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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은 얼마 전 한 설문조사에서 공포영화 귀신 역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여자배우로 뽑힌 바 있다. 데뷔작 <가위>에 이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네 번째 영화 <폰> 역시 공포물인 것도 이유겠지만, 그보다는 그녀의 생김새에서 풍기는 스산한 독기가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하지원은, 보면 볼수록 알 수 없는 미로를 얼굴 속에 지니고 있는 배우다. 걸어감에 따라 더 어두운 골목들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아무렇지 않은 일상적인 풍경이 스치기도 하는, 그런 미로다. 공포영화에서 잔잔한 일상이 늘 공포를 배가시키곤 하듯, 하지원의 생김새에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표정과 유혹적인 섬뜩함이 섞여 있다. 그런 느낌을, 본인은 알고 있을까. 배우인 딸을 위해 어머니가 유난히 거울을 많이 걸어두었다는 집에서, 하지원은 샤워하고 나올 때면 문득, 거울에 비친 스스로에게 무서움을 느낀다고 한다. “누군가 자꾸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에요.”
스물네살 한참 밝고 발랄
그녀의 `서늘한` 매력, 공포영화 <폰>의 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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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73) 감독이 지난 6월7일 영상물등급위원회(등급위) 위원장으로 다시 뽑혔다. 지난 99년 그가 초대위원장을 맡은 뒤 임기 3년 동안 등급위를 둘러싼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등급위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의 상징과도 같았던 공연물윤리심의위원회(공륜)가 사라진 뒤 심의기구가 아니라, 적합한 관람연령대를 민간자율로 결정하는 기구로 탄생했다. 그 취지는 진취적이었지만, 등급분류를 보류함으로써 사실상 상영을 불허하는 등 관련법제는 아직도 표현의 자유를 막는 위헌적 조항을 지니고 있었다. 또 성표현에 관한 보수적인 시각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시민사회 내부의 제약요소가 되기도 했다.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을 계기로 이런 문제들이 불거져나온 뒤, 시민사회 내부의 논쟁을 거쳐 마침내 헌법재판소의 등급보류 위헌결정이 나오기까지 초대 등급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합의된 결론을 이끌어내기는 아직 힘들어 보인다. ‘표현의 자유의 확대’와 ‘시민사회의 폭넓은 공감대’라는 두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직 다시 선출된 감독 김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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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니드 같은 자유를 가져본 적이 없어요. 만약 실제로 이니드 같은 아이를 만난다면 나는 그를 좋아하겠지만 그가 나를 좋아할지는 의문이에요.” 희귀 음반을 모으며 자폐적으로 사는 마을의 괴짜 아저씨에게 연대감을 느끼고, 그에게 여자를 만나게 하곤 그걸 또 질투하고, 독립하려고 아빠의 애인이 소개해준 회사에 들어갔다가 하루 만에 때려치우고, 결국엔 오랜세월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버스를 탔던 어느 할아버지마냥 홀로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이니드.도라 버치는 <판타스틱 소녀백서>의 냉소적인 고교졸업생 이니드를 ‘이상하다’기보다는 ‘자유롭다’고 느낀다고 고백한다. “이니드를 연기하면서, 조금은 그녀의 자유를 맛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런 그녀는, 어쩌면 이니드보다 조금 더 이상한 소녀일지 모른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믿는 천둥의 신 ‘도르’(Thor)의 여성형인 ‘도라’를 이름으로 가진 도라 버치는, 이제 막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지만 실제로는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
<판타스틱 소녀백서>의 도라 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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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원은 대체로 무표정하다. 건방지다거나 버릇없다는, 그런 말이 아니다. 그냥 무슨 이야기를 하든 표정의 변화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 편이다. “그래요?” 심드렁하게 대답하거나 “고맙습니다” 예의바르게 인사하거나 “아니오” 분명하게 부정할 뿐. 잘 놀라지도, 크게 웃지도, 심하게 분노하지도 않는다.처음 이요원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조그마한 빛만 허락된 어두운 동굴을 걷는 기분과 비슷한 것이다. 조금은 스산하고, 적막이 감돌고, 두렵지만 왠지 모를 호기심이 발동되는, 암담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확신도 들지 않는 그런 초행길. 하지만 ‘뭐 저런 아이가 다 있어?’ 휙 돌아서버리면 그만일 텐데 발걸음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뭘까. 그에게는 쉽게, 좋다, 싫다, 착하다, 나쁘다로 설명될 수 없는, 아니 아예 그런 판단 자체를 흐리게 만드는 독성이 있다. 아주 강한 독성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푸른 안개> <고양이를 부탁해> <아프리카> <서프라이즈&g
치명적인 매혹, 꼿꼿한 책임감, <서프라이즈>의 이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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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열풍으로 파리 날리던 극장가에 <해적, 디스코왕 되다>가 뜻밖의 바람을 몰고왔다. 개봉 첫 주말인 지난 6월8∼9일 이틀 동안 전국 51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스타 파워가 센 것도 아니고, 감독도 신인이고, 80년대로 보이는 복고적 시대배경에 멜로와 코미디와 춤이 두서없이 어울려 딱히 장르를 구분하기도 애매한 이 영화의 흥행은 뜻밖이다. 김동원(28) 감독의 말마따나 “순진하고 솔직한” 영화의 모습이 그 비결인 듯하다. 복고적인 영화의 분위기와 달리 긴머리에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김 감독은 요즘 젊은이들 같았다. 얘기 도중 “이거 말 되나요?” 하며 곧잘 웃는 표정에서 재기가 읽혔고, 가끔씩 20대 답지 않게 속깊은 말을 하기도 했다.포항에서 태어난 그는 ‘포스코문화’의 세례를 받고 자랐다. 학창 시절 서울에서 화제가 되는 영화나 연극이 포항제철소 직원들을 위해 바로바로 포항에 내려왔고, 그때마다 포철 직원들 틈에 끼어서 구경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텔레비전에서
월드컵 열풍 속 흥행호조, <해적, 디스코왕 되다> 김동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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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와 데비 깁슨이 세상의 십대들을 사로잡은 시절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음악 신동이라 불렀지만, 팬들은 자신들의 충실한 대변자로 믿고 사랑했다. 그들의 춤과 노래와 패션이 ‘바이블’로 통한 것은 물론이다. 불행히도 그 인기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았고, 팬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그들도 자연스레 잊혀져 갔다. 그뒤로도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스타덤에 오르내렸지만, 눈에 띄는 ‘수확’은 없었다. 3년 전,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1집 과 2집 의 판매고만 4천만장을 넘긴 히트 메이커이자, 흥미로운 팝 아이콘이다. <롤링스톤>의 표현을 빌리자면,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바비 인형을 갖고 노는 꼬마부터 트렌치 코트를 입은 아저씨까지 사로잡은 소녀”다. 부드럽고 달콤하게 속살거리는 목소리로 십대들의 애환을 노래할 때는 이웃집 소녀처럼 친근하고 사랑스럽지만, 탱크톱과 미니스커트 사이로 피어싱한 배꼽을 드러낸 채 춤을 출 때는 더없이 섹시하고 파워풀하
<크로스로드>의 브리트니 스피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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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오성은 동양챔피언이 된 김득구 선수가 몇년 전 도망치듯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가 연설하는 장면에서 유일하게 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느꼈다. 그는 당황해서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고 오버하는 김득구가 순박하고 순수한 사람일 뿐이라고 믿게 된 것이다. 지금 그의 소망은 관객 역시 김득구를 순수한 한 남자로 바라봤으면 하는 것. 이미 죽어버렸기 때문에, 당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약속조차 할 수 없었던 남자를 위한 소망이다.
유오성은 <챔피언>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촬영은 이미 5월에 마쳤지만, 그는 여전히 일주일에 두번 체육관에 가서 권투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챔피언>이 개봉하는 날까지 나는 연습을 계속할 것”이라는 약속은 쉬는 틈틈이 예전 기사를 들춰볼 때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유오성은 죽은 사람을 욕되게 할 수 없다는 스스로를 향한 다짐과 처음으로 돌아간 듯 불안한 기분 속에서 혼신을 다한 <챔피언>의 결과를 아직 보지 못
<챔피언>에서 김득구로 돌아온 유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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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8일 제2기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으로 뽑힌 이충직(45) 중앙대 교수는 대외적인 활동이 크게 부각됐던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90년대 중반 김동원 감독이 독립영화 비디오 제작으로 구속됐을 때 3인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했고, 스크린쿼터 사수운동 때 교단을 대표해 1차로 머리를 삭발했다. 인권영화제 일을 처음부터 꾸준히 해왔고, 영화법 개폐 운동을 비롯한 영화계의 현안이 있을 때 뒷전으로 물러서지 않고 해야할 일과 발언을 했다. 다만 공식직함을 걸고 나선 경우가 드물 뿐이다. 아울러 같은 중앙대의 이광모, 이용관 교수가 대외적 활동을 비중있게 할 수 있도록 학교 행정의 여러 일들을 처리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영화계를 신구파로 나눈다면, 그의 입장은 분명히 젊은 쪽에 서 있지만 이번 영진위 위원장 호선 때 구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쪽에서도 이렇다할 반대가 없었다. 사람과 술 좋아하고 대인관계가 크게 모나지 않은 그의 기질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이다.2기 영진위의 위원장 자리
제2기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 중앙대 교수 이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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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블랙’, 줄여서 MIB. FBI도 CIA도 KGB도 그들에 비하면 극히 따분하고 건전한 일상을 영위하는 공무원일 뿐이다. MIB의 임무는 외계인들의 출입국 관리와 보호 관찰, 그리고 가끔 지구를 멸망 위기에서 구하는 것. MIB 요원들은 개인은 현명하지만 집단은 우매하다는 판단 아래 우연히 비밀을 접한 민간인들에게 사정없이 망각 플래시를 터뜨린다. MIB 요원의 방문을 자주 받는 UFO 목격자와 과학자 가운데 질긴 기억력의 소유자들은 방금 사입은 것 같은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 개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완전한 말투를 구사하는 이들이, 도무지 사람 같지 않았다고 간혹 증언하곤 한다. 그렇게 흔적도 없이 잊혀지는 것이 MIB 임무의 중대한 대목이라면, 냉정히 말해 <맨 인 블랙> 1편과 2편의 토미 리 존스(56)와 윌 스미스(35)는 MIB 요원 자격 요건에 대단히 부적합한 남자들이다. 난센스를 허용하지 않는 육중한 존재감으로 사방의 공기에 고압전기를 흘리
<맨인블랙2>로 내한한 윌 스미스 & 토미 리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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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호리한 몸에 가녀린 턱선, 수줍은 듯한 첫인상이 사기 인형처럼 가냘픈가 했더니, 이내 쨍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사기 인형을 닮은 그가 아니라, 잠깐 동안의 선입견이 조각나는 소리. “옛날부터 친구들이 그랬어요. 입만 열지 말라구. 그럼 분위기 있는 여자 같다구요.” 멋쩍은 듯 쓱 웃어버리는 김보경의 털털한 말투는, 상쾌한 파괴력으로 긴장의 방어선을 해제해버린다. “가증스러워서…”라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게 영 쑥스러운 눈치더니, 오붓이 앉아 말문을 열자 웃음도 눈물도 참 솔직하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를 부르며, 얼굴을 반쯤 가린 앞머리 사이로 보일 듯 말 듯한 눈빛처럼 아스라하고도 도발적인 첫사랑의 공기를 되살려낸 진숙. “좋은 기억으로 남으려면 지금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할 만큼 넘치는 시선을 받았던 <친구>는 그의 두 번째 영화였다. 기억하는 이가 많진 않지만, 정지영 감독의 <까>가 그의 데뷔작이다. <친구&g
솔직한 웃음, 눈물, 커피향이 난다, <아 유 레디?>의 김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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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남(50) 이스트필름 대표는 항상 바쁘다. 부산영상위원회 위원장으로 신문 문화면의 고객인가 싶더니, 몇달 전부터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대표로 정치면 단골손님이 됐다. 지난 5월14일 그가 갑자기 부산영상위원회 위원장직을 사퇴했을 때 정치적 외압설도 돌았다. 그 사정이 궁금했지만 명 대표는 “특별히 말할 게 없다”며 대신 앞으로 만들 영화의 리스트를 줄줄이 열거했다. 제작자로서의 의욕이 보이기도 했지만, 뭔가 답답한 일이 많은 듯했다. 5일 전부터 담배를 끊었다고 해놓고, 인터뷰하는 한 시간 동안 금연초를 6대나 피웠다.명 대표는 호불호를 감추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할말을 못 참는 성질이 종종 그를 지사로 보이게 한다. 99년 초 그가 제작한 <박하사탕>이 서울 단성사에, <거짓말>이 피카디리극장에 마주보며 걸려 손님들이 <거짓말>쪽에 몰릴 때 그는 피카디리극장 앞에서 방송 카메라에 대고 <거짓말>은 포르노가 아니라
부산영상위 위원장 사퇴하고 <오아시스> 개봉 앞둔 명계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