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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국대학병원에 새로 온 총괄사장 구승효(조승우)는 병원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항암제를 엇갈리게 투여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을 알아낸다. “죽였죠”라고 묻는 구승효의 추궁에 암센터 과장은 답한다. “의료상 착오입니다.” 병원 조직이 허용하지 않는 ‘실수’의 다른 말이다. 폐쇄적인 조직이 개발한 자기기만의 언어는 직설적인 질문 앞에서 더없이 구차해진다.
재난이 시스템을 검증하듯, 이익추구를 목적으로 들이닥친 구승효는 대학병원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JTBC <라이프>의 이수연 작가는 그를 병원에 침입한 항원으로, 병원 영리화에 맞서는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예진우(이동욱)를 항체로 두었다. 가치관 대립으로 의료인의 윤리와 병원의 현실을 짚어가는 드라마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충돌과 대립을 개개인이 쓰는 언어를 통해 인정사정없이 드러내는 기술은 독보적이다. 장사꾼의 언어로 공공의료의 명분을 세워 의사 집단을 제압하는가 하면, 각자의 파트에서 전문가로 달변을 뽐
[TVIEW] <라이프> 이수연 작가의 신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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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맘마미아!2> 할머니, 우리 엄마 인기 많았어요?
[정훈이 만화] <맘마미아!2> 할머니, 우리 엄마 인기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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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시걸 영화 중에 <복수무정>(Hard to Kill, 1990)을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어느 고위 정치인의 부패와 살인 음모를 알아낸 LA 형사 메이슨 스톰(스티븐 시걸)이 갑작스런 습격을 받아, 외부에는 죽었다고 알려진 채 무의식 상태로 7년을 보낸 뒤 깨어나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돌이켜보면, 영화 포스터나 비디오 재킷에 “범죄는 질병이지, 이제 치료제를 만날 때다”라고 했던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코브라>(1986)나 “네놈을 살려두긴 쌀이 아까워” 라고 했던 척 노리스 주연의 <스트롱맨>(The Hitman, 1991), 그리고 처음에는 “건드리면 끝장이다”라고 했다가 흥행이 잘되니까 포스터 문구를 “건드려서 끝장냈다”로 바꿨던 돌프 룬드그렌의 <다크 엔젤>(1989) 등 아날로그 ‘하드 보디’ 액션히어로들의 화려한 시대가 있었다.
왜 느닷없이 철지난 B급 액션영화의 추억에 빠져들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학창
[주성철 편집장] 황현산 선생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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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직은 ‘평화, 사랑, 긍정’을 상징하는 래퍼다. 대표곡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800-273-8255>는 미국자살방지협회의 전화번호를 제목으로 내걸었다. 이 노래는 많은 지지와 찬사를 얻어내며 2017년 최고의 화제곡이 되었다. <Black Spiderman> 역시 마찬가지다. 이 노래에서 로직은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자부심을 가져야 하며, 모두는 모두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고 외친다.
로직의 이런 면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Flexicution>은 당황스러운 노래일지도 모르겠다. <Flexicution>은 ‘Flex’(뽐내기)와 ‘Execution’(집행)의 합성어다. 로직은 이 노래에서 이렇게 랩한다. “내가 이 게임을 이끌지, 너흰 옆에서 구경이나 해/ 사람들은 말해 ‘로직, 넌 너무 겸손해’/ 엿 먹어, 내가 죽여놓겠어.” 다음은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부르기 전 로직이 뱉은 멘트다. “겸손한 삶을 사는 것
[마감인간의 music] 로직 , 어떤 솔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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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주변 지인의 제보로 자신의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걸 알게 된 A씨는 삭제해도 계속 다시 생성되는 자신의 동영상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에 좌절해 생을 마감한다. A씨의 친구는 죽고 난 다음에도 계속 친구의 동영상이 유작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는 것에 분개, 업체와 경찰 등에 항의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하다 탐사보도프로그램에 제보한다. 피해자와 피해자의 친구를 대신해 불법 동영상 문제를 추적하던 PD와 작가는 여기에 거대한 카르텔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알고 싶다> 1131회에 담긴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직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사실과 많은 부분이 방송되었더군요. 이걸 그대로 두면 안 됩니다.” 읽을수록 이상한 비문(非文)이다. 방송에 보도된 것이 사실과 달랐다면 정정보도를 요청하면 될 터이다. 작성자는 정정보도 요청은 고사하고 이 방송으로 인해 생길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말해주지 않는다
피해자만 존재하는 범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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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삼력 / 출연 김상석, 심재원, 서보익, 강찬양 / 제작연도 2007년
“영화 잘 봤어.” 10년 전, <쌍화점>에서 함께 연기했던 배우 조성윤이 자신의 동기 김상석이 주연을 한 영화가 개봉한다고 알려왔다. 나도 그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지만 복수전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동기’와는 복도에서 마주치면 어색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 한창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보러 다니던 때였고, 눈에 잘 띄지 않던 사람이 영화의 주인공을 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서 곧장 극장을 찾았다. 마침 무대 인사가 있었고, 영화를 보고 나와 그와 인사를 나누었다. 영화 잘 봤다고.
대형 연예기획사에 속해 상업영화와 TV드라마에 조·단역으로 출연하던 신인배우 백재호는 평소 즐겨보던 독립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에 연예기획사에서 나와, 독립영화를 제작·배급·상영하는 회사에 들어갔다. 기대와 달리 예전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더 길어졌고, 이대로 아무것도
백재호 감독의 <아스라이> 영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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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 (Good girls go to heaven, bad girls go everywhere.) 1930년대 할리우드 배우이자 작가였던 메이 웨스트는 정말로 멋진 말을 남겼다. 넷플릭스 <굿 걸스>의 베스(크리스티나 헨드릭스), 루비(레타), 애니(메이 휘트먼) 역시 천국의 문에서는 일찌감치 멀어진 것 같다. 무장강도인 척 위장하고 마트 금고를 털었기 때문이다. 나름의 사정은 있다. 남편의 투자 실패, 딸의 신장이식, 전남편과의 양육권 분쟁 등으로 급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가볍게 한탕한 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던 이들의 범죄 행각은, 늘 그렇듯 꼬이고 꼬인 끝에 창대해진다.
<굿 걸스>는 세 여성의 모성애나 가족을 위한 헌신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경찰에 검거될지 모르는 순간에도 침착하게 아이들을 챙기고, 온갖 무례와 희롱에 시달리며 저임금 노동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어른’이 진 책임의 무게
[TVIEW] <굿 걸스> ‘어른’이 진 책임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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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어느 가족> 그래서 내가 그 영감을 훔쳐왔지
[정훈이 만화] <어느 가족> 그래서 내가 그 영감을 훔쳐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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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발과 유덕화를 영화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난민이었다. <호월적고사>(1981)에 베트남 화교 난민으로 출연한 주윤발은 일본인으로 위장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다 실패하고, 결국 필리핀 차이나타운 암흑가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영어 제명부터가 <보트피플>인 <투분노해>(1982)에서 유덕화는 한 일본인 사진작가의 도움으로 어린 남동생과 함께 베트남을 탈출하려다가 안타깝게도 죽고 만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의 실질적인 데뷔작이나 다름없는 두편의 영화에서 고향 잃은 베트남 난민들이었다. 허안화 감독이 연출한 두 영화 모두 주윤발과 유덕화가 자신의 ‘인생 캐릭터’를 묻는 질문에 반드시 언급하곤 했던 영화인데, 그즈음 내가 좋아했던 수많은 홍콩영화들이 사실은 난민을 그린 영화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1997년 홍콩의 본토 반환을 과거 베트남의 현실과 치환하는, 홍콩 사람들이 실제 난민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으로 홍콩영화를 (얼마간 ‘과잉’으로)
[주성철 편집장] 난민 영화 특집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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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what2do》 싱글로 딘을 알게 되었다. 알려졌다시피 그는 10대 시절부터 음악을 만들었다. 이후 작곡가 신혁의 줌바스에서 프로듀서와 작곡가를 겸하며 2015년에 데뷔 싱글을 냈다. 힙합 음악이 대세가 되고 R&B를 ‘2010년대식’으로 재해석한 음악가들이 쏟아지던 시절이다. ‘이런’ 노래를 한국어로 세련되게 부르는 음악가가 있었으면, 하는 갈증을 딘이 해소해주었다. 미사여구가 아니라, 그야말로 혜성 같은 등장이었다. 데뷔한 게 2015년이니 이제 3년 남짓 지났다. 《instagram》은 2017년 말 발매되었다. 소셜 미디어라는 단어가 생겨나기 전, (거의) 모두 인스타그램만큼 몰두한 싸이월드 시절에도 사람들은 밤과 새벽이면 ‘남들의 삶’과 비교한 자신을 평가절하 하곤 했다. 어쩐지 나를 제외한 모두가 멋지게 사는 착각에 우울하기도 했다. 딘의 가사는 그래서 와닿는다. ‘나의 밤 속엔 생각이 너무 많네/ 그렇게 시간 낭비를 하네/ 저 인스타그램 속에서.’ 이
[마감인간의 music] 딘 《instagram》, 시대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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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인가 봐요?” “아, 네.” 지훈이 망설이자 은영이 웃으며 바로 대답했다. “아직은 아니고, 올가을에 식 올려요.” “그럼 신축 중심으로 깔끔한 집 보여드려야겠네.” 부동산 사장은 수첩을 덮고 다른 부동산에 전화를 돌렸다. 물건이 있느냐고 물어볼 때마다 ‘신혼부부가 살 깨끗한’ 집이라는 수식어가 꼭 들어갔다.
“넌 아닌 티를 그렇게 내야 되니? 누가 보면 이혼하는 부부인 줄 알겠다.” 부동산을 나와 은영이 지훈에게 말했다. “미안해요, 누나. 왠지 사기 치는 것 같아서요.” 지훈은 선배 은영과 신혼부부 행세를 하는 게 아직도 영 멋쩍었다. 비혼 1인 가구. 이것 말고 지훈과 은영에게 공통점은 하나 더 있었다. 둘 다 거주지의 임대차 만기일이 비슷했다. 자취 10년차인 지훈은 평균 2년마다 이사를 했다. 서울 중심에서 점점 외곽으로 벗어나는 형세가 이사라기보다는 추방에 가까웠다. 사정은 은영도 뻔했다.
은영이 중심가 오피스텔을 알아볼 때만 해도 그렇게 많은 말이 필요하
우리 결혼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