.
김광석이 참여한 1집과 2집 이후 5집을 발표한 1993년까지도 동물원은 전업 음악가를 지향하지 않았다. 뜻밖에 큰 인기를 얻은 밴드는 각자 생업을 쪼갠 일정에 맞춰 공연도 드물게 했다. 《In Concert》는 지금까지 나온 동물원의 처음이자 마지막 라이브 음반이다.
동물원 1집은 1988년에 나왔다. 그들이 처음 모인 카페 이름이 그 유명한 김승옥의 단편소설에서 딴 ‘무진기행’이며, 산울림의 살아 있는 전설 김창완이 이 ‘취미’ 밴드 탄생에 지대한 조력자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결국 사용하지 않은 ‘이대생을 위한 발라드’라는 밴드 이름을 지은 것도 그였다.
《In Concert》에는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밴드 구성원의 고민과 생각이 12곡 속에 꽉 들어차 있다.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마감인간의 music] 동물원 《In Concert》, 라이브로 들으니 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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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의 한국어 부제는 ‘사랑의 모양’이다. 사랑에 모양이 있을까? 사랑하는 대상과 내가 하나가 되려고 하는 절절한 움직임이 아마 사랑의 모양일 것이다. 하지만 그 모양이 무엇인지 말하기는 쉽지 않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하는지 당신은 결코 모를 거예요”라는, 이 영화 속 노래가 전하듯, 사랑의 모양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랑의 모양은 원제인 ‘물의 모양’일지도 모른다. 물은 어떤 곳에 들어차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들어가는 곳의 모양이 곧 물의 모양이 된다. 이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물은 모양이 없으며, 또한 모든 것의 모양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엘라이자에게 물은 그녀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도구다. 물에 잠긴 아파트에서 잠을 자고 있는 엘라이자를 보여주는 첫 장면은 그녀의 꿈이자 그녀의 미래이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 욕조 속에서 자위를 하는 그
물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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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일디코 에네디 / 출연 게자 모르산이, 알렉상드라 보르벨리 / 제작연도 2017년
사실 이 영화는 말하자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어떤 것을 이상하게도 ‘그립게’ 만드는 경험 같은 것이었다. 2015년에 선댄스영화제에 VR영화가 다수 상영된다는 기사를 보고는 무작정 미국으로 향했다. 두번이나 경유하는 가장 싼 비행기를 타고 갔다. 그곳에서 새로운 서사 도구로써 VR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만났고, VR영화의 언어를 찾고 싶은 호기심을 안고 돌아와 직접 찍어보기 시작했다. 그 후 VR이 과연 영화의 미래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어떤 예술형식 혹은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을지 모색하는 것이 직업적 일상이 되었다. 영화가 사각형 창문과 같은 프레임을 통해 객석에 앉은 관객에게 가상을 재현하는 것과 달리 VR은 보통 HMD로 관객의 시각장을 모두 차지하여 가상 공간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몰입감과 상호작용을 제공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전례없이 가상에 깊숙이 참여하는 체험
최민혁의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가장 우아한 가상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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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스레드>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윌럼 더포가 연기한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모텔 매니저 바비는, 얼떨결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된 남자다. 관광 모텔의 시설을 관리하고 정비하는 것이 본디 업무 내용이었지만, 불황의 여파로 매직캐슬 모텔이 극빈층의 레지던스로 변하자, 그는 투숙객들에게 일종의 ‘생활주임’이 된다. 보호자들이 일당을 버는 동안 남겨진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나 한눈으로 살피는 것도 일과다. 요컨대 바비는 가난한 매직캐슬의 마법사다. 동분서주하며 고단한 일과를 끝낸 바비가 땅거미를 바라보며 담배에 불을 붙이는 순간, 기적처럼 모텔의 외부등이 일제히 켜지고 조악한 건물은 아주 잠깐 진짜 마법의 성처럼 보인다.
02/21
1950년대가 배경인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팬텀 스레드>에는 두채의 집이 나온다. 하나는 집과 의상실을 겸하고 있는 런던의 디자인 하우스이고 다른 하나는 항구 마을의 별장으로 작업실을 포함한다. 두집의 주인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보이지 않는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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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밤도깨비>에 등장한 개그맨 송은이는 웃고 있었지만 왠지 비장해 보였다. 남성 리얼 버라이어티가 한국 예능을 휩쓴 지난 수년간, 즉 자신을 비롯한 여성 예능인들이 자리를 잃고 팟캐스트라는 세계를 개척할 수밖에 없었던 동안 승승장구했던 후배 이수근, 정형돈과 마주 앉은 그는 ‘남성팀’과 ‘여성팀’이 방송 분량을 기준으로 대결한다는 기획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송은이는 예능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누군가가 소외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흐름을 살피고, 허공에 흩어질 뻔한 멘트도 리액션으로 살려내며, 다른 출연자의 캐릭터나 장점을 발굴해 아이템을 패스한다. ‘먹방’에서 활약 중인 김민경에게 갈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달라며 주목받을 기회를 준 것도, <무한도전>에서 안영미가 “셀럽파이브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임신밖에 없다”며 모두를 당황시켰을 때 침착하게 “여성가족부에서 좋아할 멘트죠”라고 정리한 것도 이 25년차 베테랑 예능인의 센스다. 그리고 평소 밤 10시
[TVIEW] <밤도깨비> 송은이 사단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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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블랙팬서> 어때요? 부산 느낌 확 납니까?
[정훈이 만화] <블랙팬서> 어때요? 부산 느낌 확 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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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현보다 김기덕을 잡아야 됩니다”라는 영화 관계자의 얘기에 한없이 씁쓸했다. 며칠 전 방영된 <PD수첩> 1145회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초반부에 인용됐던 얘기다. 그 관계자는 <씨네21>이 최초 보도했던 조근현 감독 사건과 비교하며 더 ‘악질’을 폭로해야 한다는 요지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최근 접하고 있는 수많은 가해자들 중 가해자A와 가해자B 사이에서 ‘A가 더 나쁜 새끼네!’라며, 그들 사이에서 엄연한 ‘죄질’의 레벨 차이가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죄질의 경중을 따지는 발상이야말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사건의 ‘발생’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사후 ‘처벌’로 눈 돌리게 만들어, 결국 피해자를 가해자의 들러리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왜 제대로 반항하지 않았나’라고 따져 묻는 것과 별다를 바 없는 발상이다. 성추행의 가장 중요한 성립 근거가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인 것처럼, 죄질
[주성철 편집장] 미투(#MeToo) 특집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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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육로를 통해 이탈리아에 들어갈 때는 크게 두 방향이 이용된다. 먼저 영국의 마이클 윈터보텀이 <트립 투 이탈리아>(2015)에서 보여준 서쪽인데, 토리노에서 시작하여 제노바, 토스카나 지역, 로마 그리고 나폴리와 카프리에 이르는 여정이다. 이탈리아 서쪽을 북에서 남으로 종단하는 것인데, 이 여정은 영국 또는 프랑스쪽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괴테가 <이탈리아 기행>에서 보여준 동쪽인데, 알프스 아래의 티롤 지역, 베네치아, 가르다(Garda) 호수, 로마, 나폴리 그리고 시칠리아에 이르는 여정이다. 이탈리아의 동쪽을 북에서 남으로 종단하는 것으로, 독일쪽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지금도 동이든 서든 거의 빠지지 않는 도시는 피렌체, 로마, 나폴리이고, 여정에 따라 북부 지역에선 서쪽의 토리노와 제노바, 동쪽의 베네치아, 그리고 가운데의 밀라노가 강조되는 식이다. 이들 도시들이 이탈리아 기행의 가장 인기 있는
[트립 투 이탈리아] 이탈리아 전국 투어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