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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 인사들을 초청한 미술관 파티에 퍼포먼스 아티스트가 등장한다. 유인원으로서 행동하는 그는 점잖게 미소 짓는 고상한 손님들을 압박해 사회적 가면을 떨어뜨리도록 한다. 예술 관람자에게 보장된 안전거리를 침해해 부르주아 감상자의 셀프 이미지를 파괴하는 것이다. 공연을 기획한 큐레이터 크리스티안(클라에스 방)의 상황통제 시도는 보기 좋게 묵살된다. <혹성탈출> 시리즈에서 로켓 역을 퍼포먼스 캡처로 연기한 배우 테리 노타리가 퍼포먼스 아티스트로 분한 이 각본 없는 장면에서 곤욕을 치르는 손님들은 실제 예술문화계 엘리트들이다. 이 곤혹스런 장면은, ‘다름’을 포용하는 이론은 풍부히 갖췄으나 타자와의 스킨십에 무능한 유럽인의 상태를 비유한다는 점에서 <더 스퀘어>의 축소판이다. 한편 극중에서 논란을 빚는 전시회 홍보영상과 동일한 질문을 품은 시퀀스이기도 하다. “당신은 어느 정도의 야만이 행해져야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겠습니까?”
07/18
바야흐로 때는 슈퍼히어로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엘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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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와타나베 신이치로 / 목소리 출연 야마데라 고이치, 이시즈카 운쇼, 하야시바라 메구미 / 제작연도 2001년
2002년, 5평짜리 원룸에서 무자비한 식성으로 영화를 섭취하던 때였다. 성에 제거가 안 된 소형 냉장고의 문틈으로 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만화학원 입시반 아르바이트를 뛰며 모은 돈을 몰빵한 나의 사랑스러운 플레이스테이션2에 다양한 DVD를 박아넣고 천원짜리 만두를 씹으며 영화를 봤었다. 대부분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보다 4:3 11인치 브라운관 텔레비전으로 소비한 나는 종횡비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뭐가 시네마스코프인지 비스타 비전인지 감도 없고 화면이 잘려 있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당시 내 취향을 돌아보면 말 그대로 잡탕이었다. 애니메이션부터 중국·미국·일본 영화를 가리지 않고 봤다.
나는 확실히 2시간 이상의 서사를 목격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연작을 통해 심연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를 탐닉하고 나면 술에 취한 것처럼 며칠 동안 그 생각만 하곤 했다.
이요섭 감독의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 방구석에서 만난 잡탕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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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던진 말을 되받아치며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가늠하는 대화는 김은숙 작가의 장기다. 하지만 동시대 배경에 같은 언어를 쓰는 캐릭터가 쌓일수록 개별성은 옅어지고 대화는 패턴만 남게 된다. 작가는 이 문제를 어투의 변화로 돌파해왔다. KBS <태양의 후예>는 ‘다나까’로 끝나는 군대식 종결어미가, tvN <도깨비>는 문어체가 두드러졌다. <미스터 션샤인>의 ‘격변하는 조선’은 어투 또한 그러한 시대다. 개화기 조선 말투로 설정한 하오체를 비롯해 영어와 일어, 프랑스어까지 나온 참이다. 다양한 배우들이 이를 소화하는 방식에 자연히 관심이 쏠리고, 그중 가장 흥미로운 건 사대부 집안 ‘애기씨’이자 총을 든 의병 고애신 역의 김태리다.
미 해병대 대위로 조선에 돌아온 유진 초이(이병헌)와 애신이 처음 말을 섞는 상황. 유진이 먼저 애신을 당황시키고 시간차 없이 밀어붙이는 선공을 하자, 그가 이방인이라고 간파한 애신은 “조선에는 그 어떤 사내도 감히,
[TVIEW] <미스터 선샤인> 김은숙 작가의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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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인크레더블2> 할아버지 슈퍼 히어로 같아!
[정훈이 만화] <인크레더블2> 할아버지 슈퍼 히어로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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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가난 속에서 나온다고 굳건히 믿는 정부에 대한 저항이자 시대적 의무이다.” 지난 2008년 <씨네21>과 서울아트시네마가 함께했던 ‘시네마테크 후원 릴레이’에 145번째로 참여한 당시 진보신당 상임대표 노회찬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상업적’이라는 말이 고단하기는 하다. 하지만 산업적 가치를 입증하지 않는 문화와 예술에 대해서 공적인 비용을 지불하여 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것이 바로 사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국가만큼 이 일을 잘해낼 수 있는 체계는 없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 권력을 행사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라며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팔길이 원칙’까지 이야기했다. 그처럼 그는 ‘선거철’이 아닌 때에도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발언을 멈추지 않았던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하나였다. 또 노회찬 의원은 이듬해인 2009년, 넓게는 체육인과 정치인까지 망라하여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한 문화예술인들의 대화를 주선했던 <씨네21
[주성철 편집장] 종합예술인 노회찬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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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렉트로닉 댄스 신에 언더그라운드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일단 장르적으로 페스티벌용 EDM의 대세가 기울고 하우스와 테크노가 떠오르고 있다. 디제이들의 빌보드인 비트포트 차트 상위권에 빅 룸(까까까)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오리지널에 대한 향수도 강해졌다. 비슷한 음악이 범람하고 편한 디지털 장비가 보편화되자 반대급부로 올드스쿨이 부활하고 일부러 불편한 아날로그를 쓰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재생 개념의 디제잉을 넘어 연주하는 라이브로의 이동도 주목할 만하다. 버튼 푸셔라고 놀림받던 디제이들이 실시간 신시사이저 프로그래밍과 연주로 공연의 폭을 다양화하고 있다.
투 톤 셰이프는 이러한 변화를 주목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취향 저격할 팀이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8090 올드스쿨을 파고들었으며 공연할 때도 드럼 머신과 신시사이저를 들고나와 라이브를 선보인다. 과감하게도 보컬 없는 6분짜리 전자음악 연주곡들로 앨범을 채웠으며 거기엔 반복, 모듈레이션 등 지극히 전자음악적인 매력이 중심
[마감인간의 music] 투 톤 셰이프 《Shapes》, 일렉+레트로+언더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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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을 앞두고 스탭들과 함께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에서 진행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다. 교육 중 P&G의 <여자답게>(Like a Girl) 캠페인 영상을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여지없이 가슴이 먹먹해지고 목이 메어왔다. 2015년 칸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 3분짜리 영상은 미국 사회 내 어느 순간 조롱과 모욕의 언사가 되어버린 “여자애처럼”이란 표현에 대해 인식 전환을 일으키는 놀라운 작품이다. 감독은 모델로 선 젊은 성인 남녀에게 “여자애처럼 달리고, 공을 던지고, 싸워보라”고 주문하고, 대부분이 연약하고 우스꽝스럽고 미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감독이 실제 어린 소녀들에게 “여자애처럼” 행동해보라고 주문했을 때, 그녀들은 있는 힘껏 달리고, 팔이 떨어져라 공을 던지고, 무서운 얼굴로 망설임 없이 주먹과 발을 휘둘러 공격한다. 그렇게 진짜 여자애다운 행동은 진짜 자기 자신이 되어 자신답게 움직이는 것뿐이라는 것을 실제 소녀들이 멋지게 증명해
진짜 여자애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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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디어>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크린 속 7월의 엄마는 홀리 헌터다. <인크레더블2>의 일라스티걸 목소리 연기를 한 그는 <빅 식>에서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진 딸(조 카잔)을 돌보러 달려왔다가 말로만 듣던 딸의 몹쓸 전 남자친구(쿠마일 난지아니)와 마주치는 엄마 베스다. 홀리 헌터와 레이 모라노가 연기하는 부부는, 중반 등장 이후 이 사랑영화를 주인공 커플로부터 탈취하다시피 한다. 배우 특유의 알사탕을 볼에서 굴리는 듯한 발성, 안경 너머로 탐색하는 듯한 눈, 거구의 남편 주변을 맴돌며 지휘하는 단호함. 베스는 자식을 보호하려는 결연한 의지로 깃을 세운 작고 야무진 새 같다. 그리고 최고의 엄마로서 그가 지닌 힘은 자식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딸에게 상처를 준 쿠마일을 탐탁지 않아 하던 베스는, 막상 그가 공연하는 코미디 클럽의 어느 인종주의자 청중이 “ISIS로 돌아가라!” 며 야유하자 육탄전을 불사한다.
06/25
세련된 중산층 가족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신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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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 출연 힐러리 스왱크, 클린트 이스트우드 / 제작연도 2004년
떠돌이 개처럼 마음 가는 대로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녔던 10대 시절, 우연히 찾아가게 된 시네마테크 ‘문화학교 서울’이 아니었다면 영화를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만약 그곳이 정감 있는 형, 누나들이 있는 요리학원이었다면 아마도 지금쯤 음식 만드는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영화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수수께끼 같은 영화를 보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곳, 나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 편하게 숨어들 수 있는 곳이어서 좋았다. 새롭고 낯선 장소에 가득한 영화에 대한 이상야릇한 열기도 처음 경험해보는 분위기였다. 막연하지만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고 사람들로부터 얻은 의식의 환기는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세상까지 조금 달라 보이게 했다. 당시 나는 중국집, 횟집, 치킨집, 비디오대여점을 전전하며 배달부로 일하고 있었다. 어느날 밤 빈 그릇을 수거하기
장건재 감독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 이것만이 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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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겨울, 취업을 했다. 직업을 한번 바꾸고 소속이 몇 차례 달라진 끝에 2017년 봄, 회사를 그만두었다. 모든 에너지를 일에 쏟을 수 있는 시기가 끝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그냥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일과 함께 성장하고 경력을 쌓거나 돈을 모으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기에 13년은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13일 아니고, 130일 아니고, 13년이에요”라는 KTX 해고 여승무원의 말을 들으며 그 시간의 무게를 생각했다. 2006년 5월, 한국철도공사(옛 철도청)는 채용 1년 뒤 정규직 전환이라던 약속을 어기고, 직접 고용을 요구하던 여승무원 280명 전원을 해고했다. 철도공사를 상대로 한 해고무효 소송은 1, 2심에서 승리했지만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대표적인 ‘사법거래’로 불리는 그 판결 직후, 여승무원 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절망을 견디기에 13년은 너무 긴 시간이다. 어딘가에 뿌리내리고 일하려던 사람들의 젊음은 오랜 시
[TVIEW] <거리의 만찬> 길 위의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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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속닥속닥> 저기는 귀신의 집이야. 진짜 귀신들이 사는 집이지.
[정훈이 만화] <속닥속닥> 저기는 귀신의 집이야. 진짜 귀신들이 사는 집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