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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벗으라구요?” 바람이 몹시 불던 날, 고압 전류에 감전된 여인. 청년은 그저 코트를 벗으라고 말한 것뿐인데, 그에게 매혹당한 여인은 그렇게 속내를 들키고는 귓볼을 붉히고 만다. 자상한 남편과 귀여운 아들을 둔 결혼 11년차 주부가 ‘감각의 제국’에 발을 들이는 순간이다. 서른일곱, 다이앤 레인이 <언페이스풀>의 그 ‘위기의 여자’로 돌아왔다. 화사한 청춘이 지나간 자리에 지난 세월의 무게가 쌓이긴 했지만, 여전히 섹시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아니, ‘여전하다’는 수식은 어울리지 않는다. <커튼 클럽> 이후 18년 만에 다이앤 레인과 재회한 리처드 기어가 “그때 다이앤은 눈부신 아이였지만, 지금은 눈부신 여인이다”라고 증언하고 있으니까.
그 18년 동안 정말 많은 게 달라졌다. 스무살도 채 되기 전에 백만장자였던 아이돌 스타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말하는 겸허한 배우가 됐고, 맷 딜런과 존 본 조비 등 당대의
<언페이스풀>로 돌아온 다이앤 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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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봄은 직원들이나 내놓는 영화의 분위기가, 서울의 강북보다는 강남의 그것에 가깝다. 사무실도 강남구 청담동에 있다. 세련되고 쿨해 보인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쓰리> 제작발표회 겸 해서 열었던 봄 주최의 파티는 살사댄스 파티였다. 대표 오정완(38)씨의 외모나 취향도 마찬가지다. 그러고보니 그와 비슷한 또래의 심재명씨가 대표로 있는 명필름은 강북의 분위기다. 사무실도 대학로에 있다.
이재용, 김지운 등 봄에서 영화를 찍었고 다음 영화도 봄에서 준비중인 두 감독도 사람이나 영화의 스타일이 세련됐다. 오씨까지 포함해 ‘멋쟁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나는 상업영화만 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부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해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오씨의 모습도 쿨하다. “명성뿐 아니라 경제적 성취도 따라줘야 다음 세대들이 영화일에 더 야심차게 달려들지 않을까요.”
그러나 좀더 들여다보면 오씨에겐 흔히 ‘386세대’라고 말하는, 그 연배 세대의 냄새가 남아 있다. 10년 전
아시아 3개국 합작영화 <쓰리> 한국 제작사 봄 대표 오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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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헉, 헉… 스포츠는 고독한 승부. 자신의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물 속에서 홀로 물살을 가르는 수영은 그중에서도 더욱 외로운 경기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수영선수가 사토시만큼 고독할까. 커다랗게 마지막 숨을 내쉬며 풀장 벽을 터치한 순간, 사토시의 눈앞에는 이미 경기를 끝내고 물기까지 털어낸 다른 선수들의 비웃음만이 햇살처럼 내리꽂힌다. 이 부끄러운 첫 장면으로 시작을 여는 <워터 보이즈>는 잘하는 것이라곤 없는데 수영마저 서툴기 짝이 없는 아이들의 수중발레 탐험기. 쓰마부키 사토시는 그중에서도 고집스럽게 수중발레 팀을 이끄는 소심한 소년 스즈키를 연기해 앳된 아이돌에서 쓴맛을 아는 연기자로 업그레이드했다. 171cm, 55kg의 빈약한 몸집만으로는 영화 속 스즈키처럼 위축될 법도 하지만, 쓰마부키는 노력하지 않아도 행운의 물결을 타는 경쾌한 몇년을 꾸려왔다.
쓰마부키는 얼떨결에 수중발레 공연을 장담하는 스즈키가 그렇듯아무 생각없이 연예계의 물살에 휘말렸다. 고등
천진한 열정,<워터 보이즈>의 쓰마부키 사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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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 하나라도, 배는 산으로 간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 얘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한 사공이 배를 산으로 끌고 갔다는, 진담. 미치광이라 손가락질 받아도, 모두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한이 있어도 꿈의 닻을 내리지 않았던 집념의 사공에 대한 이야기다. 페루의 밀림에 오페라 하우스를 짓겠다는 일념으로 배를 끌고 산을 넘은 사나이 피츠카랄도, 세상의 끝 아마존과 황금향 엘도라도의 정복을 꿈꾸던 스페인 장군 아귀레. 불가능과 한계를 모르는 이 지독한 광기의 몽상가들 뒤에는, 욕망과 혼돈으로 소용돌이치는 푸른 눈동자의 남자가 있었다. 지금은 나스타샤 킨스키의 아버지로 더 잘 알려진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다.
킨스키는 세상을 떠난 1991년까지 15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독일 배우. 니콜라우스 군터 나크진스키란 본명을 지닌 그는, 1926년 당시 독일령 폴란드에서 태어나 베를린으로 건너왔다.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도둑질을 할 만큼 궁핍했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군에
신들린 듯한 연기 <아귀레,신의분노>의 클라우스 킨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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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캔디’라고 불렀나? 자분자분 단물을 내며 씹히는 연한 껌보다, 입 안에 들어가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터지는 그 이상한 사탕의 재미에 한참 빠졌던 때 있었다. 차태현을 만나고 돌아서는 길은 늘 이 ‘톡톡캔디’ 10통쯤을 한번에 까먹은 것 같은 기분이다. “아유∼ 학생 역할도 금방 약발 떨어져요. 이런 거 얼마나 더 해먹겠어요, 더 늙기 전에 어여어여 해야지.” 뜬금없는 솔직함으로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다가 “맞어, 왜 그 영화제목이 생각이 안 났지? 허헝엉엉 바보야 바보….” 구시렁구시렁 혼잣말을 하다가 “요즘엔 기본 나보다 다섯살은 어린애들하고 영화를 찍으니 내가 철이 들 리가 있나, 철이 안 들어….” 자조적인 말을 툭툭 내뱉기도 한다. 준비했던 질문들을 잠시 저리로 미루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기로 한다. 정신없고 재밌다, 그리고 시끄럽다. 소음이라고? 저걸 뭔 맛으로 먹나, 어른들이 한참 신기한 듯 쳐다보기도 했던 그 불량식품이 다시 돌아왔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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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로 돌아온 톡톡청년 차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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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난폭하고 광기어린 한해! 미국의 한 언론은 최근 로빈 윌리엄스의 행보를 이렇게 설명한다. 하긴, 화살코에 주걱턱, 선한 눈매와 친근한 미소로, 낭만과 이상과 사랑을 이야기하던 로빈 윌리엄스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 올 초 인디영화 <스토커>에 그림처럼 행복한 한 가족에 집착하는 이상성격 사진사로 출연하더니, 가족영화 <스무치>에서는 일자리를 코뿔소 코스튬 청년에게 빼앗기고 복수하는 전직 TV쇼 호스트를 연기했다. <인썸니아>에서는 한술 더 떠, 베테랑 형사를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연쇄살인범이 됐다. 영원한 ‘해피 보이’인 줄 알았던, 그 로빈 윌리엄스가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천사’ 또는 ‘성인’의 이미지를 지닌 로빈 윌리엄스의 악역 연기에 소름 돋는 리얼리티가 있다. <인썸니아>에서 그는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미스터리 소설 작가를 연기하며, 주변 캐릭터는 물론 관객까지도 그의 비행을 근사하고 정당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사악하
선한 미소를 띤 살인마, <인썸니아>의 로빈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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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퀴즈
하나. 하루 중 아직 밝은 어느 때, 신도시의 어느 한적한 아스팔트 골목길 위에 한 여자가 쓰러져 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폴더가 떨어져나간 휴대폰과 작은 세탁전표 하나.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1번, 과음하고 길에서 잠이 들었다. 2번, 뺑소니 사고. 3번, 투신자살. 4번, 노상강도의 습격. 문제는 쉽지 않다. 여자는 노숙을 한 사람 치고는 상당히 깨끗하며 근처에는 핏자국도 없고, 돈을 털린 흔적도 확인되지 않는다. 차바퀴자국도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면 답은 몇번일까. 고민을 하다 포기하고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허무하겠지만 그가 일단은 정답자다. 잠시 뒤 여자는 깨어나지만, 그녀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고, 자신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녀의 남편은 아내 없는 빈집에서 그저 그녀가 ‘사라졌다’라고만 말하고 있다.
문제의 수수께끼는 바로 한국, 타이, 홍콩, 세 나라의 감독들이
<쓰리>의 한국편, <메모리스>의 주인공 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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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가장 알맞는 재능을 찾아가다보면 도착지는 결국 히사이시 조였고, 그렇게 반복되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까지 이어진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53)와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똑같은 과정이 기타노 다케시와 작업하는 동안에도 되풀이됐으리라.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부터 올해 베니스영화제 출품작 <인형들>에 이르는 기타노의 영화에서도 히사이시 조의 선율은 화면 가득 넘실거렸다. 현대 일본영화의 두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와 기타노 다케시에게 전적인 신임을 얻고 있는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는 단순하지만 잊혀지지 않는 멜로디와 리듬으로 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 <이웃집 토토로>에서 토토로와 함께 하늘을 나는 장면, <키즈 리턴>에서 마사루를 태운 신지의 자전거가 텅 빈 운동장을 도는 장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가 용을 타고 날아오르는
<기쿠지로의 여름> 맡은 일본 최고의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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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남동철 [email protected]당신의 눈앞에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거장이 영구 같은 바보 분장에 색동저고리를 입고 <개그콘서트>의꽃봉오리 예술단처럼 쿵짝쿵짝거리며 노래부르는 장면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방금 전까지 자신의 영화세계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던 예술가가갑자기 어릿광대로 돌변해 “한국에서 온 기자분들, 실망하는 표정들 보세요. 좀전까지 날 대단한 감독으로 여겼을 텐데 지금 내가 진행하는 최악의쇼를 보면서 경악하고 있네요”라며 너스레를 떠는 장면을.지금도 매주 5개 TV쇼에서 시청자를 만나는 코미디언 비트 다케시, 그를 모르면 기타노 다케시의영화도 잘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인터뷰를 위해 일본을 찾은 한국 취재진에 기타노 다케시(55)가 보여준 그모습은 타국의 기자들에겐 입이다물어지지 않는 충격이었지만 일본의 시청자에겐 지난 20년 이상 TV에 나오던 모습 그대로다. 도쿄 시부야의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기타노다케시는 TV쇼 녹화현장을 공
<키쿠지로의 여름>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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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오 역의 배우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보통 아역배우들처럼 한눈에 너무 예쁜 외모는 아닌데.→30명 정도 오디션을 봤는데 너무 귀엽게 예쁜 아이들은 제쳐뒀다. 가장 일본적인 느낌, 시골 아이 같은 느낌을 염두에 뒀고 그냥 처음 봐서는 그렇게 귀엽게 느껴지지 않는 아이를 캐스팅했다. 처음엔 귀엽게 느껴지지 않다가 뒤로 갈수록 귀엽게 느껴지길 바랐다. 나와 마사오가 친해지는 과정은 영화나 현실이나 다르지 않았다. 처음엔 내 옆에 가까이 오지도 않고 무서워하다가 영화를 찍어가면서 점점 친해졌다.키쿠지로는 마사오를 즐겁게 해주려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놀이를 하는데 그런 놀이들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가.→어떤 쇼프로그램을 하면서 스키장에서 사람들을 벌거벗기는 쇼를 한 적이 있다. TV에서 했던 장난들을 염두에 뒀다.시나리오대로 찍은 게 아니라 즉흥연출이 많았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윤곽을 갖고 작업했는지 궁금하다.→신문의 네컷만화 같은 기승전결만 있었다. 1장
<키쿠지로의 여름>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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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하이! 리틀 호! 여러분들 제가 돌아왔어요! 설마 이 귀여운 얼굴을 잊진 않으셨겠죠. 리틀가의 차남 스튜어트예요. 많이 큰 것 같다구요? 그럼요. 처음 여러분을 만났을 때, 그러니까 3년 전만 해도 고작 9cm에 0.35kg밖에 안 나가는 어린 새앙쥐였으니까요. 이젠 제법 어른티가 나죠? 비록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축구공과 함께 날아가는 신세이긴 하지만 엄연한 축구선수구요. 운전면허도 있다구요.
제 빨간 컨버터블 스포츠카 보셨어요?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스튜어트집안에 입양되기 전, 그러니까 제가 처음 나타난 건 1920년대, 당시 유명한 에세이스트였던 진짜 아빠 E.B. 화이트의 꿈속이었대요. 아빠는 꿈에서 나온 내 모습을 기억했다가 몇개의 에피소드를 써서 서랍 안에 놔두었고 결국 나는 서랍 속에서 20년 동안 자야 했죠. 하지만 1945년 아빠는 그때 에피소드들에 살을 붙여서 첫 번째 동화 <스튜어트 리틀>을 내놓게 되었고 저 역시 그때 처음으로 세상에 알
4초에 10만달러 버는 쥐랍니다, 스튜어트 리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