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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배우 둘이 독대하는 장면에서 자주 등장하는 ‘썰’이 있다. ‘기르던 개가 주인을 물면’으로 시작하는 비유 말이다. 근래에 와서 같은 대사를 여성 배우가 주도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변주도 시도되지만, 어쨌든.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선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라는 ‘한’보다 뒤통수를 맞고 치는 상황에서 파생하는 감정이 더 보편적이다. 주종관계 혹은 의리와 배신을 베이스로 깔고 폭발하는 정념들.
KBS2 <닥터 프리즈너> 역시 한회에도 수차례씩 상대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꾀한다. 교도소에 수감된 재벌, 정치인, 연예인을 관리하고 ‘없던 병을 만들어’ 형 집행정지로 이득을 취해온 서서울교도소 의료과장 선민식(김병철)과 그 후임 자리를 노리는 나이제(남궁민)의 대결과 재벌가 경영권 승계가 얽혀 있다. 드라마는 주역간의 싸움이나 조력자와의 관계에 의리나 믿음을 배제한다. 필요와 가치, 지불과 보상으로 작동하는 세계에서 ‘기르던 개’ 운운하는 건 의미가 없다.
호젓한 수목원
[TVIEW] <닥터 프리즈너>, 개미와 진딧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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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샤잠!> 콘셉 제일 이상한 애로 뽑았는데...
[정훈이 만화] <샤잠!> 콘셉 제일 이상한 애로 뽑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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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창간 24주년이다. <씨네21> 기념 특대 1200호를 풍성하게 만들어주어 감사한 분들이 많다. 먼저 영화 연출 데뷔작 <미성년>으로 찾아온 ‘김윤석 감독’은 연기로 함께 호흡을 맞춘 염정아, 김소진, 박세진, 김혜준 배우와 함께 표지를 장식해준 것은 물론 <추격자>(2008)와 <황해>(2010)를 함께한 나홍진, <1987>(2017)을 함께한 장준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2016)를 함께한 홍지영 감독, 그렇게 누구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오랫동안 지켜봐온 동료 감독들과 대담을 진행하며 한주에 이른바 ‘두탕’을 뛰었다. 얼마 전 단독으로 표지 모델이 돼준 염정아 배우, 언론 인터뷰를 극도로 꺼려온 김소진 배우와의 만남도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이를 통해 배우이자 자연인 김윤석의 여러 면모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씨네21>을 통해 처음으로 신작 <기생충>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
[주성철 편집장] 창간 24주년 기념 1200호의 박찬욱, 봉준호, 김윤석 감독과 배우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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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잔나비의 노래를 들은 것은 서울패션위크에서 열린 남성복 브랜드 ‘비욘드클로젯’ 컬렉션 무대에서였다. 계절이 몇번 바뀔 만큼 시간이 흘렀다. 애플뮤직에 들어갔다가 어떤 소년(혹은 청년)의 자화상을 보았다. 잔나비 정규 2집 앨범 표지였다. 앨범 제목은 《전설》이다. 잔나비라는 밴드의 정보를 알기 전,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는 이 밴드가 내가 놓친 과거의 숨은 음악가인 줄 알았다. ‘그룹사운드’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어느 정도 예스러운 멜로디가 깔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밴드 구성원은 전부 1992년생이고, 데뷔한 해는 2014년이라고 했다. 최근 음반으로 갈수록 자기 색이 짙어지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이다. 노래를 듣고 마음에 들었다면 뮤직비디오를 꼭 보길 권한다. (아마도) 1980년대 정도를 배경으로 한 것 같은데, 여성 집배원과 남성 작가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시대가 시대이고 주제가 주제인지라 옛날 서적이 몇권 중요
[마감인간의 music] 잔나비 《전설》(2019), 늘 지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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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던 식당이 있었다. 그곳의 음식 맛은 집밥처럼 담백했지만 메뉴는 개성이 분명했다. 손님은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에 즐겨 찾던 곳이었다.
여느 때처럼 그곳을 방문했는데 입구에 “10일까지 영업합니다. 그동안 애용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바로 그날이 10일이었다. 하필이면 식당의 마지막 영업날 그곳을 찾았던 것이다.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애틋해졌다. 식당 내부를 구석구석 살펴보니 그날 따라 더 고색이 짙어 보였다. 그곳에서 먹는 마지막 음식이라 생각하고 가장 좋아하는 메뉴를 시켰다. 매니저는 마지막 날이라 재료가 떨어져서 평소보다 양이 적게 나올 것이라고 했다.
과연 평소보다 양이 너무나 적었다. 마지막 남은 한줌의 재료로 만든 음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애잔해졌다. 손님이 없던 탓에 ‘그렇다면 내가 마지막 손님이라도 되어야겠다’ 생각하고 문 닫을 때까지 버티리라 결심했다. 실망스럽게도(?) 그 생각을 하자마자
단골, 시대착오적으로 서글픈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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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게리 마셜 / 출연 알 파치노, 미셸 파이퍼 / 제작연도 1991년
운 좋게 시나리오를 쓰며 살아가고 있지만 작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바로 답하지 못한다. 특별히 무엇을 했다기보다 배우를 덕질하며 영화에 빠졌기 때문이다. 공부보다 영화 보는 일을 우선시했고, 문제집 살 돈으로 영화 잡지를 구입했으며, 재수하면 반년은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겠다 싶어 수능을 포기했었다. 대학 불합격 통보를 들었을 때, 3초간의 아쉬움 직후 전신을 감싸던 설렘이 아직도 뇌리에 정확히 박혀 있다.
나를 영화판으로 이끈 은인은 미셸 파이퍼다. <배트맨2>로 시작된 짝사랑은 <스카페이스> <레이디호크> <사랑의 행로>로 이어졌다. 마우스 클릭 몇번으로 영화를 찾는 시대가 아니었던 터라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구하려고 전국 깊숙이 숨어 있는 비디오테이프들을 찾아다녔다. 버스로 2시간을 가서 테이프를 빌려 오면 4일 안에 반납하러
[내 인생의 영화] 윤현호 작가의 <프랭키와 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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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즙’이라는 표현이 있다. 사전적으로는 ‘물기가 들어 있는 물체에서 즙을 짬. 또는 그 즙’이라는 의미지만, 언제부터인가 남자(연예인)의 매력을 애써 찾아내려는 행위를 가리킬 때도 종종 쓰이고 있다. 문제는 짜낼 물기라곤 없는 데서도 즙을 내려는 한국 사회의 관성인데, MBC 새 예능 프로그램 <호구의 연애>를 보면 무리한 착즙의 폐해를 알 수 있다. ‘호구’란 ‘호감 구혼자’의 줄임말이라 주장하며 허경환, 박성광, 양세찬, 장동우, 김민규 등 남자 연예인 5명과 20대 여성 4명이 함께 여행을 가는, 이제는 그만 우려먹을 때도 된 듯한 이성 짝짓기 리얼 버라이어티 쇼다.
새로울 것 없는 구성인 만큼 <호구의 연애>는 남성 출연자들의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스튜디오 패널들의 멘트(“진심인 거야”)와 호들갑스러운 자막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멍뭉미’, 이성에게 딱히 인기가 없으면 ‘슬로 매력남’, 특정 지역 출신 남자에게만 부
[TVIEW] <호구의 연애>, 지금까지 이런 착즙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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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돈> 만약 안 산다면?
[정훈이 만화] <돈> 만약 안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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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간 24주년을 맞아 일찌감치 창간기념 1200호 준비에 들어갔다. 미리 예고하자면,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씨네21>이 선정한 30편의 작품을 통해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려 하고 있고 임권택, 안성기, 박찬욱, 봉준호, 송강호, 정우성에 이어 올해는 전도연 배우에 대한 별책부록을 준비 중이다(온라인과 오프라인, 해당 별책의 구매처는 추후 따로 공지할 예정이다). 그 별책이 포함될 바로 다음 1200호에도 소개할 내용이 한참 많은 데다 마침 4월 3일, 전도연이 오래전 박흥식 감독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로 호흡을 맞췄던 설경구 배우와 다시 만난 <생일>이 개봉하기에 미리 예고를 띄우고자 한다.
전도연은 <밀양>(2007)으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역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하녀>(2010)를 지나 <무뢰한>(2015)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
[주성철 편집장] 올해는 전도연 별책을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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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음악이 위기라고들 한다. 발매되는 신곡 개수로 따지면 분명 설득력 있는 말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까지 포함해 최신 곡의 대다수는 싱어송라이터 팝, 알앤비, 힙합, 그도 아니면 일렉트로닉 댄스다. 히트곡으로 한정하면 입지는 더욱 줄어든다. 여전히 록 시장이 한국보다 훨씬 큰 미국에서도 록이 빌보드 차트 10위 안에 드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로큰롤 라디오는 새 앨범 소개 글에서 시시포스 신화를 인용한다. 시시포스는 산 위로 돌을 밀어올리고 굴러떨어지면 다시 올리는 공허한 일을 반복하는 인물이다. 밴드는 <Sisyphe>라는 곡을 삽입하고 “음반 주제가 가장 잘 담긴 곡”이라고 말했다. 밴드는 최근에 “음악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를 자문할 정도로 회의감이 컸다고 한다. 물론 록이 위기라서가 아니라 내부적 권태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시시포스를 언급한 걸 듣는 순간 한국 록 신의 어려움이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발표된 음악의 퀄리티로 따졌을 때 록은 절대 위기
[마감인간의 music] 로큰롤 라디오 《You’ve Never Had It So Good》, 록부심이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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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캡틴 마블>이 개봉했다. “<캡틴 마블>은 페미니즘을 위한 가장 거대한 발언대이기 때문에 이 영화에 참여하는 것이 기쁘다.” 브리 라슨이 캐스팅 후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말 덕분에 브리 라슨은 영화가 개봉할 때까지 수많은 공격을 받았다. 별점 테러는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개봉 전 영화에 관한 정보가 공개될 때마다 설정에 대한 비판과 외모(?!)를 둘러싼 공격이 이어졌다. 별점 테러단은 역대 마블영화 중 최악이며 그에 걸맞게 관객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결과는 상영 첫주에 가려졌다. <캡틴 마블>은 첫주 흥행성적만으로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었을 뿐 아니라 히어로들이 총출동한 <어벤져스> 시리즈에 이어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캡틴 마블>은 스크린과 스크린 바깥, 두곳에서 동시에 개봉해 동일한 서사로 관객을 만나는 중이다. 스크린
캡틴 나의 캡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