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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성공한 시나리오작가들의 101가지 습관>은 저자 칼 이글레시아스가 14명의 유명 시나리오작가들을 길게 인터뷰하여 ‘글쓰는 환경 만들기’, ‘글쓰는 습관’, ‘시간 조절’, ‘원고 고쳐 쓰기’ , ‘인간관계 만들기’, ‘에이전트 구하기’, ‘프로작가처럼 행동하기’ 등 각각의 주제에 맞게 내용을 편집해서 엮은 책이다. 집필 스타일과 환경이 저마다 다르기에 특정 주제에 대해 말이 길 때도 있고 짧을 때도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유독 ‘글 막힘’ 주제에서는 하나같이 말이 많다는 것이었다. 세상 그 어떤 대단한 시나리오작가라도 역시 글이 막힐 때가 가장 답답하고 괴롭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럴 때 대부분의 작가들이 내놓은 해법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지 말고 ‘그냥’ 아무 글이라도 쓰라는 것이었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아이디어는 반드시 떠오른다는 얘기다. <의뢰인>(1994), <로스트 인 스페이스>(1998) 등의 시나리오를
[주성철 편집장] 시나리오작가 특집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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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치 모모코는 일본의 80년대를 뒤흔든 아이돌이었다. 특히 그는 80년대 중반에 왕성하게 활동하며 남자들의 우상이 됐다. 청순한 외모, 상냥함과 겸손함, 가창력은 부족하지만 듣기 좋은 음색 등 기쿠치 모모코는 여성 아이돌의 전형이자 그 카테고리에서 왕과 같았다. 최근의 시티팝 열풍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기쿠치 모모코의 음악 역시 다시 조명받는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이 다시 소환됐다. 그중에서도 《Adventure》는 앨범이 통째로 시티팝 명작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리고 이같은 평가는 라무의 앨범 《Thanksgiving》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기쿠치 모모코가 80년대 후반 들어 돌연 결성한 밴드 라무의 유일한 앨범 말이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Thanksgiving》은 뉴훵크, 신스팝, 일렉트로, 솔 같은 단어를 자잘하게 꺼내게 한다. 라무 자체가 흑인 여성 코러스 두 명과 여러 남성 세션을 대동한 밴드였으니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
[마감인간의 music] 라무 《Thanksgiving》, 너무 일찍 도착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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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버나움>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사는 12살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이 사람답게 살고자 있는 힘껏 발버둥친 고난의 한철을 담아낸 이야기로, 이 어린 소년의 힘겨운 수난사에 어쩌면 우리가 평생 모르고 살았을 지구 반대편 폭력의 현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화는 특히 지금 이 순간 레바논 사회의 여성들이 어떤 끔찍한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속속들이 마주하게 하며, 그들이 처한 잔혹한 상황이 자인의 인생을 어떻게 지옥으로 만들어가는지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엄마처럼 조혼으로 팔려간 여동생 사하르는 이른 임신으로 사망하고, 가출 후 함께 살던 미혼모 라힐(요르다노스 시프로)은 아기 요나스(보루와티프 트레저 반콜)를 남겨둔 채 불법체류자로 잡혀간다. 시장에서 만난 또래 친구 메이소운은 스웨덴 입양을 꿈꾸지만 그게 악몽이 되진 않을지는 영원히 미지수다. 실상 자인의 고통은 모두 자인이 믿고 사랑하며 의지하는 주변 여성들의 고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들이 괴로운
나의 괴로움이 너의 고통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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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이머우 / 출연 공리, 갈우 / 제작연도 1995년
살다보면 누구나 힘든 시기를 맞는다. 그럴 때면 ‘왜 살지? 산다는 건 뭘까?’라고 묻게 된다. 정답은 없겠지만, 가장 힘들던 시절 나에게 산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라고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해준 영화가 장이머우 감독의 <인생>이다. <허삼관 매혈기>로 유명한 작가 위화의 <살아간다는 것>(한국 제목 <인생>)이 원작인 영화는 중국 격변기에 처한 한 남자를 통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유한 지주의 외아들로 태어난 주인공 부귀(갈우)는 아버지의 재산을 밑천 삼아 도박을 즐기다 아내도 떠나고 재산도 탕진한다. 나락으로 떨어진 부귀는 절망하지만 곧 자신과 같은 지주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중국 공산당에 처형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도박으로 재산을 잃지 않았다면 그 사형대의 주인공은 부귀 자신이었을 터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펼쳐지는 한 남자(부귀)의
[내 인생의 영화] 이한 감독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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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 제일 구리네. 혜자가 뭐야 혜자가.” 병원 대기실에서 이름이 촌스럽다며 불평하는 딸의 등짝을 후려치는 엄마. 모녀간의 일상적인 다툼 같지만 딸이 배우 김혜자고 엄마가 이정은인 낯선 그림이다. JTBC <눈이 부시게>의 25살 김혜자(한지민)는 시간을 되돌리는 시계로 아빠(안내상)를 구했고, 시계를 쓴 만큼 몸이 늙어서 70대 노인(김혜자)이 되어버렸다. 황당한 설정 같아도 당사자인 혜자나 가족들이 노화에 적응하는 모습은 가볍지 않다. 혜자는 부모님 방문 틈으로 새어나오는 불빛을 본다. 빠듯한 살림에 노인이 매일 먹는 약값을 대느라 늦도록 잠들지 못하고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를 듣는다. 늙은 딸을 여전히 딸이라 받아들이는 것과 별개로 당장 노인을 돌봐야 하는 가족들이 감당하는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있다.
기르던 개가 물 정도로 체취가 바뀐 혜자는 바로 며칠 전까지 입었던 옷에 얼굴을 파묻고 20대의 냄새를 맡아본다. 젊은 몸으로 돌아가 활개를 치다가 꿈이라는
[TVIEW] <눈이 부시게>, 저마다 다른 눈으로 보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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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그린 북> 대식인을 위한 여행자 안내서를 만드셨습니다
[정훈이 만화] <그린 북> 대식인을 위한 여행자 안내서를 만드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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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에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하 든든) 개소 1주년을 맞아 특별 대담을 실었다. 지난 1년을 회고한 든든의 센터장 임순례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 상담 담당 한유림 전문위원, 예방 교육을 진행해온 한미라 강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공교롭게도 이번호에는 관련 기사가 많다. 김기덕 감독의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이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초청되자 영화제측에 개막작 선정 취소를 요구한 한국여성민우회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김기덕 감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취재 기사, <씨네21>이 영화계 미투(#MeToo) 제보를 받기 위해 개설한 계정([email protected])에 도착한 배우 정요한에 대한 미투 기사가 그것이다.
그외에도 한국영화감독조합(이하 감독조합)이 최근 총회를 열어 지난해 발표한 성폭력 관련 감독의 징계에 관한 내규에 이어 ‘성적 괴롭힘이 없는 영화제작 환경 조성을 위하여’ 만든 행동 강령을
[주성철 편집장]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1주년, 그리고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중·지·신’ 행동 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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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은 막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겨울 끝자락의 꽤 괜찮은 하루였다. 한낮에는 매주 참여하는 팟캐스트 공개방송 일정이 있었다. 방송을 진행한 장소는 망원동에 새로 문을 연 편집매장 ‘썸원라이프’(Someone Life).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싱어송라이터 서사무엘이 걸어 들어왔다. 김강민 디렉터가 서사무엘의 스타일리스트로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들른 것이다. 매장 바닥, 즉 객석에 앉아 있던 그를 즉흥적으로 방송에 초대했다. 전날 막 새 싱글을 냈다는 그는 3월에 열릴 콘서트를 준비하며 즐겁게 지낸다고 했다. 싱글 음반 제목은 《I Hate Holidays》(2019)였다.
재즈 색이 듬뿍 묻은 지난 음반 《UNITY》를 열성적으로 들었다. 팟캐스트 녹음을 마친 오후 어정쩡한 시간, 생경한 동네 한복판에 있으려니 사무실로 들어가서 밀린 일을 하기가 싫어졌다. 조금 낯선 망원동 주택가를 나와서 느리게 걸으며 ‘주말이 싫다’는 가사를 만끽했다. 서사무엘의 음색과 작곡 능력을
[마감인간의 music] 서사무엘 《I Hate Holidays》, 쉬는 날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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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세계를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어른들이 만든 ‘악’으로 상처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흔한 방법 중 하나다. 더 최악의 세계를 묘사하는 덜 흔한 방법이 있다. 아이들이 어른들이 만든 악에 물들고 심지어 거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 <가버나움>은 최악의 세계 중에서도 최악을 보여준다. 이 세계가 최악 중 최악인 이유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악을 별생각 없이 흉내내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은 없다. 어른들처럼 마약을 팔고 인신매매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레바논에 사는 12살 자인(자인 알 라피아)이다. 자인의 부모는 11살짜리 딸을 성인 남자에게 팔아넘겼다. 어린 나이에 임신한 자인의 여동생은 끝내 병원에서 사망한다. 분노한 자인은 사내를 칼로 찌르고 범죄자로 전락한다. 법정에 선 자인은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고 끔찍한
그 누구도 고상함을 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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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 여자의 역학 관계로 굴러간다는 점에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가 기억에서 불러내는 영화는 <이브의 모든 것>(1950)과 <외침과 속삭임>(1972)을 꼽을 수 있다. 코스튬 드라마 가운데에는 역시 18세기가 배경인 스탠리 큐브릭의 <배리 린든>(1975)이 으뜸이다. 자연광과 촛불만 이용한 조명, 클래식 음악의 전면적 사용, 격식 차린 서슬 퍼런 대사와 건조한 유머가 50년을 뛰어넘어 두 영화를 잇는다. 또한 2부 구성의 <배리 린든>은 아일랜드 청년 레드먼드 배리(라이언 오닐)의 극적인 신분 상승을 1부로, 전락의 과정을 2부로 다루는데, 상승과 하강의 궤적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 교차하는 애비게일(에마 스톤)과 사라(레이첼 바이스)의 운명에 견줄 만하다.
02/10
<조지 왕의 광기>(1994)까지 갈 것도 없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오! 나의 여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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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배리 레빈슨 / 출연 로빈 윌리엄스, 포레스트 휘태커 / 제작연도 1987년
때는 2016년 9월 26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처음 전파를 타는 날이었다. 지난 몇달간 걱정한 것과 달리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했는데 문제는 방송이 끝나기 10초 전에 발생했다. “지금까지 김어준이었습니다, 안녕!!!” ‘내가 잘못 들었나?’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안녕히 계십시오’가 아니라 ‘안녕’이라니! 문자 게시판이 들끓었다. 청취자에게 웬 반말이냐, 건방지다, 불쾌하다, 무례하다 등등. 사내 반응도 싸늘했다. “파격도 좋지만 ‘안녕’이 뭐야 ‘안녕’이.” “팟캐스트처럼 진행할 거야? 당장 존댓말로 하라 그래!” 하지만 ‘그분’은 이 모든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튿날도 그다음날도 계속해서 그놈의 ‘안녕’을 외쳐댔다. 오 마이 갓! 그 순간 떠오른 영화가 바로 <굿모닝 베트남>이다.
1965년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애드리안 크로너(로빈 윌리엄스)는
[내 인생의 영화] 이윤정 tbs 라디오 작가의 <굿모닝 베트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