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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 않은 사람만 나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제발 힘들었냐고 묻지 마시고, 재밌게 찍었으니까 재밌게 봐주세요.” <오아시스>의 첫 시사회가 있던 7월29일 대한극장, 설경구와 문소리는 각각 이렇게 인사를 띄웠다. <박하사탕> 이후 2년 반 만에 다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에서 만난 두 배우. 과연 전과 3범의 한심한 남자 홍종두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여자 한공주의 이야기인 <오아시스>는, 이른바 ‘보통 사람’의 편협한 눈에는 예쁘지도 않고, 힘겹고 안쓰러워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가족들에게조차 버림받고 세상 모두로부터 소외당한 두 사람이 서로를 보듬어안을 때, 그들의 초라한 사랑은 사막 같은 삶에 숨통을 틔워주는 수원(水源)이 되어 흐른다. 사회 부적응자 같은 홍종두와 온몸이 뒤틀린 한공주를 가장 순수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연인들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설경구와 문소리가 함께 스튜디오를 찾은 것은 다음날 저
<오아시스>의 두 배우, 문소리, 설경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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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오빠 부부에게 버림받다시피 했지만 혼자 낡은 아파트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공주는 “몸은 장애인이지만, 똑똑하고 자기 의지가 있는 인물”. 불편한 손으로 머리를 삐딱하게 묶어올려 단장(?)하고, 휠체어를 밀어주는 종두에게 활짝 웃어 보이는 모습 등 조금씩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보자면, 어느새 뇌성마비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뛰어넘는 사랑스러움이 배어나기 시작한다. 눈동자부터 손끝 발끝까지 뒤틀린 몸을 연기하면서, 문소리는 내심 “아름다움에 도전에 보고픈” 맘도 있었다고. “예쁘거나 귀엽거나 섹시하거나 한 여배우 세명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가 아닌” 공주가, “영화에서 아름답게 보여진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가지 더 바람이라면, “경구 오빠처럼 영화를 계속 하고 싶다”는 것. 다시 <박하사탕> 이후와 같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기다림은 각오한 바라고 자세를 다지고 있다.
설경구
<오아시스>의 두 배우, 문소리, 설경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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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유역에 오페라 하우스를 지어 그곳에 성악가 카루소를 초청하기를 꿈꾸는 몽상가 피츠카랄도.이 광기어린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베르너 헤어초크의 영화 <피츠카랄도>는 그야말로 악전고투 속에서 완성되었다. 피츠카랄도가 수많은 원주민들의힘을 빌려 배를 끌고 산을 넘어가는 과정을 거의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낸 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영화는 2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우리를 놀라게 만든다. 올해 부천에서 상영된 <버든 오브 드림스>는 바로 이 악전고투의 현장을 생생히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여기서 헤어초크는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것은 단지 나의 꿈만은 아니다. 이 모든 꿈들에 대한 나의 믿음은…. 또한 당신의 것이기도 하다. 당신과 나 사이에존재하는 유일한 차이는 나는 그것들을 실현했다는 것이다.”이 다큐멘터리의 감독 레스 블랭크는 미국의 독립영화감독으로 미국 문화 특히 음악에 관한 일련의다큐멘터리를 다수 제작한 인물이다. 붉은색 셔츠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인터뷰
헤어초크의 <피츠카랄도>촬영과정 담은 다큐 감독 레스 블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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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공주 노릇, 정말 지겨워.” <스쿠비 두>의 오프닝에서 유령으로 변장한 범인에게 잡힌 다프네는 이렇게 투덜댄다. 괴상한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테리 주식회사’팀 중에서도 적에게 잡혔다가 구출되는 게 특기인 다프네가 되면서, 실은 웃음을 참았을 사라 미셸 겔러의 속마음을 드러내기라도 하듯 말이다. 관객이, 겔러 자신이 숙지하고 있는 그녀의 정체(?)는
막강한 뱀파이어들을 위력적인 발차기로 제압하는 <미녀와 뱀파이어>의 뱀파이어 사냥꾼 버피. 97년부터 자신보다 크고 힘센 어둠의 피조물들과 육탄전을 벌이며 그들의 심장에 말뚝을 박는 여고생 전사로 살아온 겔러는, <스쿠비 두>에서 기꺼이 망가지기로 작정한 듯하다. 몸에 딱 붙는 보랏빛 의상에 보라색 비닐 질감의 부츠, 위기의 순간에도 손가방을 챙겨들며 맵시를 잃지 않는 ‘공주병’ 다프네에 천연덕스럽게 녹아든 모습이다. 물론 공주 같은 허영심은 끝까지 유지하되, 악당과의 한판 승부에서는 버피의 발차
<스쿠비 두>의 사라 미셸 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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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어딘가 낯익은 위험한 사랑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 그가 1년 반 동안의 휴식을 접고 선택, 촬영중인 새 영화 <중독>은 그의 전작 <번지점프를 하다>를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많다. 지난번이 ‘환생’을 코드로 하는 사랑이었다면 이번에는 ‘빙의’라는보다 섬뜩한 현상을 모티브로 삼은 사랑이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죽은 애인의 환생인 남자 제자와 사랑에 빠지는 교사를 연기했던 그가, 새 영화 <중독>에서 식물인간이 된 형의 영혼이 빙의된 채 형수에 대한 연모를 앓는 카레이서 ‘대진’을 연기하고 있다. 그것은, <번지점프를 하다>의 경우보다 어려우면 어려웠지 쉽지 않아 보인다.
<중독>의 이야기는 이렇다. 카레이서인 동생 대진은 가구공예가인 형 호진(이얼), 그리고 형수(이미연)와 한집에 살고 있다. 어느 날 카레이싱 도중에 대진은 큰 사고를 당하고 같은 순간 형 호진도 빗길에 택시사고를 당해 둘 다 혼수상태에
광기의 비릿함에 중독되다, <중독>의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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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취임한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이주성(42) 대표는 여러 면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헷갈리게만든다. 워낙 젊어 보이는 탓에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 경영인일 거라 착각하게 되고, 홍보 행사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기 때문에 언론과 극장등을 상대하는 실무자로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그는 93년 이십세기폭스 홈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뒤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한우물만 팠던마케팅 전문가다. 대홍기획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그는 마케팅을 더 깊이 배우기 위해 떠났던 일본 유학 시절 “일본어를 익혀야겠는데, 돈이없어서 영화 대신 비디오만 보다가 영화를 좋아하게 됐다”. 한국에 돌아와선 스와치 마케팅을 욕심내기도 했지만 일이 무산될 무렵, 신문에난 폭스의 직원모집 광고가 다시 한 번 마음을 움직였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 <마이너리티 리포트> <아이스 에이지> 등 막강한 블록버스터를가졌으면서도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주성 대표. 그는 “처음 하는 영화마케팅도 어려울
공세적 마케팅 주도하는 20세기폭스코리아 대표 이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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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지 말 것. 그저 바라볼 것. 제니퍼 코넬리의 얼굴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아득히 기억의 강을 거슬러올라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최근 <레퀴엠>까지 그는 그저 훔쳐볼 뿐, 빼앗거나 정복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화장실 틈새 너머 자신을 엿보던 소년의 눈길을 의식하면서도 먼지보다 가볍게 아라베스크와 양트르샤를 반복하던 발레소녀였을 때나, 피를 흘릴지언정 먹히지 않는 제단 위의 양처럼 마약상의 섹스파티에 전라로 누운 뉴욕의 마약중독자일 때나, 제니퍼 코넬리는 도도하고 강하다.
21세기는 제니퍼 코넬리에게 르네상스였다. 학업으로 잠시 중단했던 연기를 다시 시작했지만 성인이 된 그에게 요구되는 연기는 <원스…>의 12살 데보라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치명적인 유혹으로 남자들을 홀리는 몇몇 배역을 전전하던 그에게 <레퀴엠>은 새로운 세기의 시작을 알렸다.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이야기 방식은 마치
치명적 지성미에 중독되다, <레퀴엠>의 제니퍼 코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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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경씨는 호탕하고 현장에서도 사람들 잘 챙기고….” 한참 모지은 감독을 칭찬하던 정준호가 미끄러지듯 신은경에 대한 찬사로 넘어가려는데, 그 호탕하다는 신은경이 갑자기 바짝 붙어 앉으며 말을 자른다.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어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꼭 다비드 같아.” 잠깐 멈칫. 하지만 곧 충청도 남자 특유의 느릿한 웃음으로 “그러게. 옛날 같았으면 여자 한 스무명 거느렸을 텐데”라며 넘겨보려는 정준호와 “진짜라니까. 정말 첫눈에 반할 만해”라고 끝까지 우기는 신은경, 이 닭살 남녀는 아직도 로맨틱코미디에서 채 빠져나오지 못한 초보 커플 같기만 하다.
정준호와 신은경을 이처럼 사탕 포장지 안에 꽁꽁 싸놓은 영화는 8월8일 개봉하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외로움에 시달리는 커플 매니저와 느닷없이 그녀 앞에 나타난 착하고 능력있고 잘생긴 고객의 사랑 이야기다. 감독이 스물여덟의 젊은 여성인 탓에 성급하게 매스컴을 탔지만, 두 주연배우는 거기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의 신은경 & 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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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전만 해도 졸린 듯 부스스했던 신은경이 갑자기 또박또박해졌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가 약간 긴장감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흥분해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외국영화 보고선 그런 얘기 안 하잖아요. 그런데 왜 한국영화는 이해해주지 않는 거예요?” 연기경력 20년을 향해 달음질치고 있는 신은경은 틈도 주지 않은 채 야무진 이유를 갖다붙인다. “언제부턴지 한번 꼬이지 않고선 사람들하고 대화하는 일이 불가능해졌어요. 감독님도 아마 그게 슬펐던 것 같아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첫눈에 다가온 사랑을 그리는 게 재미없어요? 난 관객이 그런 영화를 많이 봐줬으면 하는데….” 지난해만 해도 양손에 가위를 들고 전국을 휩쓸었던 ‘조폭 마누라’ 신은경. 그녀가 “맞아, 딱 내 얘기네”라고 탄성을 지르며 선택한 이 분홍빛 로맨스는 그처럼 느낌대로 밀고나가는 꾸밈없는 여자의 영화다. 집에 있을 때면 3박4일 세수도 하지 않는다는 신은경처럼, 화장발을 세우지 않는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의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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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두사부일체> 촬영현장에서 만난 정준호는 “이번만큼은…” 하며 다짐하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느끼하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겠다고, 참 길게도 말했었다. 두편의 영화를 마치고 다른 한편의 영화도 크랭크업을 눈앞에 둔 지금, 그는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로맨틱코미디에 딱 어울리는 표정으로 나타난 그는 언제 그런 말을 했었느냐는 표정으로 “올해 개봉할 영화 세편을 줄줄이 보면 저 사람한테 저렇게 다른 모습이 있었는지 놀랄 거예요”라며 자신이 넘친다. 공포영화 <하얀방>의 자유분방한 형사와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의 완벽하고 마음 착한 프로그래머, 코미디 <가문의 영광>의 겁많고 소심한 엘리트까지, 남들보다 세배 빠른 호흡으로 뛰어왔는데도 숨가쁜 기색조차 없다.
어쩌면 그건 정준호가 지난 30년을 유독 느리게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남들보다 훨씬 늦은 20대 중반에, 연극 포스터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의 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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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영화라고? 여자애가 축구를 한다고? 그것도 인도 여자애가?” 인도계 영국 소녀가 축구선수의꿈을 키우는 <슈팅 라이크 베컴>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투자자들은 모두 도리질을 쳤고, 프로젝트가 성사될 가능성도 옅어만 갔다. 그런데기획부터 완성까지 5년의 세월을 건너, 드디어 올 4월 첫선을 보인 이 영화가 개봉 주말 스코어 200만파운드로, 영국 박스오피스를 점령했다.“그러게 앞이 막히면 돌아가야 한다니까. 베컴의 킥처럼.” 영국에서 활동중인 유일한 아시아 여성감독, 그리고 최근 도처에서 뜨거운 러브콜을받고 있는 스타감독 거린다 차다 감독의 말이다.올 부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거린다 차다(Gurinder Chadha)감독은 이전에는 <해변의 바지> <왓츠 쿠킹> 같은 아트하우스 계열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영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인도계 영국 여성’이라는그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다. 세대와 인종과 문화와
부천영화제 개막작 <슈팅 라이크 베컴> 감독 거린다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