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와 당분이 넘쳐나는 밀당의 시대에도 백반의 민족인 우리 밥상을 굳건히 지키는 쌀, 그리고 그 쌀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켜나가는 농부들의 삶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미인(米人)>이 2월 개봉한다. <기생 : 꽃의 고백>을 통해 역사 속에 잊혀져 간 예술인으로서의 기생의 삶을 새롭게 조명했던 홍태선 감독의 신작으로 우리 쌀의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며 자연의 일부로서의 쌀, 쌀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역사와 문화, 산업으로서의 의미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는 작품이다.
정성으로 자라나서 행복으로 채워지며, 오랜 세월 변함없이 자연이 선물하는 생명의 힘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우리 쌀의 감동 대장정, 다큐멘터리 <미인>은 신기술 농법으로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 농부 남호현과 사라져간 토종 벼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며 과거로 가는 도시 농부 이근이, 닮은 듯 다른 두 농부의 삶을 보여준다.
주말농사로 시작하다가 농사의 매력에 빠져든 도시농부 이근이는 기계보다는 농부의 손으로 직접 만지며 키워가는 소농의 삶을 살아간다. 우보농장을 운영하며 1450여 종에 이르렀지만 역사 속에 사라진 토종 벼의 세계를 연구하던 그는 전국 각지를 돌며 남아있는 450여 종에 대한 복원사업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와는 다르게 아버지로부터 가업을 이어 농사를 짓고 있는 젊은 농부 남호현은 코팅된 볍씨를 대량으로 뿌리는 국내 최초 벼직파 농업용 드론으로 농사를 짓는데 도전하지만, 장밋빛 미래를 안겨줄 것만 같았던 신기술은 시행착오의 연속으로 끝없는 숙제만을 남긴다.
이 작품이 우리 쌀에 대한 관심과 재조명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홍태선 감독은 “한 인간에게 꿈이 생긴다면 그것을 이루려는 열정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러한 열정이 켜켜이 쌓이다 보면 어느덧 자신만의 철학을 갖게 되듯이 신 농법을 시도하며 좌충우돌하는 귀농 농부와 묵묵하게 전통농법을 고수하는 도시농부의 대립된 상황들을 교차로 보여주며, 벼농사에 대한 그들의 열정, 의지, 도전을 함께 지켜보고 싶었다. 오롯이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가 보여주는 묵직함과 존재감은 신 농법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구체적인 성과를 내려는 젊은 농부의 다급한 마음과 사뭇 대비되어 보이는 지점도 흥미로웠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에 걸쳐 촬영한 대자연이 선사하는 사계절의 라이브쇼! 화면 가득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풍광에 빠져들다 보면 정성스러운 밥 한 그릇이 그리워지고 모락모락 피어나는 뽀얀 김과 고운 자태에 행복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영화 <미인>은 2월,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