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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결론에 도달했다 싶은데 눈치빠른 사진기자 이혜정씨, 이때 “사진부터 먼저 찍자”며 심재명 대표의 말을 자른다(역시 9년차 기자는 뭔가 다르다).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 동안 심재명 대표의 방을 천천히 둘러보니 정면 책장에 줄잡아 20개가 넘는 상패가 보인다. “그동안 상 정말 많이 타셨네요” “상으로만 따지면 다른 제작사보다 훨씬 많은 편이죠.” 그런가 하면 심재명 대표의 방 오른쪽에는 미국의 영화주간지 <버라이어티>가 각국을 대표하는 10명의 제작자를 뽑아 찍은 기사가 액자로 걸려 있다. 워킹타이틀(<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빌리 엘리어트>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을 만든 영국의 영화사)처럼 내로라 하는 영화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 이은 감독의 환한 웃음과 더불어 쑥스러운 듯 고개숙이며 웃고 있는 사진 속 모습이 심재명 대표의 성격을 드러내주는 듯하다. 그는 남들 앞에 나서는 일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명필름 대표 심재명 인터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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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흥행성적이 부진했지만 명필름에 별다른 변화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올해 개봉할 편수만 해도 이미 3편이 확정됐다. 지난해 제작을 끝낸 김응수 감독의 <욕망>과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을 시작으로 지난 연말부터 촬영에 들어간 <바람난 가족>이 늦어도 올 추석에는 극장에 걸릴 예정이다. 세편 모두 스타 캐스팅에 기댄 영화는 아니어서 제3자의 눈으로 보기엔 흥행하는 게 만만찮은 일처럼 보이는데 정작 심재명 대표는 담담하다. <섬>이 흥행에서 실패한 뒤 상심해서 앓아 누웠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맷집이 좋아지셨나봐요”라고 묻자 그는 “그럼요. 그때는 첫 경험이었으니까 파장이 컸죠. 지금 생각해보면 <섬>은 해피한 케이스였어요”라며 웃는다.
-임상수 감독과 <바람난 가족>을 같이 하게 된 계기는.
=감독에 대한 신뢰가 제일 컸었고. <처녀들의 저녁식사>나 <눈물>
명필름 대표 심재명 인터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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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우연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많다.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의 조엘 코언과 에단 코언, <매트릭스>의 앤디 워쇼스키와 래리 워쇼스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의 바비 패럴리와 피터 패럴리, <어바웃 어 보이>의 폴 웨이츠와 크리스 웨이츠. 장르의 장인으로 대성해 가문의 영광을 쌓은 미국 영화계의 막강 형제 클럽의 신입 회원으로 클리블랜드 출신의 앤서니 루소(32)와 조 루소(31)가 명함을 내밀었다. 범죄계의 무능력자들이 가망없는 금고털이를 도모하는 루소 형제의 코미디 <웰컴 투 콜린우드>는 얼핏 지칠 줄 모르고 수다를 떨며 치고 받으며 내러티브 퍼즐을 즐기는 또 한편의 ‘선댄스표’ 영화처럼 보이지만 이 신예 감독들의 시트콤식 유머 너머에는, 애정을 갖고 인물을 지그시 지켜보는 고전 할리우드 드라마의 미덕과 공업도시 클리블랜드 토박이의 몸으로 체득한 미국 자본주의의 가혹한 풍경이 깔려 있다. 형제를 발탁한 것은 영화사 섹
<웰컴 투 콜린우드>의 형제 감독 앤서니 루소,조 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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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을 표현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말들이 필요하다. ‘똑 부러진, 당당한, 도도한, 자신있는, 거침없는, 영리한’ 등등. 대신 ‘갇힌, 매여 있는, 순종적인, 다소곳한, 어두운, 무거운’ 같은 표현은 그녀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때때로 ‘되바라진, 건방진, 성마른, 이기적인’ 등의 비난기 짙은 표현을 뒤집어쓰기도 했지만, 이처럼 뚜렷한 성격은 고소영을 90년대 초반 이후 ‘신세대’의 또렷한 표상으로 자리잡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녀의 열성팬 중 여성의 비중이 훨씬 높은 것도 이런 이미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팬들에게 고소영은 단지 스타가 아니라, 스스로가 소망하는 모습을 대리 체험케 해주는 일종의 역할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에게 <이중간첩>의 윤수미 역은 그닥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윤수미는 북으로 넘어간 아버지의 생존을 위해 남한에서 숨죽이며 활동하는 고정간첩. 위장귀순한 이중간첩 림병호(한석규)를 돕다가 동정과 연민을 느끼게 되고, 남과 북 양
세상을 할퀸 시간, 그녀를 비껴가다, <이중간첩>의 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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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회화를 보던 어머니의 뱃속에서 발길질을 해대어 그 위대한 예술가의 이름을 선사받은 사연은 너무나 유명하다. 하지만 6살 때 이미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그 이름에 걸맞은 진정한 배우로서 인정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이란 배우로서의 ‘자질’을 인정받기까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1994년 라세 할스트롬의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장애 소년 애니 역을 놀랄 만큼 소화해내면서 그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출연작에서 그는 미소년, 혹은 십대의 우상 바깥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퀵 앤 데드>의 철없는 서부 ‘키드’, <바스켓볼 다이어리>에서의 마약으로 무너져가는 십대, <토탈 이클립스>에서의 매끈한 랭보, <로미오와 줄리엣>의 신세대 로미오, <마빈스 룸>의 반항아 행크. 그가 숀 펜이나 조니 뎁을 따
나는 위대한 배우를 연기하고 있는 것,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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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년 전쯤 ‘충무로로 간 PD 출신 감독들이 왜 성공하지 못하나’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기사가 나가고 몇주 뒤였던가, 새 미니시리즈를 준비하는 오종록 PD와 통화를 하는데 대뜸 그가 이런 말을 했다. “PD들이 와(왜) 영화를 찍고 싶어하는지, 와 성공하지 몬하는지 그거말고도 다른 이유를 제가 조만간 보여드릴낍니다.” 그의 ‘조만간’은 조금 길어져 ‘몇년’이 되긴 했지만 결국 오종록 감독은 2003년의 시작과 함께 차태현, 유동근, 손예진 주연의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라는 직접 시나리오를 쓴 작품으로 영화감독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첫사랑을 향한 한 남자의 눈물의 순애보를 경쾌한 코미디 리듬 속에 실어내는 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의 크랭크인을 앞둔 그를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최근작인 <피아노>가 큰 성공을 거두었고 프리랜서 드라마 PD로도 안정된 생활이 가능한 상황인데 굳이 영화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드라마적인 한계를
<첫사랑 사수‥>로 영화 데뷔하는 드라마 <피아노>의 PD 오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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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화선>의 소운은 말한다. “임권택 감독님하고 촬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첫 회 촬영 딱 끝나자마자 제 마음을 읽으시더라고요.” <춘향뎐>의 이몽룡은 말한다. “그 이미지를 벗으려고 많이 애썼어요, 그러다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자연스럽게 가자, 생각했죠.” 손예진과 조승우는 그렇게 임권택이라는 거목의 그늘을 서로의 방식으로 기억했다. 그 기억은 배우로서의 자의식이 생겨난 출발점에 대한 술회이기 때문에 중요할 것이다. 배우에게 ‘어머 너무 예쁘시네요, 어머 너무 잘생기셨네요’라고 던지는 첫 인사 그 이상의 무례함은 없다. 그건 이들에게도 이제 마찬가지일 수 있다. 손예진과 조승우 역시 이제 막 ‘시작하는’ 그 문지방을 밟고 서 있는 것이다.
이들이 각자의 길을 걸어 마주친 것은 곽재용 감독의 신작 <클래식>이다. 손예진은 <연애소설>의 수인 역을 거쳐 순수함의 이미지 안으로 더욱더 파고들어 <클래식>에 이르렀고, ‘자연스러
<클래식>의 두 배우, 손예진&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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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룡 탈출!’ <후아유>를 찍을 때까지만 해도 조승우(23)의 머릿속은 오직 그 뿐이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누군가는 <와니와 준하>로 이미 씻은 것 아니냐 다독였지만, 여전히 <춘향뎐>의 역광을 버거워하던 그를 설득하진 못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배우한테 데뷔작은 무시 못하는 거구나. 그래서 맘을 바꿔 먹었어요.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현장에서 맘껏 즐기자고….” 촬영 분량이 많지 않지만, 이후 찍었던 〈H>와 〈YMCA야구단>은 그래서 소중하다. “한번은 강호 형이 그래요. 자기는 현장이 제일 좋다고. 형 보면 촬영 끝나면 스탭들하고 야구 한 게임 하고, 먼지 먹었으니 삼겹살 한점 하자고 고깃집으로 이끌고. 그거 보면서 현장공부 좀 했죠.”
부담을 덜어서일까. <클래식>은 그야말로 “재미있게 찍었다”. 특히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70년대가 시대적 배경이라 주촬영지인 목포 이
<클래식>의 조승우, ˝일 안 하면 좀 쑤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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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라는 건 운명이고, 또 필연인 것 같아요.” 우연과 운명과 필연의 관계를 손예진은 그렇게 정의했다. 영화 <클래식>에서 1인2역을 하며 이뤄지지 못한 사랑과 이루어지는 사랑 그 모두의 감정을 겪어본 주인공으로서의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과거의 슬픈 사랑보다는 현재의 달콤한 사랑이 손예진에게는 더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클래식>은 “과거의 사랑이 현재에 이뤄지는 영화잖아요. 촬영은 과거, 현재, 과거 이렇게 했거든요. 사람들이 곧잘 과거와 현재의 사랑을 비교하긴 하지만…. 제 생각에 과거의 사랑은 너무 슬퍼요. 이뤄지는 사랑이 좋죠.” 하지만 손예진은 쉽게 철없는 소녀임을 승낙하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스스로를 가리켜 이문세와 산울림의 노래를 즐겨 들을 만큼 “옛날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럴땐 <취화선>의 소운과 <연애소설>의 수인이 문득 겹쳐진다.
“추위도 많이 타고, 더위도 많이 타는 체질
<클래식>의 손예진, 빗속에서 7시간,영화를 깨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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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이 아름답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데 걸린 시간만큼은 아니지만, 탠디 뉴튼이 배우로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투자한 세월도 짧진 않다. 십년 동안 스무편에 가까운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고도 대중과 가까워지지 못했던 탠디 뉴튼은 그러나,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미션 임파서블2>가 자신의 커리어에 큰 획을 그었다고 생각진 않는다. 그저 감독(오우삼)의 오랜 팬이라는, 상대 배우(톰 크루즈)가 편한 친구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박한 이유로 선택한 출연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이 주목했을 때 탠디 뉴튼은 이미 그 커피색 피부처럼 보기 좋게 무르익고 그은 배우였다.
탠디 뉴튼을 단련시킨 것은 실패와 좌절의 기억만은 아니다. 아프리카 어떤 부족의 공주였던 어머니와 영국 의사인 아버지 사이에서 ‘사랑받는 이’(Beloved)라는 이름의 아기로 태어날 때부터 그의 혈관엔 남다른 여유와 자신감이 흐르고 있었던가보다. 탠디 뉴튼은 인생의 고비마다 추락
흑백 초월한 우아함,<찰리의 진실>의 탠디 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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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성탄 전야. 홍형숙(40) 감독과 강석필(32) 프로듀서는 처음 성탄을 맞는 아들 이헌이와 놀아줄 여력이 없었다. ‘표현·창작의 자유 보장과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글을 급히 써야 했다. 이들 부부를 갑작스레 바쁘게 만든 것은 저녁에 걸려온 전화 한통이었다. 국정원 소속임을 밝힌 그는 이날 저녁 8시께 전화를 걸어와, 이들 부부가 제작하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 중이던 <경계도시>의 일부 장면이 “사실과 다르고, 또 국정원 직원의 초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다음 상영을 강행할 경우 “나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씨네21> 384호). 국정원이 문제시한 장면은 2001년 8월28일, 국정원 직원들이 강 프로듀서를 불러내 “제작을 중단하든지 아니면 이적성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며 압박하는 모습을 몰래카메라로 찍은 4분가량의 분량이다.<경계도시>는 한국 정부가 친북인사라는 딱지를 붙여 30년 넘게 입국을 불허해왔던 재독철학자 송두율
송두율 교수 소재 다큐 <경계도시>의 감독,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