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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는 보통 오후 8시 조금 넘어 집으로 향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날짜는 10월 10일. 한데 오늘밤 귀갓길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한기’를 느꼈다. 이럴 수가 있나. 2018년이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어쨌든, 이제 곧 겨울이 닥쳐올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준비 단단히 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에 이 노래, 마더바이브의 <Every Time You Call My Name>을 골라 감상했다. 마더바이브는 국내에 드문 비브라폰 연주자다. 비브라폰은 실로폰과 비슷하게 생긴 악기로 우리가 습관적으로 말하는 바로 그 소리, 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소리를 낸다. 마더바이브의 전공은 원래 클래식이었다. 한데 유학 시절 재즈를 접한 이후 비브라폰 연주를 다양한 장르와 연계하기 시작했다. 재즈는 물론이요 펑크(funk), 탱고, R&B 등이 그의 경력을 관통하는 대표 장르들이다. 이번에 마더바이브가 발표한 싱글에는 <Mirror>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곡의 템
[마감인간의 music] 마더바이브의 <Every Time You Call My Name>, 좋은 소리를 듣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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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두 번째 장편영화의 촬영을 마쳤다. 아직 갈 길이 구만리지만 함께 수고한 동료들과 마주 보고 웃으며 마무리를 축하하게 되었단 사실만으로도 여전히 감개무량한 요즘이다. 어쨌든 우리는 저예산의 압박과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그리고 팀원들의 부상과 개정된 노동법으로 인한 혼란과 그 밖의 여러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정면으로 통과했고 결국 완주는 해냈으니깐. 두어달 남짓 동안 작은 독립영화 한편 찍은 게 뭐 대수라고 이렇게 비장한가 싶겠지만, 아무튼 올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웠고,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부족하기 짝이 없었으며, 응당 지켜야 할 것들을 새삼 진지하게 지키느라 말 그대로 매일 죽다 살아나야 했다. 이토록 훌륭한 스탭과 배우들이 한마음으로 함께하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매 순간 모든 것이 불가능했을 현장이었다. 결국 모든 현장이 우리와 같겠지만.
날마다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 속에서 절절매며 촬영을 이어가고 있을 때, 한 드라마 스탭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30살 건강
인간답게 일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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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 출연 앨런 에드윌, 수잔 플리트우드 / 제작연도 1986년
때는 1990년대 초반, 한국영상자료원이 우면산 아래에 있던 시절로, 나는 어느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다. 대학 3, 4학년 무렵부터 3년 반의 교사 시절까지의 몇년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많이 그리고 열심히 영화를 본 시기였다. 수업을 마치면 혜화동에 있던 모 영화클럽에 들락거리고, 희귀한 작품이 있다는 소문의 비디오 대여점을 찾아다니며 매일같이 비디오를 빌리고 반납하는 일은 조금도 귀찮지 않았다.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을 것 같은 이른바 명작들을 책으로라도 뒤져보며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궁금해했고, 자막도 없는 비디오를 보며 지금 보고 있는 영화의 내용을 상상하는 묘한 관람방식도 그땐 당연하게 생각했다. 혼자 영화관에 가는 건 그때부터의 습관이지만 정말 보고 싶은 영화는 영화관에서 틀어주지 않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그 시절의 내게 영화란 곧 비디오였다. 빈 시간에 교무실에 앉아
박창학의 <희생>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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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닷가 작은 마을에 ‘박일도 귀신’에 관한 소문이 돈다. 동쪽 바다 깊은 곳에서 온다는 그 귀신은 산 사람에게 빙의해 인간을 무참하게 살해하도록 이끈다. “마음속 어두운 곳, 약한 곳, 그런 곳을 파고들어요. ‘손’(귀신)은 그렇게 와요.” 영매 기질이 있는 윤화평(김동욱)은 어린 시절 귀신을 받아들였다가 가족이 죽는 비극을 겪었다. 택시 운전을 하며 전국을 떠도는 그는 구마사제 최윤(김재욱), 강력계 형사 강길영(정은채)과 함께 박일도 귀신을 추적한다.
OCN 드라마 <손 the guest>는 외부의 혼을 받아들여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다는 빙의 현상에 인간의 마음속 약하고 어두운 면이 혼을 불러들인다는 곡절을 덧붙여 한국 사회의 문제를 반영한 범죄사건을 다룬다. 문제는 빙의자가 벌인 범죄의 책임과 원인을 따질 때 불거진다. 일가족 살해를 시도한 가장을 “아내가 죽었어요. 그 사람도 귀신한테 당한 피해자예요”(윤화평)라고 변호했던 드라마는 여성 연쇄납치살인사
[TVIEW] <손 the guest> 너무 한국형인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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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암수살인> 사기꾼이라는 자가 자수를 했다고?
[정훈이 만화] <암수살인> 사기꾼이라는 자가 자수를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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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은 평소에 차를 많이 마셔요. (웃음)” <할로윈>의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가 존 카펜터의 <할로윈>(1978)에 처음 등장했을 때가 1963년이었으니(그 시점에서는 어린아이), 이제 족히 환갑이 훌쩍 지났을 것이다. 시리즈마다 심하게 다친 것은 물론, 십발의 총을 맞거나 전신 화상을 입기도 했던 그가 아직도 죽지 않고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이 뭘까 물었더니, <할로윈>을 새롭게 부활시킨 블룸하우스의 프로듀서 제이슨 블룸은 그처럼 농담을 건넸다. 물론 이어서 “과연 저게 말이 될까 의심하는 가운데 마이클의 질긴 생명력이 초현실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 또한 <할로윈> 시리즈의 매력 아닐까”라는 진담도 함께.
<씨네21>은 올해도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데일리를 만들며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이번호와 다음호에 걸쳐 그들을 소개할 예정인데, 일단 개봉일이 얼마 남지 않은 <할로윈>(10월 31일 개봉)의 제
[주성철 편집장] 부산에서 <할로윈>의 제이슨 블룸을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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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블의 팬이 아니다. 고로 마블 작품은 보지 않는다. 실은 마블,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DC, <스타워즈>, <트랜스포머>,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를 모두 보지 않는다. 자랑은 아니지만 사실이다. 미안하다, 사실이 아니다. 어떤 마블 작품은 본다. 흑인 문화나 힙합과 관련 있는 마블 작품은 본다. 그래서 <블랙팬서>(2018)도 봤다.
얼마 전엔 <루크 케이지> 첫 번째 시즌을 넷플릭스에서 정주행했다. 사실 이 시리즈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난 재미있었다. 뉴욕 할렘을 배경으로 하고,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래퍼 맙 딥이나 힙합 그룹 우탱 클랜을 대사에 집어넣는 작품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게다가 에피소드 제목도 죄다 뉴욕 힙합의 상징인 갱스타의 노래 제목을 빌려왔다. 하! 이건 끝내주는 ‘힙합’ 드라마다.
사운드트랙도 훌륭하다
[마감인간의 music] 메소드 맨 <Bulletproof Love>, ‘힙합’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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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이 계속되었다면 한국의 예술은 어떻게 됐을까? 어떤 예술가들은 사라졌을 테고, 어떤 예술가들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예술을 바꿔야 했을 것이다. 훗날 진실의 전모가 드러난다면 그제야 사람들은 박근혜 정권의 예술 검열이 비밀리에 진행된 대규모의 예술 학살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태가 완전히 종결되었다 말할 수 있을까? 그 원인은 충분히 밝혀져 제거된 것일까?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의 책임규명 요구가 있은 지 두달이 넘은 시점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문제 인물들에 대한 “조치”를 담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자 68명에 대한 이행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진상조사위와 예술인들이 반발하자 문체부는 자신들의 조치는 사실 매우 강력한 것이며 예술계의 부정적 반응은 국민의 오해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공개 대응했다. 이러한 문체부의 일련의 행동에는 대내외적으로 조직을
문제는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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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베넷 밀러 / 출연 채닝 테이텀, 스티븐 카렐, 마크 러팔로 / 제작연도 2014년
만나온 영화들이 있다. 어디서 만나게 되었는지,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저마다 사연은 다르다. 어떤 영화는 나를 들여다보는 거울 같아서 좋았고, 어떤 영화는 방향을 일러주는 좌표 같아서 좋았다. 물론 싫어했다 좋아하기도 하고, 좋아했다 싫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와 나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는 아니니까.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1976)는 내가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내 인생의 영화다. 하지만 지금은 어쩐지 직접 통화하기엔 껄끄러운 상대다. 20대 초반에 이 영화에 열광했었고, 여기에 엉겨붙은 기억이 일상의 수위 너머로 범람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런 만남은 마땅히 문자 메시지 정도가 편하다.
베넷 밀러 감독의 <폭스캐처>는 언젠가 이런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신동석 감독의 <폭스캐처> 질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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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tvN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MBC <무한도전>에서 떨어져나온 조각 같은 유재석-조세호 콤비에 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듯한 제목까지, 너무 뻔한 기획 아닌가, 라는 속단을 반성한 것은 우연히 방송을 보고서였다. 나이 들어 눈이 어두워진 반려견의 모습을 남기고 싶다며 카메라 앞에 앉은 세탁소 주인의 소박하면서도 품위 있는 태도에 눈길이 머물렀다.
5연속 퀴즈 정답을 맞히면 바로 뽑아주는 상금 100만원은, 인생을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로또 3등에 당첨된 정도의 기분은 낼 수 있는 액수다. 아기를 안고 나온 여성이 캐나다에 사는 동생을 만나러 가고 싶다거나, 40년째 한자리에서 열쇠노점상을 해온 노인이 한번쯤 와이키키 해변에 가보고 싶다는 꿈을 내비치는 순간,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정들어버린 그들이 꼭 상금을 받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퀴즈와 상관없이 쭈르르 앉았다가 발차기 시범을 보여주는 초
[TVIEW] <유 퀴즈 온 더 블럭> 다른 이를 위한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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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베놈> 실험중에... 심비오트가 탈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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