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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피터 잭슨 / 출연 이언 매켈런, 마틴 프리먼, 리처드 아미티지 / 제작연도 2012년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보다 <호빗>을 더 좋아한다. <반지의 제왕>이 절대악에 맞서 다양한 종족들이 정의로운 연합을 구성해 어렵사리 승리를 거두는 이야기라면 <호빗>은 욕망과 상처를 가득 품은 채 몰락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몸부림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호빗>의 주인공인 참나무방패 소린(리처드 아미티지)은 한때 에레보르 왕국의 난쟁이 왕자로서 엄청난 부와 영광을 누렸지만 자신보다 더욱 탐욕스럽고 강력한 존재인 용 스마우그에게 왕국의 모든 것을 빼앗긴 뒤, 마지막까지 충성을 맹세한 몇 안 되는 가신들과 함께 세상을 떠돈다. 그는 왕국을 잃어버린 왕자, 즉 살았지만 죽은 존재이다.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그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오직 명예다. 탐욕스런 용
[내 인생의 영화] 장혜영 감독의 <호빗>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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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에서 노숙자로 전락했다가 약자를 돕는 변호사로 돌아온 조들호(박신양)가 새 이야기를 시작했다.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에서 그는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진다. 성폭행 가해자측의 말을 믿고 변호를 맡은 조들호의 차에 피해자가 뛰어들고, 들호는 이후 변호사 일을 포기한다. 자책으로 일상을 무너뜨린 그는 까치집 머리에 삼선 슬리퍼를 신은 추레한 몰골로 고농도의 진정성을 뿜고 다닌다.
초임 검사 시절을 함께했던 수사관 사망사건을 뒤쫓는 조들호는 문상을 갈 때도 진흙탕에 구른 점퍼와 슬리퍼 차림으로 나타났다. 상복을 입고 아버지의 빈소를 지키는 윤소미(이민지)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도 잊을 정도로 애도하는, 그런 진정성이다. 의례나 격식을 개의치 않는 ‘꼴통’ 캐릭터가 없지 않았지만, 늘 진지하게 몰두하는 박신양이 연기하면 진정성의 농도는 더 짙어진다. 누가 그의 적수가 될 수 있을까?
국일그룹 기획조정실장 이자경(고현정)은 타인을 도구로 삼는 소시오패스다
[TVIEW]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 조들호와 박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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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말모이> 나는 우리의 아름다운 욕설을 찾아 전국을 누볐어
[정훈이 만화] <말모이> 나는 우리의 아름다운 욕설을 찾아 전국을 누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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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이자 기회’라는 표현처럼 빤한 말이 없다. 대부분 전자의 ‘위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습관적으로 쓰는 표현이다. 이번 호에서는 CJ, 롯데, 쇼박스, NEW, 메가박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등 투자·배급사 및 직배사에서 한국영화 투자를 책임지는 사람들을 만나 최근의 산업 상황에서 무엇을 고민하는지 물었고, 그 특집 제목에서 기회라는 말을 빼고 ‘한국영화 위기인가’라고만 달았다. 다들 ‘위기이자 기회’라는 표현을 쓰길 주저한 것이다. 한국영화계에 한두해 몸담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기에 지난 1년간의 동향을 살펴보면, 섣불리 ‘기회’라는 희망적 표현을 습관적으로라도 덧붙이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특집의 메인 기사를 쓴 김성훈 기자도 ‘위기의 전조일까, 아니면 우연의 연속일까’라는 말로 우회했다. 그만큼 지난해 추석 명절과 연말 겨울 극장가에서 한국영화 대작들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한 것을 둘러싸고 영화계 안팎에서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최근 여러 신생 투자�
[주성철 편집장] 한국영화 위기론과 함께 시작한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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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자란 뇌 용량을 탓했던 수많은 순간들을 기억한다. 혹시 당신에게도 있었나. 분명 어디에선가 들어본 음악인데 도무지 제목이 떠오르지 않던 그 절망의 순간들 말이다. 그 순간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내가 꾸준히 반복하여 습관화한 행동 하나가 있다. 바로 기억이 희미하다 싶으면 조금 귀찮더라도, 스마트폰 앱을 일단 들이대고 보는 거다. 이 최신 테크놀로지를 통해 내 안에서 구원받은 노래의 리스트는 무진장인데 그중 최근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때는 2019년 1월 8일 밤. 방송 준비를 위해 그간 스마트폰으로 들이대본 곡들의 목록을 쭉 살펴봤다. 다행히 대부분 내가 ‘왜’ 들이댔는지 기억이 났다. 한데 딱 한곡, 데스 캡 포 큐티의 <Gold Rush>라는 곡을 도대체 내가 언제 찾아본 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일단 곡을 플레이해봤다. 과연, 들이댈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모던 록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이 곡은 한마디로 깔끔하다. 만듦새는 맵시
[마감인간의 music] 데스 캡 포 큐티 <Gold Rush>, 이 곡에 들이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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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모 방송사의 연기대상을 받은 한 드라마는 한 남자 가장의 영혼이 다른 사람의 육체를 빌리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다뤘다. 올 1월에 시작하는 다른 방송사의 한 드라마도 육체가 서로 바뀌어 다른 삶을 사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극장가에도 두 주인공이 우연한 사고로 서로 몸이 뒤바뀌는 내용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아니, 영혼이 바뀌는 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서의 삶은 상상 속에서나 살아볼 수 있다. 보디 체인지가 픽션의 소재로 자주 채택되는 이유다. 극적 효과를 위해 다름의 간격은 멀수록 좋다. 따라서 인물들은 주로 대조되는 위치에 있다. 남자는 여자와 몸이 뒤바뀌고, 어른은 아이와, 범인은 형사와, 가진 자는 못 가진 자와 바뀐다. 심지어 사람은 개가 되어 인생이 견생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바뀐 몸으로 세상을 경험하면서 비로소 나와 다른 처지를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삶 역시 진정으로 변화한다. 분명 전과 같은 세상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에 가능한 일이다.
타인으로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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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카를로스 사우라 / 출연 아나 토렌트, 제랄딘 채플린, 모니카 랜달, 플로린다 치코, 헥터 엘터리오 / 제작연도 1976년
좁은 극장 입구로 삼삼오오 관객이 모여든다. 인파에 떠밀려 나는 그만 잡고 있던 손을 놓친다. 공포가 엄습한다. 울음이 터지려는 순간 몸이 붕 떠오른다. 시야가 열리며 사람들의 머리 꼭대기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아빠 어깨 위에서 극장 안으로 향하는 행렬을 내려다본다. 영화에 관련된 내 최초의 기억이다. 무슨 영화를 보았는지는 잊어버렸지만 이 장면만은 아직도 생생하다.
배울수록 영화는 어렵고 멀게 느껴졌다.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지 끊임없이 자문하면서 고군분투했다. 그날도 그런 숱한 날 중 하루였다. 지하철에 유난히 사람이 많았다.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극장에서 아빠 손을 놓친 어린애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다만 그때와 다른 건, 나를 들어 올려줄 아빠는 여기 없단 사실이었다. 이러다 끝내 영화로 들어가는 문을 찾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내 인생의 영화] 차성덕 감독의 <까마귀 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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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혹은 잘해내고 싶은 일에 착수할 때마다 불안하다. 감히 내가 이걸 해도 될까? 망치면 어떻게 하지? 사람들이 욕하지 않을까? 이런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쟤도 하는데 뭐 어때?’라고 정신승리하는 것인데, 요즘은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몇몇 ‘사장님’들이 ‘쟤’를 담당하고 있다.
준비 없이 식당을 차려놓고 노력 없이 돈이 벌리기만 바라며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상한 고집까지 부리는 바람에 ‘빌런’이라 불리는 이들이 대체로 20, 30대 남성이라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홍탁집’ 가니 ‘고로케집’ 오고, ‘성내동 피자집’ 가면 ‘청파동 피자집’ 왔듯 계속 새로운 분노유발자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에겐 많은 공통점이 있다. 근거 없는 자신감, 금세 들킬 거짓말, 앞뒤 안 맞는 주장, 영혼 없는 수긍, 회피하는 듯한 자세, 끝나지 않는 핑계 그리고 당장 오늘 장사를 시작해도 자신들보다 나을 MC 조보아를 그저 ‘
[TVIEW] <백종원의 골목식당>, 창업 빌런과 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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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언니> 언니, 살살해라. 아 죽겠다.
[정훈이 만화] <언니> 언니, 살살해라. 아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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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 관객운동모임’이라는 곳으로부터 조그만 책자를 하나 받았다. 나만 받은 게 아니고 취재기자들에게 수신인도 딱히 지정하지 않은 채 10권 가까이 무차별 발송되었다. 이제 막 출간된 시집처럼 예뻤다. <씨네21>은 그 모임으로부터 이미 수개월 전 ‘공개질의서’와 ‘법률의견서’를 받은 바 있다. 지난해 <씨네21>의 ‘미투’ 기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이의 명예회복을 목표로 한 것 같은 내용들이었다. 앞서 공개질의서와 법률의견서를 받았을 때도 굳이 답변할 필요가 없었기에 따로 대응을 하지 않았으나, 이미 그 모임의 회원으로 보이는 분들이 책자의 내용을 공개적으로 인터넷상에 일부 게시하였기에 몇자 적으려 한다.
책자 표지에는 ‘2018년 트위터상의 제3자 폭로와 단순동조 트윗이 촉발한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사임 사건의 사이버 인권 침해를 기록하며’라는 긴 제목이 붙어 있는데, 말 그대로 본래 있었던 사건과 별개로 그
[주성철 편집장] A프로그래머, B평론가, C감독, 알파벳이 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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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테이블 앞에 앉았다. 노트북과 커피잔을 내려놓은 후 지갑을 꺼냈다. 응? 이게 뭐지. 매일 들고 다니는 것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내가 이런 걸 살 리가 없는데. 그렇구나. 네가 준 것이구나. 그러고 보니 일체형 스킨로션도, 필터가 남다르다는 샤워기도 모두 네가 준 것이다. 의식도 못하고 한참을 살았다. 튼튼하고 유용한 것만 주었기에 버릴 고민조차 하지 않고 살았다. 넌 좋은 사람이었구나.
2018년 마지막 날 이문세 콘서트에 다녀왔다. 체조경기장은 컸지만 1만2천명은 오순도순 모여 앉았다. 가장 좋았던 순간은 역시 그가 <시를 위한 시>를 부를 때였다. 가장 아끼는 노래다. 하지만 새로 얻은 노래는 <희미해서>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듣고 있다.
<희미해서>는 헤이즈가 작사·작곡한 노래다. 그리고 헤이즈의 말이 맞다. 멀어지면서 아름다워졌고 희미해서 더 아름답다. 이제 나쁜 건 생각나지 않는다. 마음을 다쳤던
[마감인간의 music] 이문세 <희미해서>, 멀어지면서 아름다워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